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KDDX 사업에...“방사청, 사업 관리 능력 상실”
- [골든타임 놓친 KDDX] ①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계획 물거품
뚜렷한 중재안 내지 못하는 방사청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KDDX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지난 24일 방사청이 사업분과위원회(분과위)를 열었으나,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KDDX 사업은 현재까지 상세설계조차 본격화되지 못한 채, 방위사업청이 사업 분과위원회를 통한 조정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 지연 두 뿌리 ‘HD현대重·한화오션’
사업 지연의 근본 원인은 사업자 간 충돌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KDDX 선체 기본설계와 통합전투체계 개발 주도권을 두고 극심한 경쟁을 벌였다. 결국 지난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통합전투체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양사가 각각 행정소송과 이의제기를 제기하면서 사업 절차는 멈춰섰다.
이 기간 동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통합전투체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군사기밀 유출과 관련된 법적 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양사는 각각 이의제기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인원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012~2015년 사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해군 간부로부터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개념설계도 등 3급 군사기밀을 ‘도둑 촬영’해 사내 비인가 서버에 공유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관련 직원 9명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2023년 11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한화오션은 이 판결을 근거로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자격에 문제를 제기하며 방위사업청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했다. 다만, 방위사업청은 대표나 임원의 직접 개입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찰 제한 대신 벌점 부과 등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의 이 같은 문제제기가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위사업청의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며, “임원 개입 등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오션은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제출하고, 방위사업청의 과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등 행정적 이의제기를 이어갔다.
HD현대중공업 역시 한화오션의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하는 등 양측의 소송전이 이어졌다. 일부 고소·고발 사건은 무혐의 처분 및 고소 취하로 일단락됐지만, 핵심 쟁점인 군사기밀 유출과 입찰 자격 문제는 여전히 사업의 불씨로 남아있었다. 이 불씨로 인해 기본설계 완료 시점은 대폭 밀렸고, 후속 절차 역시 사실상 멈췄다.

‘수주는 생명’...가지 못 치는 ‘방사청’
결국 방사청이 나섰다. 지난 2024년 방사청은 사태 수습을 위해 KDDX 사업 분과위원회를 발족했다. 논의 테이블에는 ▲기존 사업자 체계 유지 ▲양사 간 역할 분담 ▲사업자 재선정 등 세 가지 방안이 올라왔다.
그럼에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확보한 우선 협상자 지위를, 한화오션은 공정한 재경쟁 없이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 가운데 선 방사청도 끝내 뚜렷한 중재안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조율 실패는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사업 추진 구조가 선체 건조와 전투체계 개발을 분리해 관리하도록 설계돼 있어 통합적 조정이 어려운 구조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특유의 ‘수주는 곧 생존’이라는 구도 역시 충돌을 격화시킨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먼저 사업 추진 구조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등 단계별로 분리해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양사가 경쟁중인 단계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다.
이처럼 각 단계마다 사업자가 다르고, 사업 방식(수의계약·경쟁입찰 등)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업 전반을 일관성 있게 조정할 주체 마저 부재한 상황이다. 실제로 방위사업청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구조적 한계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방사청은 사업 관리 기구로서 갈등 조정에 필요한 실질적 권한을 확보하지 못했다. 사업 초기 위험요소 식별과 리스크 관리 체계도 부실했다. 여기에 더해 분쟁 발생 시 조기에 개입하거나 강제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부재했고, 결국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사업 일정이 붕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KDDX 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방사청이 법과 제도를 근거로 애초에 정리를 했어야 했다. 기본설계 경쟁 직전에 HD현대중공업이 범죄행위를 저질렀는데, 그때 즉시 수사하고 처벌했으면 문제 될 게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사청이 그걸 얼버무리고 넘어가면서 아무 조치도 안 했다. 그렇게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따냈고, 여기서부터 꼬였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그는 “방사청은 어떤 결정을 해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법과 제도에 따라 통제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 이번 사안에서 방사청은 사실상 사업관리 능력을 상실했다”며 “당장 방사청은 섣불리 결정을 못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뀐 다음에 사업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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