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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눈치 안 보는 보고서 늘린다더니”…독립리서치社, 1년째 ‘제자리걸음’

[멀고 먼 독립리서치센터] ②
금융당국 제도화 언급만…추가 개선 방안 無
업계, 제도화 필요성 공감…시장 위축 우려도

금융당국이 ‘매수’ 일색인 증권사 리포트의 관행을 개선하고자 금융당국이 추진하던 ‘독립리서치 제도화’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사진 게티이미지]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매수 의견’ 일변도의 국내 증권사 리포트 관행이 좀처럼 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독립리서치 회사(IRP·Independent Research Provider) 제도화 추진에 나섰지만 1년 넘게 추가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다. 관련 업계는 독립리서치 법제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시장 위축 우려도 높다는 관측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 20일까지 발행된 기업 보고서는 8662건이다. 이 중 투자 의견을 ‘매도’로 제시한 보고서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사실상 매도 의견에 가까운 ‘비중 축소’도 4건에 그쳤다. 반면 ‘매수’ 의견을 낸 보고서는 8012건으로 나타났다. 올해 기업 분석 보고서를 발행한 국내 증권사 30곳 중 28곳은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한 보고서가 단 1건도 없었다.

이처럼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매수’ 일색 보고서로 회사 법인 영업팀의 눈치를 봐야 하는 등 독립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매년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독립리서치회사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리포트를 작성할 때 기업들의 눈치를 덜 보고, 상대적으로 구속을 덜 받는 회사들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 리서치 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이후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과 협력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국내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의 간담회에서 보고서의 신뢰성을 주문했다. 아울러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성·독립성을 제고하겠다며 애널리스트 성과 평가 체계 개선, 독립리서치회사(IRP)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업계의 의견수렴을 거친 리서치센터 개선방안을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최종 개선안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구체적인 방안들이 담겼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신년 업무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투자자들이 유튜브 같은 사적인 정보에 의지하는 데는 제도권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독립 리서치센터와 관련한 정책을 올해 주된 방향의 하나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 눈치 안 보는 보고서 늘린다더니…독립리서치社, 일년째 제자리걸음

“법제화 시 진입 장벽 높아져…시장 위축 우려”


독립리서치회사는 기존 증권사 내 설립된 리서치센터와 달리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리서치 제공을 목적으로 설립된 리서치 제공 전문회사를 뜻한다. 국내 독립리서치회사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보고서를 제공하는 리서치알음·밸류파인더·한국금융분석원·FS리서치·CTT리서치·퀀트케이 등 을 포함해 10여 곳에 불과하다. 

현행법상 독립리서치회사는 유사투자자문업에 속한다. 유사투자자문업은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조언을 하는 곳이다.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진입요건이 없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 종류는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집합투자업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신탁업 등이 있다. 금융당국은 독립리서치를 공식 금융투자업자로 분류하는 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독립리서치회사 활성화 추진 방안에 대해 업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독립리서치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리서치센터에서 분석을 진행하는 기업이 대부분 기업금융 부문의 고객이라 매도 의견을 내는 것에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라며 “최근에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에코프로에 대해 과열이 우려된다며 매도 의견을 내자, 이후 금감원에 민원이 이어지면서 해당 애널리스트가 금감원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독립리서치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어 불법투자리딩방 취급을 받는 상황이라 제도화가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기업에 대한 자유로운 보고서를 쓸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데 있어서는 매우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독립리서치 활성화 움직임에 따른 성과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독립리서치회사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는 많았지만 여전히 관련 시장은 매우 미미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빠른 시일 내에 개선안을 공표한다는 방침이지만 별다른 추가 방안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독립리서치 제도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법제화가 이뤄져 진입장벽이 높아지면 되레 관련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독립리서치를 제도권으로 편입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리서치 문화가 당장 바뀌긴 바뀌긴 쉽지 않을 것”며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인식이 저조한 독립리서치가 시장 규제로 인해 향후 사업 방향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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