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90원’ 가격표 붙였더니 터졌다...돌파구 찾은 대형마트
[진화하는 마트 델리]②
대형마트 델리 코너 소비자들 ‘북적’
고물가에 3000~4000원대 한 끼 식사 해결
마트 실적 개선 효과 톡톡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서울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권모(36)씨는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배달 음식을 줄이는 대신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렸다. 권씨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배달을 시켜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음식값이 너무 올라 최근에는 마트에 가서 저렴한 델리 상품을 구매해 먹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델리’(즉석조리식품)가 저렴한 한 끼 식사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맛과 품질이 기대 이상이면서도 스시부터 샐러드·한식·디저트까지 종류도 다양한 것이 인기의 요인이다.
특히 이커머스와 편의점에 밀리던 대형마트는 델리 특화 매장을 앞세워 ‘돌파구’를 찾고 있는 모양새다. 고물가와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가성비’ 수요가 늘면서 대형마트의 델리 상품이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맛·가성비 다 잡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외식 물가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대형마트에서 저가 실속형을 내세운 마트 델리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독자적인 메뉴와 레시피 개발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우며 각 사마다 다양한 델리 상품을 선보인다.
이마트는 치킨류·간편 식사류·즉석 피자가 대표 델리 상품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8월 9일 새롭게 출시된 ‘어메이징 완벽치킨’(6480원)은 출시 첫날부터 완판 행진을 이뤘다. 치킨류의 지난 한 달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3% 증가하기도 했다.
김밥·샐러드·샌드위치·유부초밥 등 간편 식사류는 같은 기간 전년 동기 대비 33.3% 상승했다. 샌드위치 5종은 4280원의 균일가로 판매되며 삼각김밥 3종은 1580원, 빅 삼각김밥 2종은 288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과 업그레이드된 맛, 넉넉한 양으로 승부한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는 기존에 3~4인 가족 타깃의 요리 위주로 메뉴를 개발해 왔지만, 최근 들어 소포장 MZ세대 타깃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빌리엔젤’, ‘그릭데이’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 단독 프리미엄 디저트 라인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물가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낮추는 것은 물론 맛으로도 외식 메뉴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킴스클럽은 지난 3월 킴스클럽 강서점에 델리 전문점 ‘델리 바이 애슐리’를 개점했다. ‘애슐리퀸즈’ 뷔페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 200여 가지를 균일가 399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강서점, 부천점, 강남점 3개 매장에서 누적 판매량은 8월 말 기준 90만개를 돌파하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델리 바이 애슐리 매장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 중 8월 말 기준 가장 판매율이 높은 베스트셀러는 시그니처 양념치킨·연어초밥·텍사스 윙·버팔로 치킨봉·시그니처 통살치킨, 연어 새우 후토마끼·스파이시 깐풍치킨 등이 있다. 베스트셀러 5위 안에 드는 델리 메뉴 역시 각각 2만개 이상씩 판매됐다.
이랜드킴스클럽이 3990원이란 저렴한 가격대를 책정할 수 있었던 것은 ‘규모의 경제’ 덕분이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식자재 유통 사업 ‘이랜드팜푸드’를 통해 우수한 식자재를 공동구매하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또 이랜드그룹의 외식 메뉴 개발 전담팀을 통해 델리 개발을 전문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랜드킴스클럽 관계자는 “가장 최근 오픈한 강남점은 델리가 평일 일평균 5000개, 주말 8000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며 “애슐리퀸즈 뷔페 인기 메뉴뿐 아니라, R&D실에서 개발하는 시즌별 단독 메뉴도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6월 서울 제타플렉스 잠실점·서울역점·그랑그로서리은평점 등 4개 점포에서 즉석식품을 구매해 바로 먹을 수 있는 ‘요리하다 월드뷔페’ 운영을 시작했다. 장어 지라시스시, 에그누들, 깐쇼새우 등 60여 종의 뷔페 메뉴 상품을 3990원 또는 499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새 브랜드다.
요리하다 월드뷔페의 높은 인기에 따라 8월 한 달간 롯데마트 전체 델리 코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상승했다. 이에 롯데마트는 7월 17일부터 경기 의왕, 군산점 등 적용 점포를 늘려 현재 27곳에서 요리하다 월드뷔페를 운영 중이며 앞으로 전 점포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커머스 대항마 될까
가성비 델리 상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데에는 외식 물가의 폭발적 상승이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2.8%로,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 평균(2.0%)보다 높았다. 2021년 6월부터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을 웃돌고 있다.
대형마트는 치솟는 외식 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을 틈새 공략해 신선식품과 즉석조리(델리) 등 식음료(F&B)를 집중 공략하고 나섰다. 일반 생필품과 달리 직접 상태를 보고 사려는 수요가 많은 델리만큼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우위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형마트는 F&B 강화 기조를 위해 매장 구성 또한 개편하고 있다. 비식품보다 식품 매장 면적과 품목 수를 늘리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식품 매장의 비율을 점차 높이고 있으며 상품기획 구성과 조달도 식품 카테고리를 확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맛도 있고 가격도 합리적인 대형마트 델리 식품은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유인하는 데 있어 상당히 경쟁력이 높다”며 “일정한 지역 내에서 배달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치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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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델리’(즉석조리식품)가 저렴한 한 끼 식사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맛과 품질이 기대 이상이면서도 스시부터 샐러드·한식·디저트까지 종류도 다양한 것이 인기의 요인이다.
특히 이커머스와 편의점에 밀리던 대형마트는 델리 특화 매장을 앞세워 ‘돌파구’를 찾고 있는 모양새다. 고물가와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가성비’ 수요가 늘면서 대형마트의 델리 상품이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맛·가성비 다 잡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외식 물가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대형마트에서 저가 실속형을 내세운 마트 델리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독자적인 메뉴와 레시피 개발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우며 각 사마다 다양한 델리 상품을 선보인다.
이마트는 치킨류·간편 식사류·즉석 피자가 대표 델리 상품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8월 9일 새롭게 출시된 ‘어메이징 완벽치킨’(6480원)은 출시 첫날부터 완판 행진을 이뤘다. 치킨류의 지난 한 달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3% 증가하기도 했다.
김밥·샐러드·샌드위치·유부초밥 등 간편 식사류는 같은 기간 전년 동기 대비 33.3% 상승했다. 샌드위치 5종은 4280원의 균일가로 판매되며 삼각김밥 3종은 1580원, 빅 삼각김밥 2종은 288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과 업그레이드된 맛, 넉넉한 양으로 승부한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는 기존에 3~4인 가족 타깃의 요리 위주로 메뉴를 개발해 왔지만, 최근 들어 소포장 MZ세대 타깃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빌리엔젤’, ‘그릭데이’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 단독 프리미엄 디저트 라인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물가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낮추는 것은 물론 맛으로도 외식 메뉴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킴스클럽은 지난 3월 킴스클럽 강서점에 델리 전문점 ‘델리 바이 애슐리’를 개점했다. ‘애슐리퀸즈’ 뷔페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 200여 가지를 균일가 399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강서점, 부천점, 강남점 3개 매장에서 누적 판매량은 8월 말 기준 90만개를 돌파하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델리 바이 애슐리 매장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 중 8월 말 기준 가장 판매율이 높은 베스트셀러는 시그니처 양념치킨·연어초밥·텍사스 윙·버팔로 치킨봉·시그니처 통살치킨, 연어 새우 후토마끼·스파이시 깐풍치킨 등이 있다. 베스트셀러 5위 안에 드는 델리 메뉴 역시 각각 2만개 이상씩 판매됐다.
이랜드킴스클럽이 3990원이란 저렴한 가격대를 책정할 수 있었던 것은 ‘규모의 경제’ 덕분이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식자재 유통 사업 ‘이랜드팜푸드’를 통해 우수한 식자재를 공동구매하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또 이랜드그룹의 외식 메뉴 개발 전담팀을 통해 델리 개발을 전문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랜드킴스클럽 관계자는 “가장 최근 오픈한 강남점은 델리가 평일 일평균 5000개, 주말 8000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며 “애슐리퀸즈 뷔페 인기 메뉴뿐 아니라, R&D실에서 개발하는 시즌별 단독 메뉴도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6월 서울 제타플렉스 잠실점·서울역점·그랑그로서리은평점 등 4개 점포에서 즉석식품을 구매해 바로 먹을 수 있는 ‘요리하다 월드뷔페’ 운영을 시작했다. 장어 지라시스시, 에그누들, 깐쇼새우 등 60여 종의 뷔페 메뉴 상품을 3990원 또는 499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새 브랜드다.
요리하다 월드뷔페의 높은 인기에 따라 8월 한 달간 롯데마트 전체 델리 코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상승했다. 이에 롯데마트는 7월 17일부터 경기 의왕, 군산점 등 적용 점포를 늘려 현재 27곳에서 요리하다 월드뷔페를 운영 중이며 앞으로 전 점포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커머스 대항마 될까
가성비 델리 상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데에는 외식 물가의 폭발적 상승이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2.8%로,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 평균(2.0%)보다 높았다. 2021년 6월부터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을 웃돌고 있다.
대형마트는 치솟는 외식 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을 틈새 공략해 신선식품과 즉석조리(델리) 등 식음료(F&B)를 집중 공략하고 나섰다. 일반 생필품과 달리 직접 상태를 보고 사려는 수요가 많은 델리만큼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우위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형마트는 F&B 강화 기조를 위해 매장 구성 또한 개편하고 있다. 비식품보다 식품 매장 면적과 품목 수를 늘리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식품 매장의 비율을 점차 높이고 있으며 상품기획 구성과 조달도 식품 카테고리를 확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맛도 있고 가격도 합리적인 대형마트 델리 식품은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유인하는 데 있어 상당히 경쟁력이 높다”며 “일정한 지역 내에서 배달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치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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