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타입 도어 핸들, 테슬라 모델 S가 첫 시도
공기저항 계수 및 디자인 두마리 토끼 잡아
안전 문제는 현재진행형...개선 필요성 대두돼
수만 개의 부품이 모여, 하나의 차량이 완성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는 작은 부품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작고 하찮아 보일지라도, 그 어느 하나 대체될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부품들이 차를 움직이고·길을 만들고·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지금부터, 미처 보지 못했던 부품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테슬라의 독일 공장(독일 베를린 인근 그륀하이데) 밖 주차장에 신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최근 출시된 몇몇 차량에는 도어 손잡이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 소비자는 당황한다. 손잡이가 어디 있는지 잠깐 헤매기도 한다. 이유는 손잡이가 차체에 파묻혀 있기 때문이다. 숨어 있는 손잡이를 지칭하는 단어는 ‘히든 타입 도어 핸들’(Hidden-type door handle)이다.
히든 타입 도어 핸들은 이름 그대로 '숨겨진 손잡이'다. 해당 손잡이는 차량이 정지해 있을 땐 차체에 매끈하게 붙어 있다. 작동은 문을 열 때 자동으로 튀어나오거나 터치로 이뤄진다. 히든 타입 도어 핸들은 테슬라 모델 S(2012년형)에 처음 적용됐다.
이후 공기저항을 줄이고 디자인을 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프리미엄 차량에 확산됐다. 과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모델 S에 히든 타입 도어 핸들을 도입하겠다고 했을 당시, 임원 그룹은 “복잡하고 불필요한 아이디어 같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테슬라 모델 S는 이 기능 하나로 소비자의 ‘미래차’ 인식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히든 타입 도어 핸들과 유사하지만 방식이 다른 사례도 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6, 기아 EV6, 제네시스 G90 등이다. 이들 차량은 차체 표면과 평면을 이루는 손잡이를 ‘눌러서’ 돌출시키는 ‘플러시 타입’이다. 이들 역시 외형상으로는 돌출되지 않지만, 작동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종합하면 히든 타입 도어 핸들과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은 작동 방식에서 근소한 차이를 보인다. 다만, 두 종류 모두 차량 외부 형상의 매끄러움을 유지해 공기저항을 줄이고, 디자인을 간결하게 만든다는 공통된 목적을 지닌다.
꼭꼭 숨은 손잡이
손잡이를 숨기는 이유 중 하나로 '공기저항 계수'(Cd)가 꼽힌다. Cd는 자동차의 연비·주행거리·정숙성과 직결되는 핵심 성능 지표다. 차체 외부에 돌출된 요소가 적을수록 공기저항은 낮아진다. 히든 타입 손잡이는 Cd 값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현대차에 따르면, 아이오닉 6의 Cd는 0.21로 집계됐다. 이는 도어 핸들·휠 디자인·액티브 에어플랩 등 공력 개선 장치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히든 타입 도어 핸들을 채택한 메르세데스 벤츠 EQS의 Cd는 0.20으로, 현재까지 양산차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전기차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더욱 각광받는다. 전기차는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Cd 수치를 낮추는 것이 중요한데, 도어 핸들은 개선 가능한 주요 외부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Cd는 0.01만 낮춰도 에너지 효율에 영향을 미친다. Cd를 0.01 개선할 경우, 전기차 기준으로 100km 주행 시 약 0.6kWh의 전기를 아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오닉 6(롱레인지 기준)의 1km당 평균 전비가 약 120Wh/km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약 5km를 ‘공짜로’ 더 달릴 수 있는 셈이다.
디자인적 요소도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히든 타입 도어 핸들을 앞다퉈 채택하는 배경에는 ‘최첨단 이미지’ 구축이라는 전략도 작용한다. 겉보기에 단순한 손잡이 하나지만, 도어를 여닫는 행위조차 ‘새로운 경험’으로 바꾸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히든 타입 도어 핸들이 사실 전통적 도어 핸들인 ‘풀 아웃 도어 핸들’보다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업체들은 히든 타입 도어 핸들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디자인적으로 차량의 깔끔한 면처리가 가능하고, 공기저항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전기차에서 히든 타입 도어 핸들을 많이 채택하는 이유는 첨단 기술이기 때문이 아니라, 전력 효율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테슬라 전기차가 화재로 전소돼 뼈대만 남아있다. [사진 세종소방본부]개선 과제는 수두룩
기술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히든 타입 도어 핸들은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우선은 사용성 문제다. 눈에 띄지 않기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는 문을 여는 방식 자체를 헤맬 수 있다. 특히 차량 사고 시 수동으로 문을 열어야 할 경우, 구조대가 손잡이를 찾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겨울철 결빙 문제도 지적된다. 차체와 플러시하게 붙어 있는 히든 핸들은 눈·비·얼음이 낀 상황에서 쉽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일부 제조사는 도어 핸들 주변에 히팅 기능을 넣어 이를 보완하고 있지만, 기계식 대비 내구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히든 타입 도어 핸들은 대부분 전자식(e-latch) 기반으로 동작하는 만큼, 전기 계통 이상이나 배터리 방전 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우려가 있다. 특히 외부 전원이 끊기거나 차량이 침수될 경우, 손잡이가 작동하지 않아 차량 탈출이나 구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다.
비용도 문제다. 히든 타입 도어 핸들은 단순한 기계식 구조가 아닌 센서, 모터, 제어모듈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일반적인 도어 핸들보다 부품 단가가 높고, 수리 난이도도 증가한다. 문짝을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단순 고장에도 고비용 정비가 요구될 수 있다.
권 교수는 “히든 타입 도어 핸들은 풀 아웃 도어 핸들과 달리 사고 시 문을 강제로 잡아당길 수 없다. 손잡이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며 “디자인 및 공기 역학 등 여러 장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히든 타입 도어에는 팝업 방식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공통된 문제로는 겨울철 결빙 시 작동하지 않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히든 도어는 실내에서 사용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상 상황에서 탈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테슬라 관련 사고 사례에서도 이런 문제가 자주 지적된다”며 “히든 도어는 디자인이나 공기역학적인 장점이 있지만, 도어와 사이드미러는 측면 충돌 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부위인 만큼, 안전과 직결되는 측면에서 실내에는 도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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