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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오피스텔 불법인데, 에어비앤비로 '투잡'

[불법 판치는 에어비앤비]①
월세 100만원인데, 불법 숙박으론 200만원 벌어
플랫폼은 방관…지자체는 신고에 의존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오피스텔 월세 정보가 붙어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하루 숙박 임대료가 8만~12만원, 많으면 2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월세로 내놓을 이유가 있나요.”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글로벌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공유 숙박업을 하는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오피스텔을 에어비앤비에 올려놓고 하루 임대료로 평균 10만원가량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한 달 동안 약 20일 정도 예약이 차는데 월 임대료로 치면 200만원 정도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용면적 18제곱미터(㎡) 오피스텔에 월세 세입자를 받을 경우 예상하는 임대료는 약 100만원, 단순히 계산해도 공유숙박업을 통해 2배 이상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오피스텔이 숙박업으로 이용할 수 없는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도심에서 모텔이나 호텔 같은 숙박업을 하려면 숙박업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주택을 활용해 공유주택 숙박업을 하려면 관광진흥법상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에 등록해야 한다. 해당 법을 보면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으로는 외국인만 손님으로 받아야 한다. 또 사업 가능한 ‘주택’은 ‘주민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단독주택‧다가구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으로 제한하고 있다. 주택이 아닌 오피스텔이나 사실상 주민이 거주하면서 공유숙박을 할 수 없는 원룸은 이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서울 도심에서 불법 공유 숙박 주택을 찾기 어렵지 않다.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도시민박업체는 약 1900곳이지만, 공유숙박 플랫폼에 등록된 곳은 1만 곳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으로 공유숙박업을 하는 사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렇게 불법 공유숙박업을 하는 사업자 가운데서는 에어비앤비에서 여러 이용자의 좋은 평가를 받아 ‘슈퍼호스트’ 칭호를 받기도 한다. 영등포구의 한 오피스텔 공유숙박 사업자 B 씨는 에어비앤비에서 “‘게스트 선호’ 에어비앤비 게스트에게 가장 사랑받는 숙소. 호스트 OOO님 슈퍼호스트 호스팅 경력 10개월”이라고 인증하고 있다.

불법 공유 숙박 사업자가 난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 수익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A 씨처럼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이용해 월세 세입자를 받으면 월 10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에어비앤비를 활용하면 월 200만원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 대부분 신고 없이 영업하기 때문에 세금도 내지 않는다. A 씨는 “꼭 내 집이나 건물이 없어도 100만원짜리 원룸을 월세로 계약하고 (이 집을) 에어비앤비로 돌리면 100만 원가량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경우 세탁기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갖춘 곳이 많아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며 “식당이나 카페 대신 공유 숙박이 훨씬 손쉽고 실패할 위험도 적다”고 말했다.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에어비앤비 특성상 사업자가 자신이 내놓는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아파트나 주택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이를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이용자가 해당 주택을 예약하고 결제를 완료하기 전까지 정확한 주소나 건물 호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도 적발이 어려운 이유다. 이 때문에 사실상 단속도 사실상 신고에만 의존해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에 불법 숙박업소로 이용되는 에어비앤비를 신고한 뒤 이에 대한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경) 답변을 보면 이런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해당 답변에는 ‘우리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민생침해범죄를 수사하는 특별사법경찰로서 범죄 인지 수사 및 고발 등으로 수사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소재지 및 피의자 특정이 포착 가능한(현장사진·연락처 등) 사건을 우선순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나와 있다. 불법 사업장을 신고하려면 직접 해당 숙소를 예약‧결제 하고 현장 사진이나 연락처를 함께 첨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시 특사경 관계자는 “직접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의심 사례가 있다면 에어비앤비 불법 업소의 해당 링크와 사진, 댓글 등을 끝까지 캡처해 신고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 4회 주기적 단속, 인력 부족은 한계"

그런데도 지난해 서울시가 영업 신고를 하지 않고 사업한 업주를 적발해 형사처벌한 건수는 540여 건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오피스텔을 임대해 숙박업소로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숙소 규모에 따라 숙박비와 청소비, 수수료 등 명목으로 1박당 평균 10만~20만원의 요금을 받아 객실당 한 달 평균 200~400만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적발된 30대 C 씨는 오피스텔 객실 1개를 월세로 얻은 뒤 관할 구청에 영업 신고 없이 숙박 영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지역을 잘 아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거나,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까다로운 절차를 지키며 정식 허가를 받고 영업하는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영등포의 한 공인중개사는 “사실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사진만 봐도 주변 부동산 사업자들은 어느 곳이 오피스텔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아파트인지 빌라인지는 물론 해당 건물과 평형까지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시에서 (불법 사업자에 대한) 조언을 요청한 적도 없다”며 “신고할 경우 신고자에 대한 익명을 보장하고 ‘카파라치’처럼 포상금을 주는 등의 혜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3~4회 서울시와 자치구, 민사경 등 합동으로 불법 숙박업소를 단속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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