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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면서 좋은 제품도 있다”...‘국민가게’ 다이소와 박정부 회장

[2024 100대 CEO]③
100대 CEO 순위 50위권 진입
가성비·접근성 앞세워 승승장구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 [사진 아성다이소]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다이소(운영사 아성다이소)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싸구려·심심풀이 이미지를 탈피하고 꼭 필요한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모든 것을 사고파는 시대에 독보적인 오프라인 전략으로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다이소의 창업자인 박정부 회장이 ‘이코노미스트’ 100대 CEO 리스트 50위권에 포함됐다.

신유통 공룡의 등장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기업의 매출액·당기순이익·영업이익·고용 등 경영 지표 항목을 별도로 평가한 뒤 합산 기준 1000점 만점으로 환산해 매년 100대 CEO를 선정하고 있다.

다이소의 박정부 회장은 ‘이코노미스트 2024 100대 CEO’ 49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 회장의 올해 순위가 전년 대비 급상승한 것은 지난해(2023년) 다이소의 호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침체로 쟁쟁한 유통기업들이 주춤하는 상황에서도 다이소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이소의 지난해 경영 실적은 ▲매출액 3조4064억5500만원 ▲당기순이익 2505억4200만원 ▲영업이익 2617억3100만원으로 나타났다.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5.6%, 26.9%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4% 증가했다. 다이소의 2022년 경영 실적은 ▲매출액 2조9457억6000만원 ▲당기순이익 1974억6000만원 ▲영업이익 2393억4300만원이다.

업계는 다이소의 호실적 원인으로 두 가지 경쟁력을 꼽는다. 먼저 우수한 ‘접근성’이다. 다이소의 오프라인 매장은 역세권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자리한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는 항상 다이소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편의점을 제외할 경우 유통채널 중 가장 많은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것이 다이소다. 다이소의 전국 매장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1519개다. 이는 2022년(1442개)보다 약 8% 늘어난 수치다.

다이소의 또 다른 성장 요인은 ‘균일가’(품질·품종과 무관하게 동일한 가격을 책정)라는 차별화 정책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다이소 판매 제품의 가격은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 6가지로 구성된다. 아무리 비싼 제품이라도 5000원을 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10대들 사이에서 ‘다이소 깡’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등 단순 잡화점을 넘어 유행을 따르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2030세대 역시 다이소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발상의 전환’ 남들과 달랐던 박정부 회장

물론 다이소가 무조건 저렴한 제품으로만 승부를 보는 것은 아니다. 다이소는 가격 부담은 낮추면서 품질이 어느정도 뒷받침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품질 비율)를 중시한다. 보통 가격과 품질이 정비례하는 중국산 제품처럼 가격이 저렴하면 품질도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이소 제품은 이런 편견을 파괴한다. 새로 출시되는 화장품이나 의류 등이 매번 완판되는 등 다이소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꽤 높은 편이다. 일례로 다이소가 지난해 판매를 시작한 화장품 ‘VT리들샷’의 경우 소비자들 사이에서 ‘샤넬 저렴이’로 불렸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다이소는 가성비 제품을 발굴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빈다. 회사의 소싱(대외구매) 원칙은 ‘물건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곳을 먼저 찾는다’다. 예를 들어 라탄이 유명한 베트남에서 라탄 바구니 제품을 찾고, 이를 검증한 뒤 수입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물론 상품의 완성도만 따지는 것이 아니다. 다이소는 제품의 안전 기준도 엄격하다. 겉모습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안전성이 낮은 제품은 절대 판매하지 않는 게 다이소의 절칙이다. 다이소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품질경영 국제표준인 ‘ISO 9001’ 인증을 받은 기업이다. 다이소가 판매하는 제품은 글로벌 규격에 적합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다이소가 ‘안전한 가성비 제품’ 판매를 추구하는 것은 창업자인 박 회장의 ‘신념’ 때문이다. 그는 이윤만 추구하는 기존 기업들의 태도를 지양했다. 대신 싸고 좋은 물건을 선보여 더 많은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박 회장의 이런 생각은 그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경영 도서 ‘천원을 경영하라’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박 회장은 해당 서적을 통해 “우리는 가격이 싼 제품을 팔지만 싸구려를 팔지는 않는다”면서 “싸기 때문에 품질이 나빠도 된다는 얘기는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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