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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인회계사회 "서울시 조례 개정, 공공재정 감시 약화 우려"

공공재정 투명성 후퇴 우려… 공인회계사회, 감사 강화 요구
"서울시 조례 개정 확산 우려… 지방 재정 감시망 약화될 수도"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회계현안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공인회계사회]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서울시가 민간위탁사업의 회계감사를 폐지하고 간이검사로 대체하는 조례 개정을 강행하면서, 공공자금 투명성이 심각하게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즉각 반발하며 공적 자금이 투명하게 사용되도록 철저한 회계감사를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회계현안 세미나에서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공공부문의 회계 투명성은 민간보다 더욱 강화돼야 한다"며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감사 체계가 약화되면 예산 집행의 적절성을 검증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특히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회계감사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공공재정의 투명성과 직결되는 사안임을 강조했다. 그는 "예산이 부적절하게 집행되면 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회계감사 폐지에 한국공인회계사회 "세금 감시망 사라질 것"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4년 10월부터 민간위탁사업의 회계감사를 없애고 세무사가 수행하는 간이한 수준의 결산 검토로 대체하는 조례 개정을 시행했다. 기존에는 공인회계사가 사업비 사용 내역을 면밀히 감사했지만, 개정 후에는 단순한 서류 검토만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공공사업의 재정 집행이 얼마나 적절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이 같은 변화가 공공자금 관리의 허점을 만들고, 부정 사용을 방지할 장치를 없애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간위탁사업의 특성상 수탁기관이 공적 자금을 집행하는 만큼,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체계적인 검증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 회계감사가 없는 상태에서는 사업 수행 기관이 예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명확히 검증할 수 없어, 예산 유용과 회계 조작 등의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한국공인회계사협회의 입장이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감사를 느슨하게 하면, 예산 낭비가 만연할 가능성이 크다"며 "공공부문 회계감사는 단순한 서류 확인이 아니라, 부정 사용을 방지하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가 도입한 간이검사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단순한 서류 확인만으로는 내부자 거래, 예산 착복 등의 부정 행위를 적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민간위탁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감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민간위탁사업 수탁 기관이 일정 규모 이상의 예산을 운용할 경우 반드시 독립적인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며 "유럽에서도 공공부문 예산의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강도 높은 감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가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회계현안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공인회계사회]


정부는 보조금 감사 강화하는데…서울시는 감사 없애

최근 정부는 보조금 감사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6월 보조금 감사를 기존 3억 원 이상에서 1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행정안전부도 지방보조사업 감사 기준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공공재정이 보다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감사 강화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정부의 감사 강화 기조와는 정반대로 감사를 완화하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공공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정부 정책과 달리, 서울시는 회계감사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예산 감시 체계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예산 집행의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오히려 회계감사를 축소하는 것은 상반된 방향이라는 것이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주장이다.

최 회장은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한 감사는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며 "감사 체계가 약화되면 예산 낭비와 회계 부정의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서울시의 이번 조례 개정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기도, 광주시, 충남도, 경북도의회에서도 동일한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인 만큼, 서울시가 회계감사를 삭제한 선례를 만들면,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재정 감시 기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서울시 조례 개정이 확산되면, 지방 재정 감시망이 약화될 수 있다"며 "공공사업의 재정 감시 체계가 무너지면, 국민 세금이 불투명하게 집행될 위험이 커지고, 이는 지방재정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비영리·공공 부문 회계 투명성 강화… 교육·컨설팅 확대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서울시 조례의 원상 복구와 함께 회계감사 강화를 촉구하며, '비영리 통합 플랫폼'을 개설해 비영리 단체 및 공공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회계 교육과 컨설팅 강화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실무자들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자료를 제공해, 공공기관의 회계 역량 강화를 돕겠다는 의미다. 

이밖에 비영리 부문의 회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도 확대한다. 특히 공익법인과 사학기관을 위한 감사 실무 교육 과정을 개설해, 감사인들에게 비영리 부문의 법률과 회계기준, 감사기준 및 실무 사례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감사인들이 보다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고 비영리·공공 부문의 회계 감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교수는 "공공부문의 회계 감시가 약화되면, 국민 세금이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시는 감사 체계를 강화해 공공재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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