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1기 신도시 집값·재건축 기대감 다른 이유 살펴보니
[베드타운의 눈물]②
분당 자족률 96%, 다른 지역 50~70% 수준
분당과 다른 신도시 아파트 가격 차 최소 2배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다섯 곳의 1기 신도시가 재건축 계획을 품고 있지만, 해당 도시 주민들의 기대하는 온도 차는 뚜렷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업성에 따라 재건축 가능성에서 차이가 나는데 분당을 제외한 4개 신도시 주민들 상당수는 분담금 우려에 재건축을 크게 바라지 않는 분위기도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은 ‘집값이 얼마나 오르느냐’, ‘분담금은 얼마나 내야 하느냐’가 관건이다. 분담금이 많아도 아파트 가격이 그 이상 오를 것으로 기대하면 재건축 동의율은 높아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래에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 대부분은 현재도 가격이 비싼 지역”이라며 “건축비가 비슷하게 책정된다고 해도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는 주민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만약 재건축 분담금이 전용면적 84㎡(25평) 기준 5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가격이 5억원인 A 아파트와 10억원인 B 아파트의 경우 집주인이 생각하는 부담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A 아파트 주인이 느끼는 비용 부담을 100이라고 하면 B 아파트 주인의 부담은 50% 수준이라는 뜻이다. 향후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오를 수 있는지 가정할 때도 A 아파트 주민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집값이 100% 올라야 하지만, B 아파트는 50%만 오르면 된다.
최근 1기 신도시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평균 가격을 보면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삼성한신 아파트의 경우 지난 6월 16억3000만원, 7월에는 16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일산 신도시 내 재건축 선두 주자로 꼽히는 단지 중 한 곳인 강촌마을 2단지의 경우 지난 6월 7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평촌 한가람 한양아파트는 7억3000만원, 산본 산본동 주공아파트는 6억8800만원, 지난해 11월 마지막으로 거래된 중동 금강마을 아파트는 6억48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분당과 다른 신도시 아파트 가격 차가 최소 2배 이상 차이 난다는 뜻이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지금 아파트 가격이 7억원 수준인데 분담금이 4억~5억원 이야기가 나온다. 재건축을 해도 집값이 12억 이상으로 오르겠느냐”며 “그럴 가능성도 크지 않고, 그렇게 된다고 해도 남는 게 없어 재건축을 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당초 건설 목표에 미달…‘자족도’가 가른 집값
일각에서는 자족도가 낮은 베드타운의 한계가 분당과 다른 네 곳의 차이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자족’이란 스스로 충족한다는 뜻이다. 자족도란 도시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도시를 ‘자족도시’라고 부른다. 이와 반대인 대표적인 도시가 주택 도시 즉 ‘베드타운’이다. 1990년대 초반, 비슷한 시기에 베드타운으로 시작한 신도시지만, 분당이 일자리 등을 확보하며 자족 기능 갖춘 반면 다른 곳은 그러지 못해 주택 가격에서부터 차이가 났다는 뜻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분당과 판교의 경제활동인구 대비 일자리 비율을 계산한 자족도는 9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베드타운을 넘어 하나의 자족 도시로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른 신도시의 경우 자족도는 50~70% 수준이다.
그렇다고 신도시가 처음부터 베드타운 기능 역할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발전기에는 도시로 급격하게 노동인구가 몰리면서 노동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대도시 주변에 신도시가 생겼다. 처음에는 대도시에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기능을 담당하지만, 신도시 자체로 생산력을 갖춰나가며 신도시 안에서 생산과 소비 활동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 방향으로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하지만 일부 도시들은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대도시에 의존하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면서 쇠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기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우리나라 1기 신도시 건설 계획과 현재 상황을 보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일산은 국제업무 기능을 포함해 예술·문화 기능을 담당하게 한다는 게 목표였다. 중동은 부천시의 신중심업무 기능을 담당하고 서울과 인천 사이에서 공업지역 중심의 근교 거주지 역할을 하도록 할 예정이었다. 평촌은 수도권 업무기능 일부와 안양시 신중심업무기능, 문화·체육 및 보건·위생 기능을 담당하게 하려고 했다. 공공청사 관련 기능과 수도권 업무기능의 이전, 자생적 업무기능도 담당하도록 하는 것도 목표의 일부였다. 산본은 군포시의 신중심업무기능을 맡도록 할 예정이었다. 분당은 서울의 보조적인 업무기능을 포함해 첨단산업기능, 수도권의 중심업무·상업기능, 성남‧수원 등 인접 도시와의 상호 보안을 위한 기능을 맡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일산의 경우 예술‧문화 기능을 담당하게 한다는 목표가 30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32만6400㎡(약 10만평) 부지에 세우려던 이른바 ‘K-컬처밸리’ 사업이 잠정 무산됐다. K-컬쳐 밸리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K팝 공연장(2만석)과 스튜디오, 테마파크 등이 들어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정만큼 공사 진척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기도는 사업자인 CJ그룹 계열사 CJ라이브시티와 협약을 해지했다.
반면 분당·판교는 IT 등 양질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천당 아래 분당’으로 재탄생했다. 판교에는 네이버‧카카오‧안랩‧한글과컴퓨터 등 국내 대표 IT 기업을 포함해 넥슨‧엔씨소프트‧위메이드 등 게임업체와 SK바이오팜‧차바이오텍 같은 바이오기업들도 자리하고 있다. 이밖에 두산중공업과 HD현대중공업·SK케미칼·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대기업도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새 아파트가 많다고 반드시 집값이 비싼 것은 아니다”라며 “서울과의 접근성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고 얼마나 자족 기능을 갖췄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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