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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배달료의 민족'이 됐을까[EDITOR’S LETTER]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유통·바이오부장] 몇 년 전만 해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꽤나 자주 애용했다. 휴일 기상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배달앱을 여는 일이였다. 전단지를 일일이 훑어보고 메뉴를 선정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 배달앱은 너무나 고마운 존재였다. 배달앱이 활성화될 초기 소비자들 사이에서 ‘왜 우리가 배달료를 부담해야 하나’라는 비난이 커질 때도 나의 수고를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2000~3000원 정도의 배달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은 배달앱을 켜는 것이 두렵다. 배달료와 함께 메뉴 가격도 치솟고 있어서다. 절대 주문가격 자체가 오르니 일단 주문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다. 

최근 A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배달플랫폼사들의 중개 및 결제수수료가 너무 올라 수익성이 악화돼 ‘가격 이원화’ 제도를 실시하자는 것이 요지다. 가격 이원화란 매장 내부용 판매 메뉴의 가격보다 배달용 메뉴의 가격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현 가맹법상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점주들에게 음식값을 강제할 수 없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는 통일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일부 매장에서 독자적으로 가격을 올리기는 사실상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점주들은 본사 승인 하에 가격 이원화 방식을 적용, 배달앱에 지급하는 수수료분을 상쇄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실제 지난 10일 업계 1위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은 내달부터 배민1플러스(배민배달) 중개수수료를 주문액의 6.8%에서 9.8%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요기요와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도 이와 유사한 수준이다. 

가격 이원화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상당수의 배달플랫폼 입점업체들은 꾸준히 인상되는 배달앱 수수료 지급분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 이원화를 실시 중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배달앱을 통해 보고 있는 메뉴의 가격이 매장 판매용 가격보다 높은 것임을 알고도 배달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구매해야 한다.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도 찜찜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핵심은 결국 배달 관련 비용 증가로 앞으로도 플랫폼-점주-소비자 간 비용 부담 주체를 두고 꾸준히 갈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와 달리 개인 업체 점주들은 비용 부담이 커지면 언제든 손쉽게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면 결국 소비자 부담만 가중된다.

여론은 들끓고 있다. 시민단체는 중개수수료를 무려 3%p나 올린 배민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정부는 배달플랫폼 사업자와 업주간 배달료 부담 효율화를 위해 상생협의체를 꾸렸다. 효과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을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배달료가 존재하는 한 이 비용 부담 주체를 두고 플랫폼-점주-소비자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안타까운 점은 플랫폼과 점주, 그리고 소비자 간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점주는 플랫폼을 믿지 못하고 소비자는 플랫폼과 점주 모두를 신뢰하지 못한다. 서로에게 윈-윈(WIN-WIN)이었던 배달 서비스는 이제 없어진 분위기다.

배달의민족을 만든 김봉진 전 창업자는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기술혁신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가 나왔다고 해도 이게 과연 삶에 도움이 될까 하는 게 늘 고민이다”고 밝힌 바 있다. 배달앱은 분명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플랫폼 서비스다. 하지만 이 배달 서비스와 관련된 이들은 어째 점점 더 불행해지는 느낌이다. 김 전 창업자는 지금의 배달료 문제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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