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산별노조 1명만 있어도 원청 교섭?…한화오션 사태 후폭풍
- [전문기자칼럼]
경남지노위, 웰리브 사용자성 판단 유보한 채 교섭 절차 인정
사용자성 판단 없는 교섭 개시는 본말전도된 결정
협상 테이블이 교섭 자격 논쟁의 장 될 수도
노란봉투법 후폭풍은 단순히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넓어진 데 있지 않다. 노사 교섭장에 진입하는 문턱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
최근 경남지방노동위원회의 한화오션 사건 결정은 그 상징적 사례다. 경남지노위는 한화오션이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금속노조 산하 웰리브지회 조합원을 제외해 공고한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웰리브지회 조합원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 여부 판단은 유보했다. 웰리브는 한화오션에 급식을 공급하는 단체급식 회사다.
경남지노위 결정은 표면적으로 보면 절차적 문제에 대한 판단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결정이 던지는 함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현행 노동법 체계 아래서는 기업별 노조가 없어도 산별노조에 가입하면 교섭이 가능하다. 노조법 제29조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산별노조 지부·분회는 독립된 교섭 당사자가 아니며, 산별노조 본체가 교섭 주체가 된다.
개별 사업장 소속 조합원이 1명이라도 있으면 산별노조가 해당 회사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노란봉투법까지 결합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노란봉투법은 ‘실질적·구체적 지배력’ 개념을 명문화하면서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넓혔다.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은 ‘계약 외 근로자’라도 원청이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용자로 인정될 길이 열렸다.
이번 경남지노위 결정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결정 논리대로라면 산별노조 소속 조합원 중 일부라도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면, 사용자성 인정이 어려운 조합원이 포함돼 있어도 일단 모두 교섭 대상에 포함된다.
비유하자면 미성년자 출입금지 업소에서 단체 손님 중 미성년자로 의심되는 이가 섞여 있어도 “일단 입장시키고 신분 확인은 나중에 하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용자성 인정에 따른 교섭권 여부 판단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교섭 테이블에는 우선 앉히라는 것이다.
노동위는 교섭 지연을 우려했다고 설명한다. 사용자성을 판단할 경우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노사 양측이 반발해 중노위 재심과 법원 소송 등으로 이어져 교섭 개시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결정이다.
교섭 지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교섭 자격을 갖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산별노조 체계에서는 이해관계가 다른 지회·분회들이 한 교섭 틀 안에 묶인다. 실제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낮은 하청노조까지 산별노조를 통해 원청 교섭에 참여하게 되면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 자체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어렵게 원청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받아 교섭권을 확보한 노조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침해될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교섭 자격이 불분명한 조직의 요구까지 함께 책임지려 할까.
임금·성과급·복지·정년·인력 운영 등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순간 내부 갈등은 불가피하다.
노-사간 관계에도 악재다.
사용자는 사용자성 인정이 어려운 노조 요구까지 수용하려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고 교섭권이 인정된 노조 요구만 제한적으로 수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교섭은 공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한화오션은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노란봉투법의 취지가 원청 책임 강화에 있다면, 그만큼 교섭 자격에 대한 기준 역시 명확해야 한다.
“일단 교섭부터”라는 결정은 협상 테이블은 문제 해결의 공간이 아니라 끝없는 자격 논쟁과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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