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스만·무쏘 EV가 바꾼 판…들썩이는 韓 픽업트럭 시장
- [다시 뜨는 픽업트럭] ①
침체기 넘어 성장 흐름 탄 픽업트럭 시장
시장 확산 관건은 화물차 대상 제도적 관문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픽업트럭이 변하고 있다. 단순 ‘일하는 차’에서 ‘즐기는 차’로 인식되면서다. 과거에는 화물 운반을 위한 상용차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캠핑과 레저, 가족용 차량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며 전방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소비자 인식의 변화와 세제 혜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해외 완성차 브랜드 뿐만 아니라, 국내 완성차 브랜드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기아는 중형 픽업트럭 ‘타스만’을, KG 모빌리티는 전동화 모델 ‘무쏘 EV’를 선보이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롤러코스터’ 타는 픽업트럭 시장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픽업트럭 등록 대수는 2만3574대다. 이후 2018년 4만1467대로 성장 한 뒤, 2019년 4만2825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0년 3만8117대 ▲2021년 3만902대 ▲2022년 2만9685대 ▲2023년 1만8199대 ▲2024년 1만3475대로 침체기를 걸었다.
당초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한동안 KG모빌리티(옛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가 사실상 독점해왔다. 실제로 렉스턴 스포츠(칸 포함)는 2018년 출시 이후 매년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80~95%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수입 픽업트럭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마땅한 대체제가 없었던 셈이다.
최근 들어 시장 판도에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올해 들어 기아가 첫 정통 픽업트럭 ‘타스만’을 출시하고, KG모빌리티도 전기 픽업트럭 ‘무쏘 EV’를 선보이면서 경쟁 구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픽업트럭에 부는 ‘훈풍’과 남은 ‘관문’
픽업트럭은 구조적으로 앞좌석(승객석)과 뒤쪽 적재 공간(오픈 베드)이 분리된 차량이다. 일반 승용차와 달리 후방에 뚜껑 없는 짐칸이 있어, 건자재나 장비는 물론 자전거, 서핑보드, 캠핑 장비 등 부피 있는 물품 운반에 적합하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화물운송 기능을 접목시킨 차량인 셈이다.
이 때문에 픽업트럭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차량’으로 각광받고 있다. 과거에는 픽업트럭을 단순 상업용으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캠핑, MTB·서핑과 같은 레저 활동과 함께 반려동물 동반 외출이나 대형마트 쇼핑 등 일상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퍼지면서다.
정부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도 우군이다. 보조금 및 세제 혜택 등이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을 자극하는 등 시장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가장 큰 혜택은 세금 구조에서 나온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픽업트럭은 일반적으로 화물차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승용차 대비 취득세와 자동차세 부담이 현저히 낮다. 일부 모델은 개별소비세도 면제돼 차량 구매 비용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기아의 중형 픽업트럭 ‘타스만’을 기준으로 보면 혜택의 실체가 보다 명확해진다. 타스만은 ‘소형 화물차’로 분류돼, 연간 자동차세가 단 2만8500원, 여기에 지방교육세를 포함해도 약 3만7050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동일 배기량의 승용 SUV인 쏘렌토(연간 약 65만 원)에 비해 10분의 1 이하 수준이다.
취득세에서도 격차는 크다. 승용차는 차량가의 7%, 화물차는 5%다. 예를 들어 차량가가 4000만원이라면 승용차는 280만 원, 화물차는 200만원을 납부하게 된다. 여기에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도 대부분 면제된다. 반면 승용차는 개별소비세(최대 7%)와 교육세(개소세의 30%)가 함께 부과된다.
이처럼 ‘훈풍’이 부는 픽업트럭 시장에도 여전히 넘어야 할 제도적 관문은 존재한다. 픽업트럭은 법적으로 화물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부 도로 이용에 제한이 있다. 대표적인 규제가 바로 고속도로 1차로 통행 제한이다.
국내 도로교통법상 픽업트럭은 ‘화물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고속도로 1차로(추월차로) 주행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는 외형이나 성능 면에서 SUV와 유사한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 입장에서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기아 ‘타스만’이나 KGM의 ‘무쏘 EV’처럼 첨단 주행보조시스템(ADAS)을 갖춘 픽업트럭도 승용차 수준의 주행 성능을 가졌지만, 법적으로는 제한된 통행 권역을 따라야 한다.
또 현행 제도상 픽업트럭은 성능이나 안전사양 면에서 SUV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정기검사 기준에서는 화물차와 동일하게 취급된다. 이에 따라 운전자는 SUV보다 더 짧은 주기로 검사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예컨대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처럼 승용차로 분류된 차량은 신차 출고 후 5년간 정기검사가 면제된다. 이후에도 2년에 한 번씩만 검사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픽업트럭은 똑같이 비사업용으로 등록하더라도 출고 2년 후부터 첫 검사를 받아야 하며, 4년이 지나면 1년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화물차로서의 혜택은 유지하되, 라이프스타일 차량으로서의 현실적 제약은 줄이는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가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생활차’로서의 픽업 확산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픽업트럭이 왜 화물차로 분류되느냐 하면, 적재 공간의 바닥 면적이 2㎡(제곱미터)를 초과하면 화물차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완화하자니 1톤 트럭 문제도 함께 불거진다. 만약 일부 차량에 대해 ‘승용형’이라는 이유로 예외를 인정해 승용차로 분류한다면, 1톤 트럭 소유자들도 똑같이 혜택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2㎡ 규정’ 자체를 손봐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제도 개편을 하자니 이해관계가 얽힌 당사자가 너무 많다. 1톤 트럭 소유자들도 승용차 전용도로 이용을 요구할 것이고, 이는 전체 자동차 분류 체계를 훨씬 더 세분화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승용차로서의 혜택과 화물차의 세제 혜택을 동시에 누리려는 시도는 제도적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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