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를 위한 IT 기술 얼마나 발전했나
[시니어 대한민국]②
2030년 실버산업 규모 168조원 전망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관련 사업 진출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한국은 최근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찍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고령인구를 위한 IT 기술 역시 주목받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주요국의 실버시장 현황과 우리 기업에의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에는 168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IT 기술이 접목된 기기와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층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향후 IT 접목 융합 기기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 역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실버테크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산업이 바로 ‘실버테크’다. 실버테크는 고령 인구가 늘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술 등을 의미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헬스케어 시장과 사물인터넷(IoT), AI가 결합한 노인돌봄 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노인들의 상당수가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노인들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20년 56.4%에서 2023년 76.6%로 증가했다. 컴퓨터 보급률도 같은 기간 12.9%에서 20.6%로 늘어났다. 실버테크 산업이 성장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뜻이다.
다만 스마트 기기에 익숙지 못한 노인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매장에서 사용하는 ‘키오스크’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 및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키오스크 도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롯데GRS는 지난해 8월 고령자,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고려한 주문 프로그램과 ‘배려형 키오스크’를 전국 롯데리아·엔제리너스커피·크리스피크림도넛 등 매장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배려형 키오스크는 주문부터 결제까지의 과정을 단축한 것이 특징이다. 복잡한 키오스크 주문 과정을 최소화하고자 ▲취식 여부 선택 ▲메뉴 선택 ▲주문 확인 ▲결제까지 총 4단계의 과정으로 빠른 주문 환경을 제공한다. 기존 병렬형 메뉴 배치에서 세로형 배치로 변경해 가시성을 높였다.
노인들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네이버의 AI 안부 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은 도입 약 3년 만에 전국 지방자치단체 229곳 중 절반 이상에 도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기준 클로바 케어콜은 ▲서울 ▲경기 ▲부산 ▲대구 ▲광주 ▲전북 ▲강원 ▲충남 등 전국 128곳 시군구에 도입됐다. 사용자 수는 3만명을 기록했다.
클로바 케어콜은 돌봄이 필요한 독거 어르신, 중장년 1인 가구에 AI가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지난 2021년 11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처음 도입됐다. 네이버 초대규모 AI 기술을 적용해 정서적 공감이 가능한 자연스러운 대화를 구현했다는 평가다. 과거 대화를 활용하는 ‘기억하기’ 기능으로 연속성 있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목적성 안부 대화 기능으로 재난 공지 안내와 피해 사실 확인 등을 지원해 지자체, 관계 기관 업무 효율화를 돕고 있다.
네이버는 클로바 케어콜이 개인화된 대화를 제공하며 응답률과 통화 만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AI 돌봄 관제 운영 파트너(에버영피플, 행복이룸) 연결 전화 포함 시 전체 사용자의 96%가 클로바 케어콜에 응답하며 일상 안부를 나누고 있다. 자체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평균 약 90%의 높은 사용자 만족도를 나타냈다. 클로바 케어콜이 위기 상황의 독거노인을 구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전남 순천시에서는 복지 담당자가 클로바 케어콜을 통해 발화에서 건강 이상 징후 발견 후 빠르게 현장 방문을 결정해 응급 간경화 환자를 구할 수 있었다.
SK텔레콤도 AI 기술을 기반으로 노인의 안부 등을 확인하고 병원 치료, 심리적 지원까지 제공하고 있다. AI 안부확인서비스는 누구 비즈콜을 기반으로 AI콜을 통해 고독사 위험가구, 1인 시니어 가구 등 취약계층의 안부를 주 1회 확인한다. 특히 AI콜에서 “아프다” “힘들다” 등 위험 발화를 한 이용자에겐 행복커넥트 전문 상담사를 연결해 심리적 안정을 지원한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관련 시장 진출 움직임
삼성전자는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부모님 등 시니어 세대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싱스 ‘패밀리 케어’ 서비스를 지난해 6월부터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삼성전자의 통합 연결 플랫폼인 스마트싱스와 집안에서 흔히 사용하는 IoT 가전들로 구현된다. 구성 요소를 보면 ▲활동 알림 ▲복약 알림 등 일정 관리 ▲위치기반 케어 등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패밀리 케어 서비스는 급속하게 확대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가족들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 결과”라고 밝혔다.
스타트업들도 실버테크를 통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실버테크 스타트업 케어닥은 요양보호사를 직접 고용해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 플랫폼을 지난 2022년 선보였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인의 상태에 따라 그에 맞는 경험과 경력을 가진 요양보호사를 매칭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시니어하우징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실버타운에서 호스피스까지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주거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스타트업 세븐포인트원은 AI와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치매 조기 진단, 예방 및 개선을 목표로 한다. 대표 서비스로는 AI 기반 비대면 인지 건강 관리 솔루션 ‘알츠윈’과 VR 기반 인지·우울증 개선 솔루션 ‘센텐츠’가 있다. 알츠윈은 1분 동안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고 나면 치매 고위험군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 AI 기술을 이용해 인지 건강 척도를 측정하고 분석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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