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韓 조선이 손에 쥔 ‘세 가지’ 카드...“MRO 관건은 트럼프”
- [MRO 강국, 한국] ①
글로벌 MRO 시장 견고한 성장세 지속
美 MRO 시장 서 韓 유리한 위치 선점

21일 시장 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선박 MRO 시장은 2025년 1418억 달러(약 191조)에서 2030년까지 약 1719억 달러(약 232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3.92% 수준이다. 이러한 성장세는 ▲노후 선박의 정비 수요 증가 ▲친환경 선박 개조 수요 확대 ▲해상 물류 활성화 등에 따른 결과다.
세계 선박 MRO에서 세계 함정 MRO로 범위를 좁혀도 시장 규모는 막대하다.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세계 함정 MRO 시장의 규모가 2025년 594억달러(약 80조)에서 2030년 659억달러(약 89조)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은 2.09%다. 이 같은 수치는 노후 함정의 정비 수요 증가와 해양 안보 강화 등의 필요성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韓 찾을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이유
거대한 시장 속 으뜸은 미국이다. 미국은 자국 함정의 노후화과 건조비용 급증, 인력난 등으로 해군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본격적으로 동맹국 조선소에 눈을 돌리고 있는데, 그 시선의 끝에 한국이 있다. 한국이 미 해군의 유력한 외주 파트너로 거론되는 배경으로는 ▲중국의 배제 ▲일본의 수요 포화 ▲외주국의 신뢰 하락 등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중국의 배제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외주 조달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국가를 물색 중이다. 미국 국방 관련 조달의 경우 엄격한 규제와 법률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중국산 혹은 중국과 연계된 국가의 제품은 사실상 배제된다. 국방과 관련해 무엇보다 군사 동맹 기반의 신뢰성을 중요히 여기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기술력과 납기 대응력 등을 동시에 갖춘 국가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도 군함 건조 및 정비 능력을 갖췄지만, 미 해군과의 실질적 파트너십 가능성과 생산여력 측면에서 한국·일본이 가장 현실적인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본의 수요 포화다. 지난 2023년 일본 최대 조선소인 이마바리조선의 히가키 이마바리 사장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이마바리조선은 66척, 합작법인 니혼조선소는 약 4년치 일감에 해당하는 95척을 수주했으나, 신규 채용 인력은 65명에 그쳐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끝으로 기존 외주국의 신뢰 하락이다. 앞서 호주의 오스탈(Austal)은 미국 해군과의 계약에서 납기 지연과 품질 문제를 겪은 바 있다. 미국 정부 회계청에 따르면 오스탈이 건조한 리터럴 전투함(LCS) 프로그램에서는 납기 지연과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USS 인디펜던스(LCS-2)는 갈바닉 부식 문제로 인해 심각한 구조적 손상을 입었으며, 이는 설계상의 결함으로 지적됐다.
이탈리아 핀칸티에리(Fincantieri)도 미국 차세대 프리깃함 프로그램에서 설계 변경과 관리 문제 등으로 납기 지연과 기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정부 감사국(GAO) 보고서에서는 미 해군의 설계 변경과 관리 부실이 프로그램 지연의 원인으로 지적됐지만, 외주업체에 대한 신뢰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여러 상황이 맞물려 한국은 미 함정 MRO 시장의 적임자가 됐다. 여기에 더해 미 해군은 지난해 기준 289척의 전력을 유지 중이나, 중국(425척 예상)과의 격차 확대를 막기 위해 전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2025~2034년 해군 함정 조달 예산은 약 502조원 규모(133척)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 내 조선소는 이미 고급 전투함 중심으로 과포화 상태다. 노후함 개조에는 예상 대비 2배의 기간, 3배의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투 핵심함은 미국 내, 보급·지원함과 정비는 동맹국 외주화라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미국 상원에서는 최근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이 발의됐다. 이 법안의 핵심은 두 가지인데, 각각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정의 건조 및 정비를 동맹국 조선소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의 주요 내용은 미 해군이 NATO 회원국 또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상호방위조약 체결국에 위치한 조선소에서 함정 또는 주요 구성 부품(선체, 상부 구조 등)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예외는 있다. 해당 조선소는 중국 소유 또는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아니어야 하며, 미국 내에서 건조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은 미 해안경비대가 외국 조선소에서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한다. 해당 법안 역시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마찬가지로 중국 소유 또는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아니어야 하며, 미국 내에서 건조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해야한다.
업계는 이를 두고 미국 외 동맹국 조선소에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를 맡길 수 있는 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두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의 대형 조선소들은 미 해군 및 해안경비대의 함정 건조 및 정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문근식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미국 정부는 하루 빨리 조선업을 부흥 시켜 중국을 따라잡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문제는 미국 내 민간 기업”이라며 “당장 미국 민간 기업들은 미국 조선업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상하원 로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한국에 유리한 법안의 입법을 저지하고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당장 미국에게 탈출구는 한국 밖에 없다”며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악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계를 얼마나 강하게 쥐고 당기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이를 현명하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한국의 민·관·군이 모두 힘을 합쳐 트럼프에 대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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