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시세조종’ 카카오 변호인단 “이준호 ‘김범수 컨펌’ 진술 거짓”
카카오 변호인단 “이준호 부문장, 검찰 수사 혜택 받으려는 동기 있어”
“기존 진술 번복하는 등 수사 적극 협조”…검찰, 이준호 기소유예 처분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사건에서 카카오 측을 변호하는 법무법인이 최근 재판부에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에 대한 반박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부문장은 앞서 관련 공판에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SM엔터 인수와 관련해) 브라이언(김범수 창업자의 사내 영어 이름)의 컨펌(승인)이 났다고 말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카카오 측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변호인단 측은 최근 공판 등에서 “이 전 부문장의 진술들은 객관적 증거와도 전혀 일치하지 않고 진술 내재적으로도 모순되고 일관성이 없다”며 “바람픽쳐스 배임 건 수사로 인해 이 전 부문장은 자신과 가족의 미래가 검찰의 손에 달려있다는 강한 압박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와 관련한 변호인 의견서도 최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사건과 함께 이 전 부문장과 그의 배우자 윤정희 배우 등이 연루된 ‘카카오의 드라마제작사(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을 수사해 왔다.
변호인단 측은 이 지점을 짚으며 “이 전 부문장이 자신에 대한 혐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동기로,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치밀하게 자료와 진술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배임증재·배임수재·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 전 부문장을 22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부문장이 실소유하던 바람픽쳐스를 2020년에 카카오엔터가 고가에 인수하도록 공모해 회사에 31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부문장은 ‘바람픽쳐스 인수’ 건으로 기소됐으나, SM엔터 시세조종 가담 혐의로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전 부문장이 ‘카카오·카카오엔터의 SM엔터 인수’와 관련한 실무를 담당한 인물로 지목됐음에도 불기속 처분이 나오자, 법조계에서는 올해 1월 시행된 자본시장법상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가 적용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 부문장이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서 검찰에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카카오 측 변호인단의 주된 논리다.
변호인단은 특히 이런 의견을 카카오·원아시아파트너스(사모펀드 운용사) 법인 두 곳과 함께 배 전 총괄·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이 피의자로 적시된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에 피력하는 중이다. 해당 사건의 혐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SM엔터 시세조정 의혹의 불법성과 피의자들의 가담 여부를 다투고 있다.
변호인단 측은 “이 전 부문장은 검찰의 두 번째 조사부터 자신의 기존 진술을 번복했고, 공동피고인 지 회장과 전화 통화 장면을 촬영해 그 동영상 파일을 검찰에 제출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며 “이 전 부문장에게는 검찰이 원하는 대로 진술해 별건 수사에서 혜택을 받고자 하는 동기가 있었고, 이는 논리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진술 내용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 전 부문장은 ‘배 전 총괄과 지 회장, 나아가 카카오가 하이브 공개매수를 저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카카오 본사의 지시를 받아 지난해 2월 28일에 직접 SM엔터 주식을 매수한 점에 대해서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지점이 수사에서 혜택을 받고자 하는 동기에서 비롯된 ‘논리적으로 모순된 모습’이라는 게 변호인단 측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기소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본다. 실제로 검찰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사건의 정점으로 김 창업자를 지목한 상태다. 김 창업자가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게 검찰 측 시각이다.
검찰은 앞서 카카오·카카오엔터 법인과 배 전 총괄·이 전 부문장 등 관련자를 수사하며 확보한 자료와 ‘브라이언 컨펌’ 진술 등을 근거로 이런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창업자를 지난 8일 구속 기소했다.
법조계에서는 배 전 총괄 등의 범죄 여부를 가리는 재판에서 법원이 이 전 부문장의 진술에 대한 신뢰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김 창업자의 운명도 결정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전 부문장의 진술 신뢰도가 김 창업자의 혐의 입증에 핵심 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창업자를 구속 기소하며 ‘김 창업자가 경쟁사이던 하이브의 인수를 저지하기 위한 각종 계획과 시세조종 관련 지시를 하고 최종 승인까지 했다’는 취지로 공소장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 측은 이와 관련해 카카오가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진행한 주식매수가 ‘일반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다. 변호인단 측은 “SM엔터의 경영권을 둘러싼 여러 주체의 예상치 못한 이합집산이 발생했고, (카카오는) 사업 협력이라는 기존 제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돌발적인 변화에 불가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며 “시세조종 특유의 불법적 매수도 없고, 그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은 ‘일반적으로는 허용되는 주식매수 행위’를 기소한 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본지는 ‘기존 진술을 번복한 이유’와 ‘카카오 측 변호인단이 브라이언 컨펌 등을 거짓 진술이라고 주장하는 점’ 등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이 전 부문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다. 그러나 이 전 부문장은 답변을 거부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흑백요리사'가 바꾼 예능 판도…방송가 점령하는 셰프들
2'후려치고, 고치고' 머스크, 美 정부 예산 만지작?
3'나체로 여성과 누워있어' 타깃 안 가리는 '딥페이크'
4삼성전자 임원, 올해 자사주 158억 매입
5‘육아 경단녀’ 다시 스타벅스로 돌아오다
6“소비자가 판단할 것”…하림 ‘이정재 라면’ 성적표는
7"왜 일할수록 불안할까"...불안정 노동층이 된 '청년'
8벌써 4년차…하림 프리미엄 ‘더미식’ 자리 못 잡는 이유
9“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트럼프 행정부, 보호무역주의 강화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