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새 먹거리 된 공개매수…침체된 IB 사업 대안 ‘주목’
[격전지 된 공개매수 시장]①
사모펀드 투자 커지며 공개매수 급증세
공개매수‧인수금융‧상장폐지 등 수익 확장 ‘기대’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공개매수’가 올해 증시의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공개매수 주관 업무가 증권업계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투자은행(IB) 시장이 부동산 불황 장기화로 부동산 금융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경쟁으로 치열해지는 양상에서다. 이에 공개매수가 대리 수수료뿐만 아니라 인수금융 주선, 상장폐지 등으로 업무를 확장, 고객 확보 등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공개매수는 기존 대주주나 주요 투자자가 대상 회사 주주의 보유 주식을 장외에서 대량 매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지분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공개매수 목적은 ▲인수·합병(M&A) ▲경영권 안정 ▲지주회사 요건 충족 ▲상장폐지 ▲기타(주가 부양, 주주 가치 제고) 등이다.
공개매수는 지난해부터 급증하는 추세다. 2022년 5건에서 2023년에 19건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이어 2024년에는 11월 말 기준 23건으로 집계됐다.
공개매수가 급증한 건 사모펀드(PEF)와도 관련이 깊다. 몇 년 전부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자 규모가 커진 사모펀드들은 우량 중소기업보다는 상장기업 경영권을 인수하여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제3자에게 되파는 바이아웃(Buy Out) 투자에 집중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 시장은 사모펀드 운용 자산이 커지면서 함께 활성화됐다”며 “또 최근 재벌들이 3세대까지 오면서 지분 같은 것들이 약해지다 보니 이런 시장도 형성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매수 시장은 새로운 시장”이라며 “인수금융과 관련돼서 증권사들이 대출 같은 걸 해주는데 생각보다 고금리라서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고수익의 새로운 먹거리다”고 했다.
공개매수는 자문 및 주관 수수료 획득뿐 아니라 인수금융 패키지 딜이나 추가 재매각 딜 등으로 업무확장 가능성이 크다. 특히 증권사들은 네트워크와 분석력을 바탕으로 기업 간 연결을 주도하며 중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 자금 조달 기회 등으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온라인 청약시스템 구축 등 딜 확장 노력
올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하 MBK 연합)과 고려아연 간의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이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진행한 공개매수로 인한 최대 승자는 중간에서 수익을 올린 증권사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일례로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과정에서 MBK 연합 측은 공개매수를 하기 위한 자금으로 NH투자증권으로부터 1조5785억원을 빌렸다. 9개월 동안 5.7% 금리로 차입했다. 단순 계산하면 이자수익으로만 900억원을 얻게 된 것이다. NH투자증권은 또 이들의 공개매수 주관 수수료로 33억원가량을 획득했다. 이에 더해 자금 조달 관련 자문 수수료, 향후 기관투자자 재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총수수료 수익은 1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NH투자증권은 MBK 연합 측의 영풍정밀 공개매수 주관과 차입도 단독으로 도맡았다.
이 밖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공개매수 과정에서는 메리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자금을 조달했다. 최 회장 측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주관하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도 주관 수수료를 획득했다. 또 최 회장 측의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하나증권과 KB증권이 맡았다.
특히 NH투자증권은 공개매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증권사로 꼽힌다. 2024년 9월 기준 점유율은 80%대에 달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오스템 임플란트 ‘인수금융-공개매수’ 패키지 딜을 통해 수익을 크게 내면서 활로를 개척하게 됐다.
증권사들은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시스템 구축에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시스템도 주관 업무를 따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서다. 앞서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을 선정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의 경우 청약을 오프라인으로만 진행해야 해서 온라인 시스템을 갖춘 KB증권이 주관사로 추가 선정됐다.
NH투자증권은 2023년 9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시스템을 도입했다. 과거 공개매수 청약을 위해 직접 지점에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앤 것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올해 상반기에, KB증권은 8월에 해당 시스템을 오픈했다. 이후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던 미래에셋증권도 12월 서비스를 선보였고, 하나증권 등도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성장 기회·차별화된 역량 필요
증권업계 관계자는 “IB 쪽에서 신규 수익 시장 개척이 힘들긴 한데 올해 공개매수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시장에서 신규 먹거리로 인식하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온라인 청약시스템을 선보이면서 고객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도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공개매수 시장이 좀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시되면서 주주환원 압박에 부담을 느낀 상장사들이 상장폐지에 나설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또한 의무 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될 가능성도 공개매수 시장 확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의무 공개매수 제도는 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특정 기업 주식을 사들일 때 일반주주들의 주식도 공정한 가격에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매수하는 제도다.
다만 공개매수 시장은 상황에 따라 자진 상장폐지, 경영권 분쟁 등의 발생 빈도가 달라질 수 있어 안정적인 딜 수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사모펀드 측에 설 경우 기업 신뢰도가 중요한 증권업 특성상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 시장은 국내 증권사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 수익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공개매수 후 경영권 분쟁이나 주주 소송 등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하면 명성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권사들은 단순 주관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투자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공개매수 시장의 급성장은 증권사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케이크 맛집’ 할리스, 맛·비주얼로 고객 마음 잡았다
2“채소도 맛있게”...하림 푸디버디, ‘식물성 너겟’ 2종 선봬
3“설 명절, 숙면을 선물하세요”...시몬스, 숙면 베개 3종 선봬
4트럼프, AI 인프라 구축 박차…대규모 외국인 투자 유치
5비트코인, 美 금리 동결 가능성에 대폭 하락…9만6000달러선
6경상수지 7개월 연속 흑자…연간 900억달러 달성 전망
7'황금 설 연휴' 현실로…당정, 27일 임시공휴일 지정
8이광희 SC제일은행장 취임…“새로운 소매금융 전략 펼칠 것”
9엔화, 1달러=158엔대 전반 하락 출발…유로도 내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