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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중국’ 찾는 글로벌 자본…6억5000만 동남아 낙점[동남아시아 투자 나침반]

우버의 동남아 버전 ‘그랩’의 성공…동남아 스타트업 주목도 높아져
코로나로 동남아 시장 디지털화 가속…50여 개 유니콘 탄생

싱가포르의 그랩 광고 앞을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김상수 리겔캐피탈 상무] 글로벌 자본이 찾는 중국의 다음(next)은 어디일까.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1990년도 후반 닷컴 투자 열풍이 불 때 글로벌 투자사들은 중국을 주목했다. 바이두·알리바바 등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엄청난 투자수익을 거두었다. 1990년도부터 2010년까지 중국은 12억 명이 넘는 인구와 함께 9%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도입과 2000년대 중반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은 많은 중국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중국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큰 이익을 얻은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들도 다음의 중국 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개발도상국 중 미국, 중국 등에서 검증된 인터넷 사업 모델이 막 시작됐고 인구가 많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지역이 어디일까 고민했다. 글로벌 투자사가 선택한 곳은 동남아시아와 인도다. 

코로나19로 동남아시아 디지털화 가속화 

동남아시아는 6억5000만 명이 넘는 인구와 함께 5%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고, 스마트폰 보급율이 무려 90%에 달했다. 낮은 인터넷 보급률로 인해 2010년 이전에는 벤처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했지만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보급으로 인해 인터넷기업에 기회가 온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는 이 지역의 디지털화를 빠르게 이뤄냈다. 이전에는 현금 사용이 주를 이루고 대부분의 쇼핑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결제가 대세가 되고 음식 배달 및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동남아시아의 디지털 발달 속도가 최소 3년 이상 앞당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에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과 구글 그리고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가 발표한 보고서 ‘이-코노미 시 스포트라이트 2017’(e-Conomy SEA Spotlight 2017)에는 약 70조원이던 동남아시아 디지털 경제 규모가 2025년 275조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2023년 디지털 경제규모가 이미 300조원을 넘어서 예측치를 2년 이상 앞서 달성했다. 2025년에는 412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경제 관련 스타트업의 매출도 2016년 대비 2023년에 8배가 증가하였다. 이러한 성장성은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필자는 2015년 모태펀드 운영기관인 한국벤처투자의 싱가포르 사무소를 설립하면서 동남아시아 시장을 접했고,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시장의 성장 역사를 보게 됐다. 10여 년의 기간에 동남아시아의 스타트업은 급격한 성장을 하게 됐다. 

e-Conomy SEA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조 4000억원(2015년 당시 한국의 벤처투자금액은 약 20조원이다)에 불과했던 투자 금액은 2017년 13조원이 됐고, 2022년에 30조원까지 성장하게 된다. 2022년까지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에 투자된 총금액은 140조원에 이른다. 

기업가치 1조 4000억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도 54개가 나왔다. 가장 많은 투자가 들어간 분야는 이커머스와 승차 공유 분야이고, 최근 핀테크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VC들도 최근 싱가포르 등에 사무소를 열고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3년 8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HackaThailand 2023에서 방문객이 가상 현실 급류 래프팅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동남아시아 우버’ 그랩 삶의 방식 혁신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동남아시아 대표적인 스타트업은 그랩(Grab)이다. 그랩은 승차 공유에서 글로벌 1위 업체인 우버가 동남아시아에 진출하기1년 전인 2012년 마이텍시(MyTeksi)라는 택시 예약 서비스를 말레이시아에 론칭했다. 2014년 싱가포르 국부 펀드 테마섹 산하의 VC인 버텍스로부터 최초의 기관투자를 받았고 2015년 유니콘에 등극했다. 

2016년 본사를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옮겼고 서비스명을 그랩택시에서 그랩으로 변경했다. 2018년 우버의 동남아시아 사업을 인수했고, 2021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그랩은 32번에 걸쳐 14조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소프트뱅크·마이크로소프트·토요타 등의 글로벌 기업이 투자에 참여했다. 한국의 기업과 VC도 그랩에 총 1조 5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했다. 

그랩의 비즈니스모델은 이미 글로벌에서 성공적으로 검증이 된 우버의 사업모델을 동남아시아에 전개한 것이다. 우버라는 이름과 사업모델은 대부분의 투자자가 알고 있어 그랩을 ‘동남아시아의 우버’라고 하면 간단히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랩은 일상에 큰 변화를 줬다. 필자가 처음 싱가포르에 왔을 때는 우버·그랩 등 승차 공유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기에 택시를 주로 이용했다. 택시를 잡기 힘들 때는 택시회사에 전화해서 콜택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 등에 출장을 갈 때에도 택시를 이용하면 말이 통하지 않는 택시 기사가 가끔 엉뚱한 목적지에 내려주거나 바가지요금을 청구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기사와 말 한마디 없이 안전하게 목적지로 갈 수 있고 그랩을 통해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식당 등에서 결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랩 애플리케이션(앱)은 차량 예약 서비스로 시작해 결재 및 배달 등 많은 것을 처리할 수 있는 슈퍼앱으로 발전했다. 

그랩이 글로벌 기업의 관심을 받고 엄청난 금액을 투자를 받을 수 있던 데에는 당시 승차 공유서비스가 혁신적이라는 인식과 지역의 서비스 1위 후보 스타트업 투자라는 원칙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랩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한 동남아시아에서 신사업 기회 확보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펀드레이징이 거듭될수록 치솟는 기업의 가치를 보며 향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도 컸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동남아시아의 승차 공유의 두 유니콘 그랩과 고젝의 전쟁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김상수 리겔캐피탈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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