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국책은행들의 지방분산 이전...금융허브 '역행' [순화동필]
- 지역 균형발전 대의(大義)엔 공감-금융 산업 특성 무시 말아야
국책은행 이전은 핵심 인력 유출·금융 생태계 훼손 초래할 것
[박래수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정부가 지난 7월 1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중 제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선도기관을 중심으로 이전하려고 한다. 기본적인 취지는 기존의 수도권에 집중된 1극 체제에서 벗어나 국가기능과 산업을 전국적으로 재배치하기 위해, 전국을 ‘5극 3특’으로 대변되는 광역권 단위로 나누어 경제, 생활 및 행정 등을 묶어 각 권역별 성장엔진을 육성하고 특화산업을 선정해 투자, 인프라 및 규제특례 등 패키지 지원으로 다극형 성장체계로의 대전환을 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 피지컬 AI 및 AI 데이터센터 분야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총 4755조원을 투입하여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 50년을 좌우할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가 추가되면서, 향후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당장 집행될 가능성이 높은 정책으로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있게 주목받고 있다.
그간 세계경제를 이끌었던 개방경제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신자유주의가 주춤하고 새로운 형태의 경제블록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을 전제로 한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보이고 적시성이나 방향 측면에서 매우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지난 60~70년대 경제개발이나 2000년대 IT산업정책에 버금가는 국가적 대전환 정책으로도 평가된다. 물론 이번 정책의 혜택에서 제외된 일부 지역의 반발과 여전한 정부주도의 산업정책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국내외 산업전환기적 필요성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대의명분은 충분하다고 본다.
섣부른 지방 분산은 기존 허브 정책 역행
이러한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한 공감에도 불구하고, 금융을 전공해 온 본 저자는 해당정책내 주요 국책은행들의 지방 이전이라는 세부정책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그간 산업화 과정에서 초래된 지역간 불균형 발전에 따른 수도권 인구집중을 완화하고 자립형 지방화를 위해 지난 2003년부터 2019년까지 추진되었던 제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의 공과와는 별개로, 애초의 사업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실행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여러 이해관계로 인해 지나치게 분산된 공공기관의 이전은 해당지역에 대한 경제적 혜택이나 정책적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같이 시행되었던 주요 금융기관들의 지방이전에 대한 효과 역시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단순 행정지원이 아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경우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금융은 산업특성상 전문인력간 잦은 대면접촉과 촘촘한 인적 네트워킹을 통한 정보교환이 경쟁의 핵심 요소다.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클러스터링 경향이 매우 높다. 주요 금융업무 외에도 관련된 법률서비스·회계·정보통신 및 교육기능 등이 중심이 되어 금융서비스 클러스터를 형성하므로, 세계의 주요 금융중심지는 한 나라의 경제수도에서도 유독 접근성이 가장 좋은 노른자위 도심지역에 집적되는 경향이 이를 뒷받침한다. 뉴욕의 월스트리트나 런던의 더시티가 대표적이다.
한국도 일찍이 2003년에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수립하여 우리나라에 금융허브 기반을 구축하려 했고, 2008년 이후 정부를 중심으로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수차례에 걸쳐 일관되게 추진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번에 또다시 제기된 국책은행들의 지방분산 이전은, 국내금융산업의 경쟁 기반을 근본적으로 저해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금융중심지 육성정책의 일관성도 훼손하는 잘못된 정책 방안으로 이해된다.
정책금융 본연 기능 지킬 혜안 필요
이번에 지방이전 대상이 되는 국책은행들은 저마다 설립취지와 배경은 다르지만 정상적인 금융시장 접근이 취약한 국내산업부문에 대한 금융지원이라는 존립근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국책은행들의 지방분산 이전은, 대외적으로 그간 클로스터링을 전제로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던 정책적 일관성이 흔들리게 된다. 대내적으로 국책은행들의 정상적인 정책금융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책은행은 정책금융 담당기관으로서 금융당국과 민간 금융기관들, 그리고 관련 금융서비스를 기대하는 기업들과의 소통과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책은행의 지방분산 이전은 유관기관과의 물리적 거리로 인해 교류와 소통이 줄어들어 결국 정책금융기능의 비효율성이 초래될 수 있다. 또한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은 필수적으로 핵심인력의 유출을 동반한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으로 기금운용과 관련된 주요 핵심인력들이 유출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경쟁력의 핵심인 인력 유출과 이로 인한 금융서비스 및 경쟁력 저하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보충하기 힘든 손실임에 분명하다. 그나마 지난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대상 금융기관들은 주요 금융과정에서 일부 서비스만 담당하는 기관들이 주류였다. 이번에 거론되는 주요 국책은행들은 ▲여수신과 주요 투자은행(IB) 업무 ▲스타트업 및 기업구조조정 금융 ▲해외투자 및 수출입금융까지 금융전반을 다루는 금융기관들이다. 그 폐해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가 의도하는 주요 국책은행들의 지방이전은 앞서 소개한 지역 균형발전을 염두에 둔 ‘5극 3특’ 성장전략과 향후 막대한 투자를 동반한 메가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숙고한 정책적 고려로도 이해된다. 그러나 이는 앞서 소개한 금융과 금융산업에 대한 특성을 너무나 모르거나 알더라도 여러 이유로 이를 무시한 접근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자칫 섣부른 기대로 머리나 심장이 손발 따라 여러 곳으로 나뉘어지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겠다. 지금은 국책은행의 정책금융기능이 온전히 유지되면서도 현재 추진 중인 지역균형발전과 미래성장동력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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