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새로운 강자 떠오른 KB證…증권사별 격차는 커져
[2024 IPO 시장 정리] ②
KB증권, IPO 시장 1위 등극…대형사 강세 지속
중소형사 고전…시장 격차 더 커질까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KB증권이 지난해 IPO 주관 순위에서 1위에 등극하며 ‘IPO 명가’로 불리는 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의 3강 구도를 위협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사들은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IPO 딜 수임에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2024년 총 6315억원의 IPO대표주관 실적을 올리며 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총 주관 기업 수는 8개사(스팩제외)로, 2위 한국투자증권(6268억원, 16개사)·3위 미래에셋증권(5892억원, 11개사) 비해 적은 대표주관 트랙레코드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은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IPO 주관 시장에서 강력한 1위 후보로 떠올랐다. 2024년 IPO 시장 최대어였던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주관 당시 대표주관사단 중 가장 많은 인수액(2152억원)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케이뱅크·엠앤씨솔루션 등 상장을 앞둔 대어급 IPO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까닭이다.
다만 지난 10월 케이뱅크가 저조한 기관 수요예측 결과로 인해 상장을 연기하면서, KB증권의 연말 1위 수성이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IPO 시장 침체와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KB발해인프라투자·엠앤씨솔루션의 상장까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KB증권은 시장 상황에 맞춰 공모 규모를 축소하거나 공모가를 하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두 회사의 상장을 성사시켰다. 상장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이러한 트랙 레코드를 통해 금융지주 라이벌인 NH투자증권(4820억원, 15개사)을 크게 앞섰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KB증권의 1위 등극이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으로 구성된 기존 ‘빅3’ IPO 주관사 구도를 흔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KB증권이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초대형 빅딜에 의존해 1위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는 시장 침체 속에서도 중대형급 트랙 레코드를 꾸준히 쌓으며 저력을 보여줬다는 점이 주목된다.
현재 KB증권 IPO 부문은 전통적인 IB 출신이 아닌 애널리스트 출신 유승창 전무가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리서치 기반의 분석 능력과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겸비한 유 전무의 리더십이 IPO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탄탄한 RM 조직과의 협력을 통해 주요 딜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중소형사들의 표정은 좋지 못하다. IPO 시장이 대형 증권사들의 격전지가 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IBK투자증권은 스팩포함 매년 4~5건의 주관 실적을 올렸으나 지난해 2건으로 줄었다. 키움증권 역시 같은 시기 IPO 주관 건수가 7건에서 3건으로 감소했다. 이 밖에도 지난 2022~2023년 매년 1~2건의 트랙레코드를 올렸던 SK증권은 2024년 IPO 주관 실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신영증권은 IPO 시장의 조용한 강자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총 1068억원, 4건의 IPO 주관 실적을 기록하며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였다. 특히 4건의 평균 주관 수수료율이 약 5.5%로, 시장 평균인 200~300bp(1bp=0.01%)를 크게 상회해 수익성 면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을 좌우하는건 결국 빅딜인 만큼, 올해 순위 경쟁 역시 빅딜을 몇 건이나 성사시킬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며 “최근 IPO 시장 경쟁 심화로 대형사들이 규모가 작은 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중소형사들의 어려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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