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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주문 후 신었더니 작네...'이 기술'로 해결했다 [이코노 인터뷰]

이선용 펄핏 대표
서비스 도입 후 반품률 절반으로 뚝
글로벌 브랜드도 AI 측정 기술 관심

이선용 펄핏(Perfitt) 대표가 2월 1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소재 한 카페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생각했던 것보다 작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부푼 기대를 안고 택배 상자를 열어 내가 주문한 신발을 신었는데, 사이즈(크기)가 맞지 않는 상황 말이다.

이선용 펄핏 대표도 온라인으로 신발을 자주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 중 하나였다. 다만 그는 남들과 달랐다. 신발을 반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결국 ‘인공지능’(AI)에서 해법을 찾았다.

평범한 소비자, 솔루션 제공 기업인으로 변신

‘펄핏’(Perfitt)은 ▲발 모양 ▲내측(안쪽) 사이즈 ▲핏 데이터(발 모양과 내측 사이즈 최적화 조합)를 활용해 나에게 딱 맞는 신발 사이즈를 추천하는 기업이다.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기술과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을 활용해 자체 데이터를 고도화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펄핏 서비스 이용은 생각보다 간편하다. 자신의 발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면 끝이다. 펄핏은 촬영된 사진을 자사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 추천 신발 사이즈를 제공한다.

펄핏 서비스는 기업과 고객 모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고객의 96.2%가 관련 서비스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펄핏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의 평균 구매전환율은 20% 이상이며, 재구매율은 서비스 도입 전과 비교해 2배 늘었다. 반품률 또한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 대표는 “본격적인 서비스 제공 이전에 원천 기술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며 “사진 촬영으로 발을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는데, 이 기술 활용 시 오차 범위는 1.4mm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펄핏이 처음부터 기술 기업이었던 것은 아니다. 펄핏의 시작은 2016년 온라인 구두 판매업이었다. 이 대표는 “여성 구두를 팔면서 신발 사이즈에 대한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고, 2018년부터 지금의 펄핏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신발 사이즈 오류로 인한 문제는 사소할 수 있지만 전 세계인이 공통으로 겪는 일이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신는 게 신발인데, 왜 같은 문제가 매번 반복되는 것인지 의문을 가졌다”면서 “이걸 기술적으로 풀어보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 대표는 IT 관련 전공자가 아니다. 그는 경영을 전공하고, 외국계 기업에서 경영전략 컨설턴트로 3년 정도 근무했다. 냉정하게 보면 기술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은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을 실천에 옮길 때라고 판단해서다.

이 대표는 “중학생 시절부터 내가 만든 서비스가 전 세계에 확산돼 모두가 애용하는 것을 상상했었다”며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세상을 위해 정말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물론 꿈과 현실은 달랐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많았다. 이 대표는 “우리의 서비스는 머신러닝 즉, AI 기술 중 하나의 분야로 추천한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라며 “핵심은 학습을 통한 데이터 수집 과정인데, 어떤 항목을 얼마나 모아야 하는지 정답이 없어 발로 뛰며 다양한 실험을 하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펄핏의 발 사이즈 측정 기술. [사진 펄핏]
발상의 전환, 전 세계인 마음 사로잡아

이런 과정을 거친 이 대표는 어릴 적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2024년 초 펄핏의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인 뒤 빠르게 고객사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펄핏은 현재 ▲ABC마트 ▲컬럼비아코리아 ▲코오롱몰 ▲프로스펙스(커스텀 운동화 원스펙 기술에 서비스 적용) ▲사뿐 및 월드와이드몰 ▲팀버앤브릭스 ▲네파 ▲넬슨(아크테릭스·스카르파) ▲세이브힐즈(네이티브) ▲올버즈 등에 발 사이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관심에 힘입어 펄핏은 올해 초 키즈(어린이 신발 사이즈 측정 및 추천) 전용 서비스도 론칭했다.

시장에서는 펄핏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크다고 보고 있다. 회사의 지난 2월 기준 누적 투자액은 70억원 수준이다. 펄핏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단순히 신발 사이즈 측정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ESG 경영의 관점에서도 펄핏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온라인 구매 상품 반품 1개가 줄어들면 181g의 탄소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30년산 소나무 0.03그루를 심거나 543L의 수돗물을 절약하는 것과 같다.

펄핏의 올해 목표는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이다.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 등 20개국에 자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매월 국내 1만3000명, 해외 1500명 정도 자신의 발을 촬영하는 사용자들이 모이고 있다”며 “올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5개 고객사에 서비스를 론칭하는 게 목표인데, 이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최근 펄핏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펄핏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온도도 이전보다 많이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사업 초기보다 세일즈 사이클도 크게 줄었고, 먼저 문의를 하는 고객사의 수도 크게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펄핏의 궁극적인 목표는 불필요한 낭비를 없애는 ‘제로’ 사회의 실현이다. 이 대표는 “수요 예측 실패와 유통상의 어려움으로 버려지는 신발이 전체 물량의 20~30% 정도라고 한다”며 “사이즈 미스로 인한 반품 가능성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과 판매되지 못한 재고, 그리고 어디에도 쓰이지 못해 최종적으로 폐기되는 쓰레기까지 이 세 가지를 모두 제로로 만들고 싶다는 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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