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부동산 실패 데자뷰…패닉바잉 우려에 5년내 “23만 가구 공급”
“크게 저렴하게” 공급
부동산 과열 나타나면 ‘특단의 조치 강구’ 언급
10개월만 부총리 주재 부동산관계장관회의
“추가 공급확대 방안, 8월중 발표”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서울을 중심으로 한 경기‧인천 등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자, 정부가 긴장의 끈을 조여 매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서울·수도권 일부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는 등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부동산 시장 과열이 나타난다면 특단의 조치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현재 부동산 시장을 보면 시장 전반이 과열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점차 확산하는 것을 정부가 엄중하게 인식하고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부동산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열린 제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3기 신도시 3만 가구를 포함해 주택 공급 물량 5만 5000가구를 늘린다는 내용의 ‘9·26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다시 관계장관회의를 연 것은 그만큼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18일 발표한 ‘7월 셋째 주(15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0.24% 상승했는데, 매주 상승 폭도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3월 넷째 주부터 16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상승 폭을 점점 키우고 있다.
부동산원은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매물이 소진되고 상승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단지는 신고가를 갱신하는 등 거래 분위기가 회복되면서 인근지역의 상승 기대심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무주택자들이 최대한 대출을 받아 추격매수(패닉바잉)에 나서면 집값 상승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더 많은 주택 공급을 약속하기보다 당초 공급계획을 이른 시일에 마무리해 예정됐던 만큼의 주택을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교통과 정주 여건이 우수한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23만6000호의 공공택지 물량을 2029년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분양 가격은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수도권 신규 택지도 2만호 이상 추가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심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도 활성화할 예정이다. 정비사업의 속도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공사비 증가로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어 정부의 제도 개선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정부가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2027년 첫 착공과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현대 160~230% 수준의 용적률을 고려할 때 재건축하더라도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정비업계에서는 분당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공사비가 3.3㎡당 800만원을 책정할 경우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가진 조합원이 약 5억 5000만원의 분담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용적률 제한을 완화하고 일반분양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일조권 침해 등 ‘닭장 아파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 꾸준히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신뢰가 쌓여야 패닉 바잉 등 집값 폭등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며 “실현 불가능한 대규모 공급 계획이나, ‘집값 폭등은 없을 것’이란 공허한 해석보다 당초 정부가 공약했던 주택 물량을 계획대로 공급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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