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WGBI 편입…“MSCI 선진국 지수도 잡을까”
[선진 금융시장으로 가는 길]②
“전체 자본시장 파이 커지며 투자 선순환 기대”
개정 자본시장법 공포…내년 3월 공매도 재개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하면서 전체 자본시장의 업그레이드 효과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다른 채권과 주식투자, 향후 녹색국채까지 투자의 선순환이 일어날 것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주식시장의 숙원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글로벌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10월 8일(현지시간) 채권지수분류에서 한국을 WGBI에 편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2년 9월 WGBI 관찰대상국 지위에 오른 이후 2년 만이다. WGBI 편입을 위해서는 ▲국채 발행 잔액 ▲신용등급 ▲시장 접근성 세 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하는 등 기준이 까다로워 WGBI에 편입되면 ‘선진 국채클럽’으로 꼽힌다.
한국은 세계에서 26번째로 WGBI에 편입한 국가로 자리매김한 동시에 영국과 스페인에 이어 9번째로 큰 투자처가 된다. 실제 편입은 내년 11월께 이뤄지며 1년간 분기별로 편입 비중이 확대된다. WGBI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2.2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70조∼88조원 수준의 추종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WGBI 편입으로 재정 운용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자금 유입만큼 국고채 발행 여력이 추가로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자금 유입 규모는 정부의 연간 국고채 순발행 규모에 맞먹는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에 201조3000억원의 국고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83조7000억원이 순발행이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국고채 발행 규모가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자금이 들어와 금리가 낮아지면 정부 입장에서 조달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예상된다. 국고채 발행 잔액이 늘면서 지난해 국고채 이자 비용만 23조원에 달했다. 또한 국고채 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채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도 낮아질 수 있다.
정부는 WGBI 편입으로 채권 시장을 넘어 자본시장 파이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 21일 열린 ‘FTSE 러셀의 한국 WGBI 편입결정 발표 관련 설명’ 브리핑에서 곽상현 기획재정부 국채과장은 “국채로 자금이 들어오지만 결국 회사채 시장도 발전이 된다”며 “전체적인 자본시장이 커지고, 위상이 올라갔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면 좋을 거 같다”고 강조했다.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공매도 등 과제 개선 ‘촉각’
WGBI와 외환시장 구조개선이 서로 선순환하며 외환시장 자체가 커지는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날 정여진 기재부 외환제도과장은 “WGBI는 정해진 것에 맞춰 넣는 패시브 투자자가 많고, 지수를 그대로 추종한다”며 “외환시장이 점점 더 커지면서 유동성이 커지면 변동성이 적어지고 더 효율적인 환전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전 비용이 줄어드니까, 더 들어오면서 선순환이 이뤄진다”며 “계좌개설을 해야 하니 이 투자가 다른 채권, 녹색채권, 주식투자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WGBI 편입으로 주식시장의 숙원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의 향방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채권·외환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된 만큼 현재 저평가된 한국 주식시장의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MSCI 선진국지수는 글로벌 펀드자금이 벤치마크로 추종하는 규모가 가장 큰 지수로,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글로벌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2년 기준 우리나라가 선진국지수에 편입 시 국내 증시로 최대 360억달러(약 49조6656억원)가 순유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6월 MSCI가 발표한 ‘2024년 시장 분류’에서 이전과 같은 신흥국지수로 분류됐었다. MSCI 지수는 전 세계 증시를 ▲선진국 시장 ▲신흥국 시장 ▲프론티어 시장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4년부터 선진국으로 승격 가능한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된 상태였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려면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1년 이상 올라야 한다.
우선 정부는 MSCI 선진국지수 재편입을 위해 외환시장 개선을 추진 중이다. MSCI가 지적해 온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월 외환시장 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어 올해 7월부터 외환거래 시장을 기존 오후 3시 30분에서 새벽 2시까지로 늘렸다. 1997년 자유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27년 만의 대대적인 개편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1월 4일 열린 ‘코리아 캐피털 마켓 콘퍼런스’에서 “MSCI 기준을 맞추기 위해 영문공시가 시행 중이며 외환시장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IRC)를 폐지했다”며 “청산결제 개선을 위해 옴니버스 계좌 활성화와 장외 거래 규제도 완화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MSCI 지수 편입을 위해 공매도 재개 여부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의 공매도가 전면금지되면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악영향을 줬고, 국제 투자자들의 신뢰도 역시 떨어졌다. 실제 MSCI는 지난 6월 발표한 시장 분류에서 한국 증시가 접근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공매도 관련 항목에서 마이너스(개선 필요)로 평가했다.
정부는 전면 금지했던 공매도에 제도개선 법제화를 추진, 내년 3월 말부터 재개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매도를 하려는 기관·법인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내부통제 기준 마련 ▲증권사 확인 의무가 부과된다. 불법 공매도를 통한 부당이득액이 50억원이 넘어갈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매도 재개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내년 3월 공매도 재개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며 “다만 재개 전에 불법 공매도를 완벽하게 적발할 전산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공매도가 아닌 일부 대량 공매도에 대해서만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효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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