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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20년 생존한 비결은 ’기술력’과 ‘신뢰’ [이코노 인터뷰]

서원기 넥스윌 대표
방산 분야의 ‘강소기업’으로 평가받아
100억원 규모 두 번째 투자 유치 계획 중

서원기 넥스윌 대표. [사진 넥스윌]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지난해 매출은 230억원 정도. 50여 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는 대전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2005년 창업 이후 20여 년 동안 투자 한번 받지 않아도 꾸준하게 성장했다. 특히 일반 기업이 뚫기 어렵다는 방산 분야에서 매출의 70% 정도를 올릴 정도로 이 기업은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통신과 방산을 두 축으로 하는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이지만 대표와 기업의 실력을 알기에 투자를 받으라는 요청을 수도 없이 받았다. 그런 그가 얼마 전 40억원 정도의 투자를 처음으로 받았다고 한다. “빠른 성장에 대비하려면 인력과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올해 100억원 규모의 두 번째 투자를 유치하려고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의 이력도 재미있다. 포스텍(포항공대) 3기로 전자전기 전공으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지역은 포항이나 서울이 아닌 대전이다. 대전 본사에서 만난 서원기 넥스윌(nextwill)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국방과학연구소 등 대전에 연구소가 많고 기술 관련 협업을 하기가 좋아서 여기에 뿌리를 내렸다”면서 웃었다. 박사 학위를 마치고 2000년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기업에서 일한 시기는 1년도 채 안 된다. “대전 벤처기업에서 디지털방송 장비 개발 및 정부 프로젝트를 한번 맡아보면 어떠냐”는 지인의 제안에 대전에 내려와서 일하면서 대전과 인연을 맺었고,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매출 70~80% 방산 분야에서 기록

서 대표는 2005년 넥스윌을 창업한 후 인터뷰나 언론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다. 기업 간 거래(B2B)·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 기업이라는 특성도 있었지만, 기술 개발 외에는 외부 활동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넥스윌이 아는 사람은 잘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기업인 이유다. 

넥스윌의 두 축은 방산과 통신이다. 특히 방산 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외부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넥스윌은 방산 분야에서 광대역 디지털 무선 기술을 기반으로 전자전 및 레이더 송수신 기술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통신 분야에서는 5G 중계기 및 네트워크 장비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서 대표는 “매출의 70~80%가 방산 쪽에서 나오는데 우리는 방산 대기업과 일하는 티어원(Tier 1)이다”고 설명했다. 

광대역 디지털 수신기 기술을 기반으로 천궁II·KFX21 등의 AESA 레이더 송수신 모듈 개발 및 양산을 하고 있으며,  VIP 경호 차량 및 무인기에 들어가는 디지털재머(전파방해장치) 관련 핵심기술도 국방과학연구소 등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서 대표는 “전투기에 장착해 레이더의 위협 신호를 탐지하고 분석하는 광대역 디지털수신판과 군 항공정찰기용 디지털 수신판 등과 관련한 국가 핵심기술 개발에 참여 및 제품을 개발해 납품하고 있다”면서 “넥스윌의 장점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개발 및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경쟁사는 부품 하나, 솔루션 하나 이렇게 개발하지만 우리는 솔루션부터 하드웨어까지 모두 개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대로 넥스윌의 사업 내용을 보면 조그마한 기기판부터 서버와 같은 크기의 다중대역 채널화 수신장치 등의 모듈까지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고 있다. 넥스윌이 제작한 제품 가격은 낮게는 수백만원대부터 수억원에 이르는 기기까지 다양하다. 

서 대표가 요즘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방산 분야의 레이더 기술을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가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소형 드론이다. 서 대표는 “뉴스를 통해 드론으로 적을 타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텐데, 앞으로 소형 드론으로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스를 침해하는 일들이 많아질 것이다”면서 “주요 관공서에서는 안티드론 시스템 장착이 의무화됐는데, 곧 민간에서도 안티드론 시스템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민간에서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 보안용 감시 카메라(CCTV)를 사용했다. 하지만 CCTV로 드론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드론을 효과적으로 감시하려면 필수적으로 고감도 레이더 기술이 필요하다. 소형 드론 감시가 절실해지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고 서 대표는 예측한다. 그는 “CCTV의 화질이 아무리 좋아도 공중에서 집이나 기관을 엿보는 드론에 대응하기 어렵다. 공중에 있는 드론을 확인하는 데는 레이더 기술이 꼭 필요한데, 우리는 관련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산 분야의 기술을 민간 시장에서 활용할 방법이 별로 없었는데, 소형 드론이 넥스윌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통신 분야에서 HFR과 SK텔레콤 적용 5G 중계기 등을 함께 개발하여 양산하고 있다. 무선 주파수 기술을 기반으로 했고, 디지털 무선 주파수 기술을 기반으로 고속·광대역 시스템을 구현 및 신호처리 기술이 주력이다. 특히 디지털 무선 주파수(DRF) 기술을 기반으로 광대역 디지털 수신기 및 위상배열 안테나를 이용한 디지털 빔포밍 등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서 대표는 곧 다가오는 6G 시대 및 오-란(O-RAN·Open Radio Access Network Alliance)을 대비하고 있다. 그는 “통신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게 O-RAN인데, 개방형·지능형 무선 접속망을 개발하기 위한 표준화 플랫폼이다”면서 “통신사는 6G나 O-RAN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우리의 디지털 무선주파수나 중계기 기술을 가지고 있는 넥스윌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넥스윌의 기업부설연구소와 연구개발부문 인력이 전체 인력 중 75%를 차지하고, 연구개발 인력의 35% 정도가 석·박사 학위를 고 있을 정도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 대표는 “경쟁사 대비해서 석·박사 비중이 우리가 높다”며 웃었다. 

2년 내 상장 도전 

20여 년 동안 소리소문 없이 성장하고 있지만, 그를 아는 이들은 여전히 “네가 사업을 하게 될지 상상도 못 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서 대표 역시 “엔지니어였던 내가 넥스윌을 지금까지 운영할지는 전혀 몰랐다”면서 “뒤돌아 생각해 보면 여기까지 온 것은 ‘신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넥스윌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그는 무조건 마무리해서 약속을 지킨다. 손해가 나도 마찬가지다. 넥스윌에 맡긴 프로젝트는 어떤 상황이 와도 마무리를 해주면 3~4년 후에 프로젝트를 맡긴 기업이나 그 기업의 소개를 받았다면서 연락해 오기 마련이다. “우리가 홍보나 영업 없이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기술력과 약속을 지키는 신뢰 덕분이다”라며 웃었다. 

서 대표의 올해 목표는 매출 300억원이다. 2년 후 상장하는 게 그의 장기 목표다. 그는 “투자를 받은 이유는 인력 충원과 새로운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넥스윌은 이번 투자 유치로 시즌 2를 시작하게 됐다. 신성장동력을 만들어서 상장까지 가는 게 나의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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