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페스티벌’ 빛낸 현해리 대표, 그를 이끈 ‘나침반’은 이 책 [CEO의 서재]
일본 장인정신 비튼 ‘납기일 절반’ 눈길
불황 속 콘텐츠 업계, 일본전산 사훈 와닿아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청년 제작사가 ‘칸 국제 드라마 페스티벌’을 개척했다. 선봉장은 현해리 무암(MooAM) 프로덕션 대표다. 무암은 직원 대다수가 20대로 구성된 콘텐츠 제작사다. 현 대표는 ‘계약직만 9번 한 여자’와 ‘스티커’로 칸 국제 드라마 페스티벌 ‘핑크 카펫’을 밟았다.
현재 무암은 총 20개의 콘텐츠 IP를 보유한 K-콘텐츠 제작사로 우뚝 성장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3년이다. 그가 한 땀 한 땀 꿰어낸 작품들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그가 손수 작품을 빚어내는 모습은 마치 ‘장인’ 같다.
‘완벽한 기본기를 토대로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한다’는 그에게도 든든한 길잡이가 있다. 바로 책이다. K-콘텐츠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그가 추천하는 책의 제목은 ‘일본전산 이야기’다.
도서 ‘일본전산 이야기’에는 세 평짜리 시골 창고에서 시작해 직원 13만명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일본전산의 역사가 담겨있다. 이 책은 전통과 혁신을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현 대표에게 나침반 역할을 겸한다.
책 속 여러 내용 중 그가 새로움을 느낀 대목은 일본전산의 ‘차별화 전략’이다. 나가모리 일본전산 회장이 품질 경쟁을 넘어 ‘납기일 절반’이라는 파격적인 전략으로 승부를 건 것처럼, 무암도 젊은 제작사만의 색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대표적인 예가 ‘계약직만 9번 한 여자’다. 해당 작품은 9개의 직업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든 영화다. 무암은 통상 높은 제작비와 제작기한을 요구하는 장편영화를 단 돈 3000만원으로 3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 이 작품은 지난 2023년 칸 국제 드라마 페스티벌에 소개된 바 있다. 또, 내년 5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에게 가장 감명 깊었던 구절도 있다. 바로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다. 이는 일본전산의 사훈이다. 불황에 휩싸인 콘텐츠 업계지만, 현 대표는 이 구절에서 새로운 기회를 봤다.
그는 “일본전산 이야기에서 나가모리 회장이 말했던 구절이 와닿았다”며 “시장이 어려울 때는 누군가 포기하는 만큼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그 기회를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 업계가 유례없는 위기라고들 한다. 업계 전문가 67인이 올해의 키워드로 ‘불황’을 꼽을 정도”라며 “제작 지원이 줄고 투자도 위축되는 상황이지만, 이런 시기야말로 젊은 제작사에게 기회”라고 덧붙였다..
무암은 ‘화산’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암의 폭발적 성장 이면에는 조금 특별한 ‘장인 정신’이 있다. 현 대표는 이를 책에서 배웠다. 그가 무수히 많은 책 가운데 ‘일본전산 이야기’를 추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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