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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오더, 배달앱처럼 '자영업자 족쇄' 될까

[테이블오더 빛과 그림자]③
PG 수수료 부담 여전...고민 깊어진 자영업자들
향후 독과점 우려 존재, “규제 필요할 수도” 지적

서울의 한 푸드코트에서 식사하는 시민들.[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최근 외식업계에서는 테이블오더(무인주문기) 설치가 크게 확산하고 있다. 경기 불황 속 임대료, 재료비 부담이 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테이블오더가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고 있어서다.

다만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테이블오더가 배달앱처럼 독이 되는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은 테이블오더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업체들이 식당 유치에 혈안이 돼 설치에 따른 여러가지 혜택을 주고 있지만 배달앱 시장처럼 몇몇 업체들의 독과점 구도가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수수료 오를까 불안해”

테이블오더 업체들은 식당에 테이블오더를 설치하며 대당 월 정액 임대료만 받거나 월 정액 임대료와 월 정액 서비스 이용료를 받는 식으로 영업을 진행한다. 국내 1위 테이블오더 업체 티오더는 월 임대료만 받고 2위인 KT의 하이오더는 월 임대료를 낮춰주고 월 이용료를 함께 받는 식이다.

이 외에도 매장에서 고객이 주문할 때마다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 있다. 매출의 일정 부분을 테이블오더 업체가 가져간다.

중소 업체들의 경우 월 이용료를 낮추거나 없애는 대신 전자지급결제대행(PG) 수수료 및 카드 결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에 따른 수수료를 업체가 가져가는 식이다.  

지난해 초 불거진 자영업자들의 테이블오더 수수료 불만 논란은 대부분 중소 업체 이용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중소 업체들이 고객 유치 때는 이용료 0원을 내세우다가 점차 월 임대료를 받기 시작했고 건당 2~3% 수준의 PG사 수수료 역시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신도림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A씨는 “초기 태블릿이나 인터넷 설치 비용만 200만원 이상이 들었는데 이제는 매월 PG사 수수료로 적지 않은 금액이 나가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아르바이트생 1명을 쓰는 것보다는 비용 부담이 덜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위에서부터 티오더, KT 하이오더, 페이히어의 태블릿 단말기.[사진 각 사]

국내 테이블오더 시장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카드 결제 관련 포스(POS) 단말기 운영 업체들이 대거 테이블오더 시장에 뛰어들며 업체 수가 크게 늘었다. 테이블오더가 사실상 결제 역할까지 하고 있어 포스 업체들 입장에서 뛰어들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고객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업체별로 여러 혜택을 제공하며 자영업자들을 유혹 중이다. 업체들은 일정기간 이상 테이블오더 이용 시 월 이용료를 할인해 주거나 계약 시 상품권 제공, 고가의 포스기 지원, 인터넷 설치비를 지원하는 식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가게에 CCTV를 설치해 주거나 현금 페이백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테이블오더 설치를 위해서는 태블릿과 인터넷 설치가 필요하다. 태블릿이 인터넷과 연동돼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 테이블오더 기기에 결제 기능을 더할지도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 이에 업체별로 태블릿 및 인터넷 설치비, PG사 수수료 등 정책이 모두 달라 자영업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할인 프로모션에도 이런 부분들이 적용되지만 고령층 자영업자들의 경우 영업사원으로부터 설명을 들어도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비교적 높은 수수료율도 문제다. 테이블오더는 PG사 또는 부가가치통신망사업자(VAN)와 가맹 계약을 맺고 결제를 진행한다.

국내 테이블오더 업체들 중 약 60% 이상이 사용 중인 VAN 방식은 카드사 수수료만 발생하는 식이다. 이때 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은 평균 1% 수준이다. 하지만 PG사 수수료는 카드사로부터 매출 대금을 받아 가맹점에 일괄 정산하는 방식이라 수수료율이 더 높다. 테이블오더 PG사 수수료율은 평균 2~3%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PG사 수수료율은 언제든 인상될 가능성이 있어 테이블오더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에게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 B씨는 “주변에서 좋다고 하니 설치를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계약 내용이 복잡했다”며 “3년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기간 안에 수수료가 더 오르거나 계약 내용이 불리해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PG사 수수료율 상한제 내용을 골자로 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G사 수수료를 적용하는 테이블오더 업체를 선택한 자영업자들은 약정 기간이 끝나면 비용 부담이 덜한 VAN사 수수료 적용 업체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테이블오더 업계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PG사 수수료를 적용하는 곳들을 더 이상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시장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장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식당에 설치된 테이블오더 화면.[사진 김정훈 기자]

‘배달앱’처럼 업자들 발목 잡을라

자영업자들은 테이블오더 서비스가 현재 ‘수수료 부메랑’이 돼 돌아온 배달앱 서비스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배달앱 도입으로 자영업자들의 배달 주문 수가 크게 늘었지만 그만큼의 배달비, 수수료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테이블오더 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라 가입자 유치를 위한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금은 여러 업체가 경쟁하며 자영업자들에게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향후 지금의 배달앱 시장처럼 일부 업체만 살아남을 경우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살아남은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마케팅 비용 등을 자영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업계 1위 티오더 관계자는 “애초에 자영업자와 상생이 목표인 만큼 월 이용료를 무리하게 인상할 계획은 없다”며 “태블릿 단말기에 여러 광고를 유치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해 수익성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여러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성을 강화하면 자영업자들에게 무리한 비용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배달앱 시장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난 뒤 업체들이 가격을 더 올리면서 문제가 됐다”며 “테이블오더 시장도 큰 틀에서는 배달앱 시장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테이블오더도 플랫폼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는 독과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에서 연간 수수료 인상률에 제한을 두는 등 규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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