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내가 가진 기술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아이제스트 창업” [이코노 인터뷰]

정확성과 빠른 결과 속도 자랑하는 진단키트 개발
산학처장·교수 역할도 수행…교수들에게 창업 도전 적극 권유

이정수 아이제스트 대표는 포항공과대에서 산학처장도 맡고 있다. [사진 아이제스트]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화학공학과의 한 교수가 반도체를 연구하는 교수에게 반도체 센서 하나 가져왔다. 바이오 관련 연구에 사용하기 위한 구입한 것이다. 연구에 적합한 것인지 상의하기 위해서 반도체 전문가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것을 본 반도체 관련 교수는 “이 정도 질이면 우리 대학원생이 만들어도 훨씬 잘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조악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친한 교수가 바이오 연구를 위해 필요하다는 말에 직접 제조를 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10여 년 전부터 그는 반도체 기반 바이오 센서를 개발하는 길에 한 걸음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2016년 3월 나노 구조 반도체 기반의 바이오 센서 제조를 핵심 기술로 하는 스타트업 아이제스트(i-GEST)를 교원 창업했다. 현재 포항공과대(포스텍)에서 산학처장도 맡고 있고 전자전기공학과 교수이자 창업가 등 일인다역을 하는 이정수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바이오 관련 연구를 하는 동료 교수들이 반도체 쪽을 잘 모르니까 성능이 떨어지는 반도체를 이용하고 있었다”면서 “내가 반도체 전문가니까 제대로 만들어서 바이오 분야에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창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제스트는 반도체 센서를 기반으로 한 진단기기와 진단 결과를 스마트폰과 리더기 등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바이오·의료 스타트업이다. 그동안 감염이나 질병 등을 진단하고 검사하는 데는 흔히 흔히 ‘PCR 검사’라고 부르는 ‘중합효소연쇄반응’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 질병 양성 확정을 하는 데 가장 민감도가 높은 검사 방법이라고 평가받는다. 

팬데믹 시기에 신속진단키트(rapid kit)로 검사할 때는 음성이었지만, 몸이 계속 좋지 않을 때 병원에 가서 PCR 검사를 하고 양성 진단을 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속진단키트의 실제 민감도는 57.2% 수준으로 나타났다. 신속진단키트는 편의성과 접근성 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정확도는 PCR 검사를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PCR 검사에도 단점이 많았다. 검사 결과를 얻는 데 4시간 이상 필요하고 수억원에 달하는 분석 장비와 이를 운용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현장에서 진단하는 게 불가능하고 비용이 비싸다는 것도 PCR 검사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다. 

이는 가축 감염병 진단법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는 문제다. 가축 감염병의 하나인 소 브루셀라를 신속하게 검사하는 방법으로 밀크링 반응법(MRT)와 로즈뱅갈 응집법(RBT) 등이 있다. MRT의 경우 검사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저렴한데, 브루셀라 검출 민감도가 56%에 불과하다. RBT 검사의 경우 브루셀라 검출 민감도가 78%로 높지만 의양성(양성이 의심된다는 의미) 판정 위험이 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가축 감염병의 최종 양성 판정을 위해서는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현행 검사법으로는 효과적인 방역 조치가 어려운 것이다. 

전문기업과 협업해 의료기기 등록할 것

아이제스트가 개발한 진단키트는 PCR 검사와 신속진단키트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반도체 기반의 3D 바이오칩을 이용해 현장 진단이 가능한 휴대용 진단키트를 개발했다”면서 “USB 기기처럼 생긴 일회용 측정 스트립을 분석할 수 있는 동글 리더기와 스마트폰을 바로 연결해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제스트는 반도체 기반의 바이오 센서를 활용해 특정 질병과 반응하는 항체를 통해 전류의 변화로 질병을 확인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아이제스트의 기술력은 지난해 4월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에 선정되면서 인정받았다. 투자사인 포스텍홀딩스와 함께한 덕분이다. 한국과 미국 등에 10여 개의 특허도 등록했다. 

이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몇 가지 테스트를 시도했다. 연세대와 함께 인플루엔자 진단을 테스트했고, 자체적으로 심근경색 및 땅콩 알레르기 등의 진단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인플루엔자는 ph 센서(알칼리도 또는 산도를 측정하는 도구)를 활용해 광학식보다 우수한 진단성능을 지녔다는 결과가 나왔고, 심근경색이나 땅콩 알러지 진단에서도 결과가 좋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장벽이 있다. 이 기술을 어떤 전염병을 확인하는 데 사용해야 하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이 대표는 “화학과나 화공과 교수분들과 협업을 많이 해서 다양한 질병 진단을 하고 있는데, 기업처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교수들은 연구하고 테스트하고 논문을 쓰는 게 끝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기업과 접촉을 하고 있는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눈 여겨 보는 것은 암과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진단키트의 상용화에는 의료기기 등록이 필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서비스 가격인 보험수가가 적용되어야 아이제스트의 진단키트를 병원이나 기관 등에서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창업하고 R&D까지 성공했지만 의료기기 등록이라는 큰 장벽을 만났다”면서 웃었다. 이어 “의료기기 등록을 하는 게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면서 “이 작업은 전문기업과 손잡고 해야 할 것 같고, 이를 함께 할 수 있는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판매를 위한 인허가 과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관련 기업과의 협업이 필수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우선 아이제스트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진단기기를 연구실의 테스트용 기기로 먼저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다. 연구실에서 진단키트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니즈를 파악할 수 있고, 의료기기 등록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진단 스트립과 리더기 한 세트 가격은 2만원 정도로 낮게 잡았다”라며 “의료기기 등록이나 진단키트 활용 질병 등이 정해지면 사업은 급물살을 탈 것 같은데, 그 단계를 건너는 게 무척 어렵다”면서 웃었다. 올해 1만 세트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실에 판매할 계획인데, 판매가 이뤄지면 아이제스트의 첫 매출이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포스텍에서 학계와 산업계의 협업을 책임지는 산학처장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창업가 경험이 산학처장 역할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느꼈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 살아봤고, 전자과 교수와 산학처장 그리고 창업까지 여러 역할을 경험했다. 창업은 제 경험과 능력을 사회에 환원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창업은 자신의 기술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 시도한 중요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또한 “동료 교수들에게도 창업하지 않으면 교수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추석 연휴 복부 자상 환자 4시간 넘게 뺑뻉이…응급실 10곳서 퇴짜

2추석 귀경 정체 시작…부산→서울 6시간30분

3추석에도 개미는 투자 걱정...증권사 ‘절세 응원’ 마케팅 봇물

4“유튜브 보여주면 절대 안돼”...우리 아이 달래줄 ‘먹거리 신상템’

5추석 연휴 이후 ‘최악의 증시’...“‘변동성 피난처’ 고배당株 노리세요”

6“이것 담으세요”...추석 연휴 눈여겨볼 만한 해외주식 종목은

7“내 영정사진을 직접 그리고 싶소”…네이버웹툰 ‘추석 맞이’ 추천작

8방콕족을 위한 추석연휴 맞이 추천 게임 및 이벤트

9추석 이후 이어지는 ‘황금연휴’의 달…이 종목 다시 날까

실시간 뉴스

1추석 연휴 복부 자상 환자 4시간 넘게 뺑뻉이…응급실 10곳서 퇴짜

2추석 귀경 정체 시작…부산→서울 6시간30분

3추석에도 개미는 투자 걱정...증권사 ‘절세 응원’ 마케팅 봇물

4“유튜브 보여주면 절대 안돼”...우리 아이 달래줄 ‘먹거리 신상템’

5추석 연휴 이후 ‘최악의 증시’...“‘변동성 피난처’ 고배당株 노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