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 없는 ‘깃털 패딩’…패션업계 ‘싸게 팔려다’ 신뢰 잃었다
[신뢰 무너진 패션시장]①
무신사·이랜드 등 브랜드서 패딩 충전재 혼용 논란
소비자 지갑 열려다 민심 잃겠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국내 대형 패션 유통업체들에서 판매되는 제품에서 여러 논란이 터졌다. 구스다운(거위 털) 점퍼에는 거위 털보다 오리 털이 더 많았고 일부 제품은 짝퉁이 진품인 것처럼 판매됐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름 없는 보세 편집숍이 아닌 국내 굴지의 패션 유통업체가 판매하는 제품에서 이런 논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믿고 제품을 구매하냐’며 분통을 터트린다.
충전재 혼용 이어 가품 논란까지…“이럴 수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판매된 스투시 상품이 가품 논란에 휩싸였다. 이 맨투맨 제품은 스투시 홈페이지에서 17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이마트 트레이더스 매장에서 거의 절반가인 9만9000원에 판매됐다. 그러다 한 유튜버가 이 스투시 맨투맨 제품의 진품 여부를 외부기관에 의뢰했고 가품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마트 측은 가품 진위 여부를 떠나 이 제품 구매자들에게 전액 환불을 약속했다.
무신사와 이랜드월드는 겨울철 인기 제품인 패딩 점퍼와 관련해 논란이 발생했다. 무신사 내에 입점한 6개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패딩 점퍼들의 충전재 관련 혼용률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무신사 내에 입점한 라퍼지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덕다운(오리 털) 패딩 점퍼 제품의 경우 ‘솜털 80% 사용’이라고 표기돼 있다. 하지만 실제 솜털 사용량은 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원은 오리 털 패딩을 표기할 수 있는 조건으로 충전재에 들어가는 오리 솜털 비율이 75% 이상인 제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오리 솜털보다 폴리에스터 등이 더 많이 함유됐다. 가짜 패딩인 셈이다.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가 판매하는 패딩 충전재에 솜털과 깃털 혼용률이 기재된 정보와 다르다는 주장에 6개 브랜드를 실제 조사했다. 그 결과 라퍼지스토어·페플·인템포무드·오로 등이 오리 털 패딩이라고 판매한 제품이 기준 미달로 나타났다. 무신사는 결국 이들 브랜드들의 퇴점을 결정했다.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패션브랜드 ‘후아유’의 구스다운(거위 털) 점퍼는 거위 털 함량이 80%라고 표시됐다. 하지만 실제 사용량은 거위 털 30%+오리 털 70%였다. 구스다운이란 명칭을 사용하려면 거위 털 함량이 80% 이상이어야 한다. 사실상 오리 털 위주의 덕다운 점퍼였다. 결국 이랜드월드는 충전재 혼용률 오기재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패션업계에서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특히 패딩의 경우 실제 충전재 함량을 소비자들이 확인할 길이 없다. ‘눈 가리고 아웅’ 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높은 상품인 셈이다.
패딩에 사용되는 충전재의 가격은 거위 털>오리 털>웰론(인공 솜)>폴리에스터(인공 솜) 순이다. 충전재들 간 보온성은 유사한 편이지만 거위 털은 보온성과 가벼운 무게감까지 갖춰 가격이 다른 충전재보다 비싸다. 그래서 이를 악용하는 업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지적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좋은 아우터의 기준은 가벼우면서 따뜻해야 하는데 거위 털이 이 부분을 충족해 주기 때문에 값이 비싼 편”이라며 “구스다운 점퍼의 판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면 거위 털을 80% 이상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100%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이 판매를 위해 구스다운이라고 표기는 하면서도 충전재 함량은 지키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체로 패딩은 솜털과 깃털의 비율이 8대 2 정도는 돼야 겨울용 점퍼라고 볼 수 있다”며 “무신사에서 판매된 덕다운 점퍼 제품의 솜털 함량이 3%라는 것은 대부분 깃털로 충전재가 이뤄졌다는 것이고 이러면 보온성에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가격 때문에…“제품 퀄리티 보장돼야”
국내 대형 패션 유통업체들에서 이런 문제가 터지자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대형사에 대한 신뢰도 자체가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논란이 터지는 것에 대해 결국 ‘가격’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춰야 그나마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스투시 제품이 반값에 판매되는 것도, 구스다운·덕다운 점퍼의 충전재가 부실한 이유도 결국 판매 가격을 더 낮추려다 보니 생긴 논란들이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제품 퀄리티가 담보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같은 초가성비 온라인 사이트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애를 먹는 이유는 가격은 낮췄지만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다이소의 인기 요인은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제품 품질까지 신경 썼기 때문”이라며 “제품 퀄리티가 꾸준히 지속되지 않으면 국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 소비자들이 제품 표기사항에 관심이 많았던 분야는 주로 식품이었다”며 “이제 소비자들의 관심이 의류 제품까지 확산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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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재 혼용 이어 가품 논란까지…“이럴 수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판매된 스투시 상품이 가품 논란에 휩싸였다. 이 맨투맨 제품은 스투시 홈페이지에서 17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이마트 트레이더스 매장에서 거의 절반가인 9만9000원에 판매됐다. 그러다 한 유튜버가 이 스투시 맨투맨 제품의 진품 여부를 외부기관에 의뢰했고 가품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마트 측은 가품 진위 여부를 떠나 이 제품 구매자들에게 전액 환불을 약속했다.
무신사와 이랜드월드는 겨울철 인기 제품인 패딩 점퍼와 관련해 논란이 발생했다. 무신사 내에 입점한 6개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패딩 점퍼들의 충전재 관련 혼용률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무신사 내에 입점한 라퍼지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덕다운(오리 털) 패딩 점퍼 제품의 경우 ‘솜털 80% 사용’이라고 표기돼 있다. 하지만 실제 솜털 사용량은 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원은 오리 털 패딩을 표기할 수 있는 조건으로 충전재에 들어가는 오리 솜털 비율이 75% 이상인 제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오리 솜털보다 폴리에스터 등이 더 많이 함유됐다. 가짜 패딩인 셈이다.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가 판매하는 패딩 충전재에 솜털과 깃털 혼용률이 기재된 정보와 다르다는 주장에 6개 브랜드를 실제 조사했다. 그 결과 라퍼지스토어·페플·인템포무드·오로 등이 오리 털 패딩이라고 판매한 제품이 기준 미달로 나타났다. 무신사는 결국 이들 브랜드들의 퇴점을 결정했다.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패션브랜드 ‘후아유’의 구스다운(거위 털) 점퍼는 거위 털 함량이 80%라고 표시됐다. 하지만 실제 사용량은 거위 털 30%+오리 털 70%였다. 구스다운이란 명칭을 사용하려면 거위 털 함량이 80% 이상이어야 한다. 사실상 오리 털 위주의 덕다운 점퍼였다. 결국 이랜드월드는 충전재 혼용률 오기재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패션업계에서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특히 패딩의 경우 실제 충전재 함량을 소비자들이 확인할 길이 없다. ‘눈 가리고 아웅’ 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높은 상품인 셈이다.
패딩에 사용되는 충전재의 가격은 거위 털>오리 털>웰론(인공 솜)>폴리에스터(인공 솜) 순이다. 충전재들 간 보온성은 유사한 편이지만 거위 털은 보온성과 가벼운 무게감까지 갖춰 가격이 다른 충전재보다 비싸다. 그래서 이를 악용하는 업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지적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좋은 아우터의 기준은 가벼우면서 따뜻해야 하는데 거위 털이 이 부분을 충족해 주기 때문에 값이 비싼 편”이라며 “구스다운 점퍼의 판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면 거위 털을 80% 이상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100%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이 판매를 위해 구스다운이라고 표기는 하면서도 충전재 함량은 지키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체로 패딩은 솜털과 깃털의 비율이 8대 2 정도는 돼야 겨울용 점퍼라고 볼 수 있다”며 “무신사에서 판매된 덕다운 점퍼 제품의 솜털 함량이 3%라는 것은 대부분 깃털로 충전재가 이뤄졌다는 것이고 이러면 보온성에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가격 때문에…“제품 퀄리티 보장돼야”
국내 대형 패션 유통업체들에서 이런 문제가 터지자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대형사에 대한 신뢰도 자체가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논란이 터지는 것에 대해 결국 ‘가격’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춰야 그나마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스투시 제품이 반값에 판매되는 것도, 구스다운·덕다운 점퍼의 충전재가 부실한 이유도 결국 판매 가격을 더 낮추려다 보니 생긴 논란들이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제품 퀄리티가 담보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같은 초가성비 온라인 사이트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애를 먹는 이유는 가격은 낮췄지만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다이소의 인기 요인은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제품 품질까지 신경 썼기 때문”이라며 “제품 퀄리티가 꾸준히 지속되지 않으면 국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 소비자들이 제품 표기사항에 관심이 많았던 분야는 주로 식품이었다”며 “이제 소비자들의 관심이 의류 제품까지 확산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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