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올리는 재건축, 집값 안정화 가능할까
[1기 신도시 재건축 과제]①
선정 위해 일부 단지 사업성 낮춰
선도 지구 선정 앞두고 분당 등 집값 오른 사례도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1기 신도시 내 13개 구역 3만5897가구가 가장 먼저 재건축을 추진하는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정부는 재건축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고 집값을 안정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나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며 해결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와 경기도·고양시·성남시·부천시·안양시·군포시는 지난 11월 27일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분당은 총 3개 구역 1만948가구, 일산은 3개 구역 8912가구, 평촌은 3개 구역 5460가구, 중동은 2개 구역 5957가구, 산본은 2개 구역 4620가구가 해당한다.
분당은 ▲샛별마을 동성(2843가구) ▲양지마을 금호(4392가구) ▲시범단지 우성(3713가구), 일산은 ▲백송마을 1단지 등(2732가구) ▲후곡마을 3단지 등(2564가구) ▲강촌마을 3단지 등(3616가구)이 포함됐다. 평촌은 ▲꿈마을금호 등(1750가구) ▲샘마을 등(2334가구) ▲꿈마을우성 등(1376가구), 중동은 ▲삼익 등(3570가구) ▲대우동부 등(2387가구), 산본은 ▲자이백합 등(2758가구) ▲한양백두 등(1862가구)이 해당한다.
선도지구 선정에 15만3000가구나 몰려
국토부는 이와 별도로 선도지구로 선정되지 않은 구역 중 주택 유형이 연립인 2개 구역 1만4000가구에 대해 별도 정비물량으로 선정해 선도지구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원·관리하기로 했다. 이들 2개 구역을 포함하면 분당은 총 4개 구역 1만2055가구, 일산은 4개 구역 9174가구로 늘어난다.
국토부는 신속한 후속절차 진행을 위한 행정 및 금융 지원방안도 발표했다. 정비사업의 장애물 중 하나인 학교 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부와 교육부, 경기도교육청 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정비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도록 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분담금 산출 업무를 지원토록 해 추정분담금 산정 결과에 따른 주민 간 갈등을 줄인다는 내용이다.
정비사업 추진 시 반복되는 동의서 작성 등이 수월하게 진행되도록 스마트도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전자동의 방식도 시범도입한다.
금융 측면에선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 조성을 내년에 완료하고 2026년 정비사업 초기사업비부터 지원할 계획이다. 통합정비 시의 특화보증도 내년까지 준비를 마친 다음 미래도시펀드와 연계해 사업비 보증 시기를 앞당기고 초기사업비부터 보증을 추진한다.
관리처분 후 총사업비 산정 시에는 공사비를 적극 포함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한도 내에서 필요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가 채무 부담 없이 기반시설 비용을 조달할 수 있도록 공공기여금 유동화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또한 국토부-지자체-주민-미래도시지원센터 간 협력체 구성, 가이드라인 제작·배포를 포함해 찾아가는 설명회 등을 통해 통합정비 일련의 과정에서 예상되는 갈등 줄이기에 나선다.
이와 함께 국토부와 경기도, 1기 신도시 각 지자체는 내년 상반기까지 구역별 정비계획 수립 시기를 단계별로 제시하는 등의 순차정비 방안을 마련한다. 예정 구역의 정비 시기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공모 없이 주민제안 정비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연차별 정비물량 내에서 승인해나가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공모에 총 15만3000가구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 기준 물량(2만6000가구)의 5.9배 수준이다. 지역 여건에 따라 지자체가 기준 물량의 50%를 추가 지정할 수 있어 최대 3만9000가구가 선도지구가 될 수 있었다.
선도지구 공모에 단지들이 몰린 것은 ‘속도전’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선도지구의 재건축 착공 목표를 윤석열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7년으로, 입주는 2030년으로 잡고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이기에 선도지구로 선정돼야 추진 동력이 확보되며, 이후에는 상황 변화에 따라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주민들 사이에 생겼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와 1기 신도시 지자체들은 ‘정량평가’만으로 선도지구를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추후 분쟁 소지를 고려해 점수대로 1등부터 줄을 세워 정했다는 뜻이다.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표준 평가 기준에서 ‘주민 동의율’ 점수가 60점으로 가장 높았지만, 이는 당락을 가르는 요소가 되지 못했다. ‘만점’ 단지가 속출해서다. 분당의 경우 주민동의율 95%를 넘긴 만점 구역이 1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분담금 폭탄 및 집값 상승 우려
다만 국토부는 공모한 구역들의 등수와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선정되지 못한 구역의 반발 우려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선도지구로 선정됐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가장 큰 난관 중 하나가 사업성 여부다. 1기 신도시 단지들은 선도지구로 선정되기 위해 추가 공공기여를 약속하고 이주대책에 쓰일 임대주택 비율을 최대한 높게 써내는 등 공격적인 제안을 했다. 모두 사업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다. 문제는 사업성이 줄어들 경우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건설사 이익이 줄거나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주민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고 결국 사업 추진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용적률에 따른 사업성 차이로 ‘추가분담금 폭탄’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현재 재정비 기준 용적률(아파트 기준)은 ▲분당 326% ▲일산 300% ▲평촌 330% ▲산본 330% ▲중동 350%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 재건축이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킬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사업은 노후화된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짓는 사업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신축 아파트로 새로 거듭나면 집값이 오른다. 실제 건축비 등을 고려하면 현재 집값에 최소한 건축비를 더한 것 이상으로 호가가 계산돼야 하는데, 이 경우 아파트 가격은 최소 국민평형(전용면적 84㎡) 기준 3억~4억원 이상 오른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선정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일부 아파트·빌라 단지의 호가가 최근 수억원 뛴 것으로 나타났다. 호가가 직전 실거래가 대비 10억원 이상 오른 곳도 있었다. 또 다른 선도지구인 일산과 평촌에서도 호가 띄우기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선도지구 지정 발표가 호재가 돼 분당 전체적인 집값 상승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6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4% 올랐다. 2주 전만 해도 0.01% 하락을 보였으나 지난주 0.03%, 이번주 0.04% 오르며 상승세를 나타냈다. KB부동산의 주간 아파트 시장동향 자료에서도 분당구의 상승률이 전주(0.06%) 대비 0.11%p 오른 0.17%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성동구(0.14%)와 서초구(0.14%)보다도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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