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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는 로봇’으로 시작된 ‘로보틱스’ 꿈...현대차그룹 10년 발자취

[도로를 벗어난 현대차]②
현대차그룹, 2018년 로보틱스랩 신설
웨어러블 로봇부터 자율 로봇까지 개발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사진 보스턴 다이내믹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현대자동차가 도로를 벗어났다. 평탄한 길을 벗어난 현대차의 다음 개척지는 ‘로봇’이다.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라는 목표를 필두로, 현대차가 그리는 청사진 중심에는 로봇이 서 있다. 무동력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 로봇개 ‘스폿’,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 등 잇따라 공개되는 로봇들이 이를 방증한다.

로봇 영역에서 현대차가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차는 ‘의료용 외골격 로봇’(H-LEX)을 공개했다. H-LEX는 보행보조 착용 로봇으로, 걷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설계 및 개발됐다. 단순 보행보조에 그쳤던 H-LEX는 ‘이동의 한계’ 확장과 함께 본격적인 ‘로보틱스 기술’ 개발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겸했다.

다음으로 세상에 공개된 로봇은 ‘의료용 착용 로봇’(H-MEX)다. H-MEX는 지난 2017년 글로벌 전기전자 박람회‘CES 2017’에서 공개됐다. H-LEX가 보행 보조에 주안점을 뒀다면, H-MEX는 더 나아가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이동에 초점을 맞췄다. 단순 보행을 보조하는 로봇 H-LEX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하반신 마비 환자가 걸을 수 있도록 돕는 H-MEX가 탄생한 것이다.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로봇 기술은 이미 미래 자동차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며 “우리는 그 기술을 활용해 이동 약자들에게도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미래를 선사하고 싶었다”고 로봇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상완 근력을 보조하는 '엑스블 숄더' 로봇을 착용한 로보틱스랩 연구원들이 팔을 올려 모형 차량 하부의 부품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의 미래 혁신 분야 ‘로봇’

시간이 흘러 2018년, 현대차그룹은 로봇·인공지능(AI) 분야를 5대 미래혁신 성장분야 중 하나로 선정했다. 관련 기술 개발에 주력하기 위해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로봇 분야를 전담하는 로보틱스(Robotics)팀을 신설하고, 관련 부문 간 협업을 확대해 나갔다. 현대차가 그리는 청사진의 윤곽이 짙어진 순간인 셈이다.

그 결과, 현대차의 로보틱스 기술은 ‘의료 영역’을 넘어 ‘산업 영역’까지 닿기 시작했다. 그 주인공들은 ‘의자형 착용로봇’(H-CEX)와 ‘윗보기 작업용 착용로봇’(H-VEX)다. 이들 모두 산업 현장 적용을 목적으로 개발됐는데, 신설된 로보틱스랩(전략기술본부)과 생기개발센터(생기개발본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먼저 H-CEX은 작업자의 앉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무릎관절 보조 시스템이다. H-CEX를 사용하면 허리 및 하반신 근육의 활성도가 약 80% 가량 줄어들어, 작업자의 작업 효율성이 대폭 향상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H-VEX다. H-VEX는 몸을 뒤로 젖힌 채 팔을 들고 일해야 하는 작업자의 힘을 보조해주는 시스템이다. 특히 목과 어깨 등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돕는데, 작업자가 팔을 올리면 최대 60Kg가량의 힘을 더해준다. 이는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예방 및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이점이 있다.

다년간 축적한 개발 경험은 결국 엑스블(X-BLE)이라는 꽃을 피웠다. X-BLE은 현대차그룹의 웨어러블 로봇 브랜드다. X-BLE은 ‘무한한 잠재력’을 의미하는 ‘X’와 ‘무엇이든 가능하게 한다’는 ‘able’을 결합한 이름이다. 현대차그룹은 X-BLE을 통해 의료와 산업, 생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실시할 방침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기아 오토랜드 광명 공장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입는 로봇’에서 ‘자율 로봇’으로

이제 현대차그룹은 웨어러블 로봇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선봉장은 미국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6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공식 인수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처음 단행한 대규모 인수·합병(M&A)였다.

당시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확보를 위해 약 8억8000만달러(약 1조2200억원)을 사용했다. 지분 인수에는 현대차(30%)·현대모비스(20%)·현대글로비스(10%)가 참여했다. 정의선 회장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0%를 확보함으로서 현대차그룹은 총 80%의 지분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의 사내 부서 로보틱스랩이 ‘웨어러블’ 로봇에 집중한다면,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자율 임무’가 가능한 로봇에 주안점을 둔다. 둘 다 같은 로봇을 개발하지만, 서로 다른 색을 띠는 로봇을 개발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이후 첫 협력 프로젝트는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이다. 해당 로봇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에, 로보틱스랩의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를 접목시켜 완성됐다.

4족 보행 다음은 2족 보행이다. 지난 10월 30일(현지 시각)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한 영상을 공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이다. 이 로봇의 이름은 아틀라스다. 당시 공개된 영상에는 업무 중 겪은 실패 과정을 학습해 다시 옳은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당시 영국 테크 전문 매체인 테크레이더는 “올해 핼러윈의 가장 무서운 영상은 아틀라스”라며 “현장에서 즉각적인 판단이 필요한 경우 적용이 어려운 기존 로봇들과 달리 아틀라스 로봇은 공장 근로자와 나란히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한 바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스폿, 아틀라스 외에도 창고 같은 물류 시설에 특화된 로봇 팔 ‘스트레치’ 등을 개발했다. 스트레치는 자율주행로봇(AMR)에 다관절 산업용 로봇을 결합한 형태를 띠는데, 약 22.7kg 물건을 들어서 운반 가능하다. 수직으로 최대 3.2m, 수평으로 1.95m까지 도달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개발 흐름을 살펴본 전문가는 현재까지 현대자동차그룹이 테슬라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아트라스를 예로, 해당 로봇이 테슬라의 휴머노이드보다 더 자연스럽고 역동적인 동작이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호평했다.

이경준 한국로봇산업협회 국장은 “테슬라의 휴머노이드는 작업지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존재했다”며 “이에 반해 현대차그룹의 아트라스는 자연스럽고, 역동적인 동작이 가능해 비교적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근 테슬라는 진보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로봇 영상을 공개했다”며 “영상을 보면 공장작업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작업 수행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여 발전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과 테슬라의 경쟁은 로봇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며, 산업과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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