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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기로에 선 HD현대重...쟁점은 ‘작업계획서’와 ‘신호수’

호황기 맞은 HD현대重,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
물류 작업 전, ‘작업계획서’ 미작성 의혹 불거져
노조 “작업 중 ‘신호수’, ‘안전관리자’ 없었다”
사측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 진행 중”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 [사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HD현대중공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기로에 섰다. 앞서 지난 14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피해자는 조선소 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던 중 우회전하던 트레일러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트레일러에는 족장(발판)이 가득 실려 있었다.

이번 사고를 두고 노조는 ‘중대재해’를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사측은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핵심은 해당 사안에 대해 ‘법적’으로 다툴 쟁점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고의 핵심 쟁점은 ‘작업계획서’와 ‘신호수’와 두 가지다. 먼저 작업계획서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중대 재해를 야기하는 고위험 작업에 대해 재해유형·안전조치 등을 담은 작업계획을 수립하도록 정하고 있다. 작업계획서에 노동자의 안전이 담보된 만큼, 이를 작성하고 준수하는 행위는 작업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작업계획서 작성에 관한 규정은 ‘산안법’에 관한 규칙 제38조에 명시돼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일 경우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해야 한다. 

트레일러는 ‘차랑계 하역운반기계’에 속한다. 노동부 산업안전보건기준 20조 7호를 보면 지게차·구내 운반차·화물자동차·고소 작업대 등을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레일러를 활용한 작업을 수행할 경우 ‘작업 계획서’를 사전에 작성해야 한다.

단 예외는 있다. 해당 작업이 ‘화물자동차를 사용하는 도로상의 주행 작업’일 경우다. 단순히 주행작업만 수행할 경우 작업계획서 작성은 제외된다.

이에 대해 민형기 노무사는 “단순 도로상의 주행작업은 조선소 외부에서 일반 화물자동차에 적용되는 사안”이라며 “트레일러를 통해 조선소 내부에서 화물을 상·하차 할 뿐만 아니라, 산안법 제38조 별표 4에 따르면 차랑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을 수행할 시 운행경로 및 작업 방법이 담긴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HD현대중공업이 이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노조 관계자와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HD현대중공업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해당 작업 시 필요한 ‘작업계획서’를 마련하지 않고 일을 진행했다”며 “작업계획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안전장치인데, 이를 작성하지 않고 업무를 강행했기 때문에 사측의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 관계자는 “사측이 ‘작업지시서’를 작성해 물류회사에 전달한 것은 맞으나, 별도의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 된다”며 “해당 작업의 경우 일상적으로 매일 반복되는 작업이기에, 현장에서 바로 상차작업을 진행했다. 별도의 작업계획서는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사고 사안을 살펴본 전문가는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 HD현대중공업이 산안법 위반과 함께 중대재해처벌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고용노동부도 작업계획서 작성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산안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김현우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당초 작업계획서의 내용 등 구체적 사정과 조사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으나, 작업계획서 미작성은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볍령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노동청과 경찰에서 이 부분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법이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를 달리는 부분까지 규율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조선소 내부에서 하역 작업을 실시할 경우 시행하기 전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은 맞다. 만일 이를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 산업안전법 제 38조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쟁점은 ‘신호수’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출·퇴근 시 급증하는 교통량을 관리하기 위해 별도 관리자가 배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업무 시작과 동시에 해당 관리자들은 현장에서 철수한다. 조선소 내부 도로에 관리자를 상시 배치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별도 작업이 이뤄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산안법 제172조(접촉의 방지)에 따르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해 작업할 경우 사업주는 노동자가 위험해질 수 있는 장소에 노동자의 출입을 막거나 유도자를 배치해야 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인데, 노조 관계자는 “당시 사고 장소에는 출입을 막거나, 유도자를 배치하는 행위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산안법 제39조(작업지휘자의 지정)다. 산안법 제39조에 따르면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에서 작업 장소에 다른 근로자가 접근할 수 없거나, 주위에 근로자가 없어 충돌 위험이 없는 경우 작업지휘자를 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해당 장소는 모든 근로자가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충돌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또 호황기를 맞은 조선소 내부의 물류 이동량을 지적했다. 이들은 조선업 호황에 따라 사내 물류 이동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유사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출·퇴근시에는 오토바이 등으로 출근하는 인력이 모여 관리자가 교통을 통제하지만, 사고 당시에는 어떤 관리자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와 같이 유사한 사고는 과거에도 계속해서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한 삼거리에는 이동하는 차량과 기계, 보행자 등의 안전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며 “특히 도로 구조 자체가 트레일러 등 조선소에서 주로 사용되는 차량용 하역운반기계 등이 운행하기 위험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해당 사안을 살펴본 변호사도 “평소 출·퇴근 시 신호수를 배치하는 구간일 경우 사측도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지했을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신호수를 배치해야 한다고 평가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조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해 세부적으로 안내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한 사고 경위 및 자세한 사항들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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