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기본을 잃지 않는 기업이 위기에 강하다 [이코노 인터뷰]
- 이재용 회계사‧파인드어스 이사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본업 경쟁력이 핵심”
“현금, 쌓지 말고 효율적으로 ‘회전’시키라”

최근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의 재무 위기 대응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재무 분석 전문가이자 회계사인 이재용 파인드어스 이사는 기업 재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경영 전략을 읽어내는 언어라고 강조한다.
위기에 강한 기업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재무는 경영 전략과 분리될 수 없다”며 “문제를 인식하고, 조직과 제품, 서비스의 본질을 개선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이사는 “기업의 위기 대응력은 화려한 전략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경영에서 나온다”며 최근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재무와 경영 전략을 통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이사는 위기의 조짐을 조기에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기업이 위기에 빠지기 전에 포착할 수 있는 핵심 신호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주요 지역이나 주력 제품군에서 매출이 감소할 때, 또는 주요 유형자산을 매각할 때, 재고자산이 급증할 때는 반드시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하나만 나타나도 유의해야 하고, 둘 이상 복합적으로 발생할 경우 심각한 위기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업 다양성과 본업 경쟁력이 위기 탈출 ‘열쇠’
이재용 이사는 위기에 강한 재무 구조의 핵심으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본업에서의 확실한 경쟁력’을 꼽았다. 이 이사는 “하나의 제품이나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고가와 중저가, 지역별로 균형 잡힌 사업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랑스 로레알과 일본 게임사들을 예로 들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을 강조했다.
또한 본업 경쟁력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 이사는 “다이소, 코스트코처럼 본질적인 강점을 강화해 온 기업들이 위기에 잘 견딘다”라며 “반면 본업을 소홀히 하고 외연 확장에 치중한 기업들은 위기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확장과 본업 강화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 이사는 “객관적인 메타 인지, 즉 스스로를 냉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경영자의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기업들이 대체로 현금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애플처럼 ‘적절한 차입’을 통해 투자와 주주환원을 병행하는 글로벌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스타트업의 경우, 성장에 몰두하는 사이 비용 관리를 소홀히 해 재무 리스크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요즘은 매출 성장만으로 투자자가 용인해 주던 시대가 끝났다”며 “스타트업도 조기에 영업이익 구조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채 관리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설명했다. 적정한 부채비율이 업종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적극적으로 부채를 활용해야 기업의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다르지만 같은 교훈
기업의 재무적 위기 대응 전략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이사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재무 체력이 약해 위기 시 인원 감축이나 주요 자산 매각 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본업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춰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반면, 대기업은 막대한 자금력과 신용도를 기반으로 몇 년간 위기를 버틸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대기업은 오히려 자금 여유로 인해 대응이 느려지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변화를 감지하고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는 기업들이 반드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매출이 ‘0’이 되는 워스트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고정비를 기준으로 현금 소요를 계산해야 한다”며 “현금이 마이너스가 되는 시점을 예측하고 최소 6개월 전부터 투자유치나 대출 등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외부 감사나 세무조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소 ‘내부통제’ 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작은 회사라도 자금 출납, 계약 체결 등 모든 프로세스를 문서화하고 상호 견제 시스템을 갖춰야 횡령이나 부정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경험을 들며, 내부통제 부재로 인해 중견기업 대표가 세무조사 중 위법 사례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경영진이 관심을 갖고 기본을 지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이 이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회계 투명성도 재무적 안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아직 형식적인 ESG 대응에 그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생하는 기업이 위기 대응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모두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일본 상장사들이 보여주는 상세한 IR(기업설명회) 자료 공개 문화에 비해, 한국 상장사들의 공시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은 투자자의 신뢰를 얻고, 결국 기업의 주가와 자금 조달비용을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재용 이사는 다시 한번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이사는 “기업이 위기를 겪는 이유는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 기본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재무를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이 진정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는 것, 그것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해결책은 단순하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그의 조언은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위기의 시대, 기본에 충실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한편 이 이사는 5월 21일 FKI타워에서 열리는 ‘2025 이코노미스트 인사이트 포럼(EIF)’에 강연자로 나선다. 이날 이 이사는 ‘혼돈의 시대 헤쳐 나갈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트렌드 변화에 따른 기업의 생존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이재명, '조봉암·DJ 사형선고' 언급…"이번엔 반드시 살 것"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오타니가 춤추며 환영했다' 김혜성 첫 선발 출전에 첫 안타·첫 득점·첫 타점, '다저스도 신났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재명 대선 지지율 49%…한덕수 36%·김문수 33%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DN솔루션즈 상장 철회는 시장 탓일까 과한 몸값 탓일까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트럼프 46% 베트남 관세 폭탄도 못 막는다'…삼일제약 CMO 초저가 공습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