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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도그)는 God(신)이다 [전형일의 세상만사]

인류의 오래된 개고기 사랑
애완견서 반려견으로 지위 격상...상팔자 세상

서울 은평구 물푸레근린공원에 개장한 은평구 반려견 놀이터에서 반려견이 장애물 넘기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형일 칼럼니스트] “북경의 영국 대사관저에서 리셉션이 열렸다. 중국 외교부 장관이 영국 대사의 스패니얼 암캐를 보고 감탄을 했다. 대사는 그 개가 곧 새끼를 낳을 예정인데 만약 장관이 원하면 그 새끼를 선물로 주겠다고 말했다. 몇 개월 뒤 두 마리가 장관의 집으로 배달됐다. 세월이 흐른 후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대사가 물었다. “그 강아지들은 어떻습니까?”

“맛있었습니다”라고 장관이 대답했다.

이 얘기는 여러 버전이 있으나 사실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이보다 확실한 것은 중국인의 ‘개고기 사랑’은 그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는 것이다. 토사구팽(兎死狗烹), 양두구육(羊頭狗肉) 등 개고기와 관련된 고사가 이를 방증한다. 

귀족이 먹었던 개고기

중국인들은 개고기를 ‘향이 나는 고기’라는 뜻의 향육(香肉) 또는 구육(狗肉), 지양(地羊) 등으로 불렀다.

기원전 1600년경의 상(商)나라와 이어지는 주(周)나라에서 개는 가장 중요한 가축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개는 사냥을 하고, 집을 지키고, 최후에는 식용으로 이용됐다. 

개는 그 시대에 귀족들의 제사나 장례에 주요한 제물로 사용됐다. ‘바치다’라는 의미의 ‘헌’(獻)은 두 가지 의미를 지녔다.

먼저 개를 뜻하는 犬은 제사에 공헌(貢獻)하는 것으로 공경과 정성의 뜻을 갖는다. 좌변의 ‘격’(鬲)은 도기나 청동기로 만든 솥을 의미한다. 따라서 ‘獻’은 결국 ‘개고기를 솥에 넣고 삶아서 신에게 공경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제례 외에 다양한 의식에도 사용됐다. 군대가 출정할 때 수레로 개를 들이받아 그 피로 수레의 부정을 씻었다. 또 송사(訟事)가 벌어졌을 때 진실을 맹세하면서도 개를 희생물로 바쳐 부정을 없앴다. 이를 수발(修袚)이라고 했다. (‘한자의 기원’)

고대 중국에서 개고기 서열은 소고기와 양고기 다음이고 돼지고기보다는 더 높게 평가됐다. 

당시 개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귀족이었다. “제후는 이유 없이 소를 죽여서는 안 되고, 대부는 이유 없이 양을 죽여서는 안 되며, 사(士)는 이유 없이 개와 돼지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즉, 士 이상의 귀족이어야만 비로소 개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고 예기(禮記)는 전한다.

전국시대에 들어 개 식용은 보편화됐다. 

“이유 없이 개와 돼지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사문화됐다. 이로써 사회적으로 개를 도살하는 상황이 증가하고, 개를 잡는 직업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인물이 전국시대 5대 자객으로 이름을 떨친 섭정(聶政)이다. 그에 대해 사기(史記)는 “집안이 가난해 개 도살을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대 중국에서도 개고기 식용 전통은 여전하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위린시에서는 매년 하지(夏至)부터 ‘개고기 축제’가 열린다. 1990년대부터 시작돼 매년 1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식용으로 희생된다.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휴먼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은 중국에서 연간 2000만 마리의 개가 도축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4 국제아웃도어캠핑&레포츠페스티벌(고카프) 서울 스페셜 시즌에서 반려견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개 팔자가 상팔자인 세상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조선시대 궁중 수라상 단골 메뉴에 구증(狗蒸·개찜)이 올랐고, 퇴계 이황은 개와 한약재를 고아 낸 약술 무술주(戊戌酒)를 8대 보양식으로 꼽았다. 동의보감 등 주요 한방 문헌에도 ‘오장을 편하고 튼튼하게 해주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해 정력에도 좋다’고 소개돼 있다. 실제로 개고기를 좋아했던 것은 제사와 더불어 보신(補身)의 효과도 컸다.

다산 정약용은 개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했음은 흑산도로 유배 간 형 약전에게 보낸 편지로 알 수 있다. 다산은 형에게 개를 잡고 요리하는 법까지 알려주며 보신을 당부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1980년부터 ‘단고기’(甜肉)라고 부른 이래로 지금도 개고기를 그렇게 부른다. 1970년 저우언라이(周恩来) 중국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이 개고기로 연회를 마련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의 저자 마빈 해리스는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일반적으로 다른 동물성 식품의 공급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발생한다. 게다가 개가 살아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개가 죽어서 제공하는 것들보다 충분히 가치 있지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음식 문화는 환경 요인에 비롯된 것이지 특별한 ‘몬도가네’(혐오성 식품을 먹는 등 비정상적인 식생활) 취향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어찌 됐든 세상이 달라졌다. 먹거리는 풍부해지고 다양해졌다. 인식도 변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호칭도 ‘희롱(玩)한다’는 애완견(愛玩犬)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반려견(伴侶犬)으로 지위가 격상됐다. 

2027년부터는 식용 목적의 모든 것이 법으로 금지된다. 이제 ‘또 하나의 가족’이 된 반려견은 수제 사료를 먹고, 명품으로 치장하고 호캉스를 간다. 

개를 비하하는 ‘개나 소나’ 속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복날 개 패듯’ 개를 학대하면 감옥 간다.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된 세상이다. 

영어 Dog(도그)를 거꾸로 하면 God(신)이 된다.

전형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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