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美, '트럼프 상호관세' 본격 발효[韓美 관세 집중진단]①
- 韓, 최종 관세율 15%...25%서 하락
관세협상 타결의 결정적 돌파구는 '마스가'
국민 10명 중 6명 "잘했다"...야당은 "실패"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을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8월 7일 0시1분(미 동부시간 기준)을 기해 본격 시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직후 자신이 공약했던 고율의 관세정책을 숨 가쁘게 추진해 왔다. 우리나라 또한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누리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하루아침에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기본관세 10%에 15%의 국가별 관세가 더해진 25%의 상호관세율을 통보받았다.
이에 한국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를 통해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관세협상을 진행하고 당초 25%인 관세율을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15%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한국의 대미 수출 주력품인 자동차의 품목별 관세율도 일본·EU와 동일하게 15%로 적용하기로 했으며, 반도체 역시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았다. 대신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만약 이번 협상에 실패했다면, 한국은 암울한 상황에 직면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우리나라가 이번 관세협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짚어봤다.
한국 정부는 이번 통상 협상에서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 정치 구호인 마가(MAGA)에 조선업(Shipbuilding)을 더해 이름이 붙여진 이 프로젝트는 한국 민간 조선사들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와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 지원을 포괄하는 패키지로 구성됐다.
‘마스가 모자’ 전달 위해 ‘배송작전’ 펼쳐
한미 관세 협상을 진두지휘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사실 조선이 없었으면 협상이 평행선을 달렸을 것”이라며 마스가 프로젝트 제안이 이번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스튜디오에 ‘마스가 모자’ 실물을 가져가 공개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우리가 디자인해서 미국에 10개를 가져갔다"며 "이런 상징물을 만들 정도로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마스가 모자는 산업부 조선해양플랜트과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6월 초부터 인공지능(AI) 챗GPT를 활용해 디자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마스가 모자는 3∼4개의 시안이 있었으나 논의 끝에 붉은색 모자 위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배치하고, 흰색 실로 글씨를 새긴 현재 디자인으로 결정했다. 이는 골프를 좋아하고 빨간색 모자를 즐겨 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다. 모자 시안을 만든 후 산업부 실무자들은 섬유 업체가 밀집한 서울 동대문에 있는 업체를 직접 찾아 수소문하며 모자 제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는 자리에 이 모자와 대형 패널을 가져가 한미 조선 협력 방안을 설명하자 러트닉 장관은 “훌륭한 아이디어”라며 호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에 따르면 마스가 모자를 제때 배송하기 위한 일종의 ‘배송작전’도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급진전되며 미국 협상팀이 급히 마스가 모자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산업부 실무진은 ‘마스가 모자가 24시간 안에 도착해야 한다’는 현지 요청에 대한항공과 긴밀히 협의하며 밀봉한 마스가 모자 10개를 들고 인천공항을 찾아 워싱턴발 비행기에 실었다. 직원들의 노력으로 마스가 모자는 다음날 무사히 현지 협상팀 손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협상 과정에서는 정부 뿐만 아니라 재계 총수 등 민간의 노력도 큰 도움이 됐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협상 기간 미국을 찾았다. 김 실장은 “민간 라인을 통해 '대한민국은 최선의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국민 10명 중 6명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미 관세 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전체의 63.9%였다. ‘잘못했다’고 평가한 비율은 32.3%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모든 지역에서 긍정 평가가 우세했다. 지역별 긍정 평가율은 광주·전라(81.5%), 경기·인천(70%), 대전·세종·충청(60.8%), 부산·울산·경남(60.7%), 서울(56%), 대구·경북(53.8%) 등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77.7%)와 50대(70.6%)에서 70% 이상의 긍정 답변율을 기록했다. 60대(67.4%), 70세 이상(62.9%), 30대(59.1%)에서도 긍정 의견이 우세했다. 다만 18∼29세에서는 긍정(41.2%)보다 부정(53.8%)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이념 성향에 따라 협상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진보층의 경우 84.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보수층에서는 긍정(47.8%)과 부정(48%)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었다. 중도층에서는 61.7%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미 관세협상, 국민 10명 중 6명은 긍정적으로 평가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성과로는 '상호 관세율 15% 인하 및 경쟁국 동일 조건 확보'(23.8%)와 '쌀·소고기 등 국내 민감 품목 시장 개방 제외'(23.2%)를 꼽는 비율이 높았다.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67.4%가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노력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30.2%였다. 이번 협상 결과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발전과 성장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58.1%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35.7%였다.
다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선 이번 관세 협상과 관련해 '성과로 보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8월 4일 “이재명 정부는 자화자찬을 계속하고 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국익을 제대로 지켜낸 협상인지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 향후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대비책도 즉각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한미 FTA 체결 이후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 미국 시장에서 0% 관세 혜택을 받아 왔다”며 “이번 협상 결과 모두가 동일하게 15%의 관세를 적용받게 돼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오히려 후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역시 최근 “트럼프 강압에 굴복한 관세 협상”이라며 “성과로 포장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25%에서 15%로 낮췄다는 표현은 본질을 가린다”며 “미국이 예고한 25% 고율 관세는 협상 전까지 실효성이 없는 일방적 위협에 불과했으며 이번 협상으로 인해 오히려 기존 0%에서 15% 관세가 부과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번 협상의 실질적 영향과 부담이 누구에게 전가되는지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며 “특히 수출 산업과 농축산업 종사자, 관련 노동자들이 체감하게 될 변화에 대해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임상 업데이트] 네이처셀 ‘조인트스템’, 식약처 품목허가 반려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래도 U-21?’ 뉴캐슬 박승수, 프리시즌서 선발 데뷔전서 맹활약…팀 평점 1위 호평 “가장 큰 환호”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연금 월 300만원 버법?…"50대는 '반납'하세요"[연금술사]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3년간 배당 늘린다더니…고려아연, 중간배당 생략한 배경은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엔허투 SC' 임상 다음달 개시…알테오젠, 글로벌 ADC 개발 판도 바꾸나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