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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주식, 산업활성화 목표로 제도화해야” [순화동필]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기고
"대부분 규제, 확 풀어 산업 성장시켜야"

올해 국내 투자자가 올해 엔비디아 주식만 1조 이상을 매수했다고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올해 국내 투자자가 올해 엔비디아 주식만 1조 이상을 매수했다고 한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기업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이렇게 투자를 많이 했다는 것은 반가운 뉴스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국내 기술주가 국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말이라 씁쓸할 수밖에 없다.

뉴욕증권거래소와 경쟁하는 미국의 나스닥과는 달리 국내의 코스닥은 유가증권의 ‘2부 리그 시장’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벤처가 더 나오고, 기술 스타트업이 지속해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코스닥을 비롯한 다양한 벤처기업 증권거래시장이다. 이 중 하나의 꼭지가 비상장주식 거래시장이다.

국내에도 금융위원회의 규제 샌드박스 덕분에 그동안 꼭 필요했던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이 등장하게 됐다. 이로써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비상장 투자가 활성화했고, 국내 투자자들은 토스, 무신사, 컬리와 같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비상장 투자 플랫폼을 현행 샌드박스 체계에서 민간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간 우리나라의 비상장 투자 플랫폼은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장외 주식시장(K-OTC), 벤처기업협회가 운영하는 구주 거래 유통망이 있었다. 그동안 관이나 협회만 있던 비상장 주식 거래 시장에서 최초로 민간 주도의 거래 시장이 생긴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의 등장으로 투자자들의 재산권 또한 지켜지게 됐다. 국내에서 벤처투자자들의 유일한 회수 전략은 그동안 기업공개(IPO)였는데, 만약에 창업자나 대표이사가 IPO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자금 회수가 어렵게 된다. 여기서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의 역할이 있다. 특히 구주를 거래할 상대방을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개인투자자는 기업이 IPO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투자 자산을 그냥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비상장 투자 플랫폼의 등장은 벤처투자자 입장으로써 매우 반가운 일일뿐더러, 지금의 증권계의 화두인 벨류업과도 맞닿아 있다. 샌드박스 최대의 성과라고 할 만하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뢰도를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성장 위해 신뢰도 제고해야"


그러나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뢰도를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는 것이다. 비상장 플랫폼이 자신이 발행한 주식을 유통한다거나, 계열사가 투자한 회사의 주식을 유통하면서 주가를 형성시키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저해시킨다.

한국거래소가 몰래 특정 기업에 투자한 후 그 회사를 상장시키면 어찌되겠는가. 이렇듯 발행과 유통은 철저하게 분리돼야한다. 사실 투자자를 기망할 의사가 없다면 발행과 유통을 겸하게 달라는 요구가 있을 수 없다. 비상장 주식 거래소가 한국의 대표 벤쳐기업 거래소로 자리매김하려면 자기 자신이 별도의 펀드사업을 진행해선 안될 것이다.

이런 이해관계 충돌 부분만 해결된다면, 다른 대부분의 규제는 확 풀어 산업을 성장시켜야한다. 얼마 전, 토스의 주식을 사기 위해 개인투자자들이 당근마켓까지 넘어간다는 신문 기사가 나온 것은 비상장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규제의 부작용을 보여준다. 이러한 수요를 적극적으로 규제 안으로 포섭해 기존 주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새로운 투자자의 투자수요를 만족해야 이러한 비정상적 금융 거래를 막을 수 있다.

개인들이 코인에는 수억원씩 투기할 수 있는데 그보다 훨씬 더 건전한 자산인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주식투자의 한계를 만드는 것은 산업 활성화의 걸림돌이 될 뿐더러 형평성이나 자본의 효율성에서도 문제가 된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의 활성화로 토스나 무신사와 같은 널리 알려진 플랫폼부터 인공지능(AI)이나 2차전지와 같은 차세대 산업군까지 기업에 투자하고 회수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 

국내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상당히 높다. 벤처투자나 기술·중소기업도 당연히 개인투자자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의 재산권 또한 지켜져야 한다. 비상장 거래 활성화는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고, 떠나간 국내 투자자들을 다시 잡아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포용적 제도’, 즉 일반 대중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서비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이 투자자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벤처기업 주식 중개 서비스를 안전하게 제공해 국가 미래 산업을 지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_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경영학박사 학위 취득 후,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 등을 역임 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공지능(AI)위원회 위원, 한국벤처투자 사외이사, 한국벤처창업학회 부회장, 한국창업학회 부회장, 한국전자거래학회 기획이사, 한국경영정보학회 이사, 한국중소기업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디지털 컨텐츠 비즈니스 전략 및 유저 행태 분석,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모델 분석, 디지털 플랫폼 전략, 정보기술(IT) 벤처기업 창업 등이며 산업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공공 기관 및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인터넷기업들의 IT 정책 및 전략 자문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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