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MBK의 'LBO 방식' 인수에서 촉발된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사태 [김기동의 이슈&로(LAW)]
- 예견됐던 신용등급 하락...홈플은 왜 회사채를 팔았나
차입매수 인수 방식에 대한 수사 필요

이 점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홈플러스의 사기 처벌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사태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신빙성 떨어지는 홈플러스의 주장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인수하기 전인 2015년만 하더라도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최상위 ‘A1’단계였다. 그런데 인수 직후부터 등급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10년간 추락한 끝에 올해 2월에는 ‘rating trigger’(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ABSTB’ 발행 관련 계약이 해지되는 신용등급 조건)에 해당하는‘A3-’까지 강등됐다.
이처럼 거듭된 신용등급 강등은 MBK의 LBO(Leveraged Buyout·차입매수) 인수 방식에서 촉발되었다고 보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다. 인수 이후 본업 부진과 매출 정체가 지속됐고 거듭된 자산매각으로 인한 장기 성장성까지 저하된 것이 경영난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MBK는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 인수합병(M&A)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인수 대금 중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한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한국리테일투자(주) 등 SPC→홈플러스베이커리→홈플러스테스코→홈플러스 본사」 순서로 자회사로 편입했다. 최종적으로 SPC를 제외한 3개 회사가 홈플러스(주)에 합병돼 모든 부채를 떠안게 됐다.
인수 직후부터 MBK는 알짜점포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채무를 상환해 나갔다. 자산의 매각 및 담보 제공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인수금융 상환 및 MBK 투자자들에 대한 투자금 상환 등에 사용됐다. 그 결과, 더 이상 홈플러스에는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할만한 자산이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됐다.
그 과정에서 홈플러스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5년 인수 전 1조6178억원이던 차입금은 10년 만인 2024년 말 5조4620억원으로 늘었다. 상환전환우선주 9786억원을 포함하면 6조 3277억원에 이른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이자 비용으로 2조9329억원을 지출했는데, 같은 기간 발생한 영업이익의 6배를 초과한다.
이러한 부실 경영의 결과,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연속 연평균 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자 비용, 세금 등까지 포함된 당기순손실은 작년 5743억원에 이르렀다. 부족한 현금 유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동원된 수단이 ABSTB이다.
2023년 총 1조547억원 규모였던 ABSTB 누적 발행량은 2024년에 1조374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결국 ABSTB와 CP 등 6000억원 규모의 단기금융채권을 결제하지 못하게 되자 지난달 4일 법원에 기업회생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홈플러스는 6개월 단위로 신용평가를 받아 왔다. 그때마다 향후 재무구조나 영업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신용등급이 더 하락될 수 있다는 메세지를 받았다. 또한 2022년 8월 신용등급이 ‘A3’로 하락되기 직전, 신용카드사들과의 계약을 수정해 rating trigger를 ‘A3’에서 ‘A3-’로 낮추기도 했다.
따라서 올해 2월 26일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등급 강등 예정을 통보받은 뒤에야 그 하락을 예견했다는 홈플러스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2011년 LIG건설 및 2013년 동양그룹 사건에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죄가 인정돼 관련자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발행 당시 재무 상태 및 자금 상황을 고려하면, 발행자는 상환 불능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CP나 회사채를 발행했고, 이는 결국 투자자들을 기망할 수 있음을 용인한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배임죄 여부 따져봐야
이 법리는 홈플러스 사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회계 및 자금 관련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홈플러스가 상환 불능의 위험을 인식한 시점을 특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에서는 사기죄와는 별개로 MBK의 홈플러스 인수 구조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도 가려져야 한다. 2006년 대법원이 ㈜신한 매각 사건에서 “반대급부가 제공되지 않는 LBO 방식 기업 인수는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유죄판결을 내린 이후 LBO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이후 담보 제공 외에 합병이나 유상감자, 이익배당 등 거래를 추가하는 방식이 등장했는데, 이와 관련된 사건에서는 줄줄이 무죄가 선고됐다. 상법상 반대주주·채권자 보호를 위한 절차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는 것이 배임죄를 부정하는 주된 논거였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에는 ‘합병형·분배형 LBO’는 배임이 되지 않는다는 판례의 경향이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의 하이마트 인수 사건에서 제동이 걸렸다. ‘합병형 LBO’였던 이 사건에 관하여 1·2심은 기존 판례 경향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020년 대법원은 반대급부 없이 하이마트 자산을 채무 담보로 제공해 대출 기회 제한 및 환가처분 위험 등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고, 이는 하이마트보다는 AEP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재무·경영상 효율성 향상을 통해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키고, 사모펀드의 투자를 촉진하는 순기능도 존재하는 LBO에 관한 배임죄 적용은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홈플러스 사태에서는 그 법적 책임을 분명하게 가리기 위해 MBK의 LBO 인수 방식에 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리파이낸싱이나 세일앤리스백 등으로 조달된 자금이 인수 금융과 투자금 상환에 과도하게 지출됨으로서 홈플러스를 형해화시킨 것은 아닌지, LBO 대가로 홈플러스에 실질적인 반대급부가 제공된 것인지 등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LBO 허용에 대한 사법적 기준도 보다 명확해지길 기대해 본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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