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정부 조직 개편은 왜 하는가…전략과 인재가 답이다 [이근면의 시사라떼]
- 인재 체계적 양성·배치 위한 통합적 운영 시스템 절실
싱가포르·일본 사례…정책 수립·인재 양성 유기적 구조임을 보여줘

[이근면 사람들연구소 이사장] 최근 정부 조직 개편에 관한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다음 정권이 국가를 운영하는 틀인 부처를 어떻게 구축하고 실행하는가에 대한 논란이다. 그러나 단편적이고 당위성 만 거론되며 전체 그림이 제시되지 못함은 국가적으로 어떤 목표로, 어디로 향하고 무엇을 가지고 누가 언제까지 등의 비전이 결여되어 있기에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인 기업 창업자도 확고한 내일과 세계 도전의 꿈이 있는데 국가 운영과 경영에는 도무지 이런 논란조차 없는 현실이다. 그중 오늘이 아닌 내일을 설계하고 백년대계의 목표를 정하는 기능은 그저 실종 상태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 운영을 돌아보면, 장기적인 국가 전략과 인재 운영에 대한 체계적 대비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평가는 공지의 사실이 되었다. 단지 정책의 방향성과 실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국가 전략이 백지화되고, 그에 따라 쌓아온 경험과 인재의 활용도 무너진다. 더욱이 이러한 경향은 과거 정부들에 비해서도 점점 더 뚜렷하게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은 10년, 30년 뒤의 국가를 상상하고 준비하고 있는가? 그 미래를 이끌 인재는 어떤 방식으로 양성되고 관리되고 있는가? 현실은 부정적이다. 지금의 정부 운영은 ‘단기 실적 중심’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인재에 대한 운영 역시 정치적 논리와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인재의 해외 유출, 국가 경쟁력과 직결
특히 인재 전략 측면에서 그 문제는 더욱 뚜렷하다. 청년층과 우수 인재들이 공공 영역을 회피하고 있는 현실은 단지 보수체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성과에 기반한 배치와 성장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배치할 수 있는 통합적 운영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고급 기술 인력, 정책 기획 전문가, 글로벌 협상 인재들이 민간으로만 쏠리거나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은 국가 전체의 경쟁력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기술 패권 경쟁 ▲기후 위기 ▲초고령화와 AI 시대라는 거대한 이중 파도 앞에서 준비 없는 무장해제로 밀려날 수 있다. 국정의 일관성은커녕 사회적 충격에 대한 대비도 기대하기 어렵고, 정책의 신뢰성 또한 무너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대통령 직속의 독립적 기구로서 ‘국가미래전략처(가칭)’를 신설해야 한다. 이 조직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10년, 30년 단위의 국가 중장기 전략을 설계하고, 이를 법제화하여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을 수립하는 부처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되, 정무적 영향에서는 독립되어야 한다.
둘째, ‘국가인재전략원’을 설립하거나 기존 인사혁신처의 범위를 과감히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 기관은 정부뿐 아니라 산업계, 학계, 민간 영역의 인재풀을 통합 관리하고, 교육·훈련·배치까지 일원화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재의 분석과 경로 설계, 역량 중심의 인재 등용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긴 역대 정부는 인사 기능을 분산 약화의 길로 운영해 왔다. 공직을 전리품으로 하여 상찬을 수월히 하기 위해서거나 인사 기능을 사유화하거나 전문성을 바라지 않거나 아님, 무지의 결과인 듯하다. 사람의 혁신은 백 년의 미래를 설계한다. 국가적 인재 경영은 종합적 예술의 가깝다. 만인 만색의 사람을 한 방향으로 다양성을 유지하며 국가적 발전과 개인의 성장과 행복을 추구하는 고도의 경영이다.
셋째, 미래를 이끌 리더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공공 펠로우십 제도 및 민관 교류형 로테이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는 단기 행정경험에 그치지 않고, 정책기획과 국제협력, 기술 현장 경험이 결합된 종합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는 단지 조직을 하나 더 만드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것은 국가가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약속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전략이 없고, 인재가 제자리에 서지 못하는 국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반드시 도태된다.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정치적 루틴에서 벗어나야
가까운 나라 싱가포르의 경우 총리실 산하에 전략기획국(CSA: Centre for Strategic Futures)를 두어 장기 전략 수립을 전문적으로 수행한다. 이와 함께 고급 인재를 위해 'Public Service Leadership Programme'을 운영하며, 민관을 넘나드는 경력 개발과 로테이션을 제도화하고 있다.
일본의 내각부 산하 인재기획본부는 각 부처 간 인재 순환과 교육을 조정하고, 일본형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설계하는 조직이다. 특히 기후, 과학기술, 디지털 분야 전문직 공무원의 경력경로를 설계하고 민간과 연계된 파견 시스템도 운영한다.
싱가포르와 일본은 정책 전략 수립과 인재 양성은 별개가 아니라 유기적 구조여야 하며 인재의 전략적 배치는 국가 경쟁력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정치적 루틴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욱이 다음 정권에서 폐기되는 정책을 5년 임기의 정권이 밀어붙이는 관행이 악습으로 되고 있다. 어찌 5년에 이룰 수 있는 것이라 속단할까? 전략이 없는 국가는 위기 앞에서 흔들리고, 인재가 없는 국가는 경쟁에서 무너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적 전환이다. 미래는 선언이 아닌 준비다. 국가는 사람을 키우고 전략을 설계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장기 전략과 인재 전략이 일체화된 구조 없이는 다음 세대를 위한 대한민국도 없다.
미래를 준비하는 정부는 예산이 아니라 사람에 투자하고, 정권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계획을 세운다. 이제는 단기 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을 다음 세대로 연결할 전략적 사고와 인재 운영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6년 전 결승 멤버 다 떠나고, SON만 남았다…부상 복귀 예고 “피치에서 만나요”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이데일리
영원한 ‘뽀빠이 아저씨’ 故 이상용, 오늘(10일) 빈소 마련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북한도 이렇게 안해" "곱게 미쳐라"…국힘 내전 확전일로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주기적 감사인 지정이 되레 투자자 혼란 가중…“명확한 지침 필요”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韓 AI신약개발 진단]① K-신약 인공지능, 美와 격차 벌어지는 까닭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