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제2의 중동 붐'을 넘어…한-UAE 경제동맹 기회와 과제 [새로운 중동붐]⑤
- 130조 파트너십, 한국 산업 미래 확장시키는 거대한 발판
현지화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정교한 진출 전략 필요
[이정호 한양대 경영대 겸임교수] 이재명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단순한 자원 외교나 건설 수주를 넘어 ▲인공지능(AI) ▲원전 ▲방산 ▲바이오헬스 등 미래 먹거리를 포괄하는 100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경제동맹'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1970년대 '제1의 중동 붐'이 노동 집약적 건설업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첨단 기술과 소프트파워가 결합한 '제2의 중동 붐'으로 진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중심으로 다시 불고 있는 중동의 메가 프로젝트 바람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마주한 기회와 리스크를 냉철하게 분석해 본다.
'형제국'의 신뢰 자산: 바라카에서 아크부대까지
한국 기업이 중동, 특히 UAE에서 가지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오랜 신뢰의 역사'다. 1970년대 사막의 열기 속에서 한국 건설인들이 보여준 근면함은 중동 국가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신뢰는 2009년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수출인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로 결실을 보았고, 군사 협력의 상징인 '아크부대' 파병을 통해 혈맹에 준하는 '형제국' 관계로 격상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이번 1000억달러 투자 유치의 핵심 기반이다. UAE는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를 대비하며 단순한 시공사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원했다. 한국은 약속을 지키는 나라라는 무형의 자산이 AI와 방산이라는 안보 및 첨단 기술 분야의 협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중국이나 유럽 경쟁국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한국만의 경쟁우위다.
사막에 심는 'K-의료', 바이오헬스의 블루오션
이번 순방 성과 중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바이오헬스 업무협약(MOU)이다. UAE는 막대한 자본력을 갖췄지만, 기후적 특성과 생활 습관으로 인한 당뇨,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다. 반면, 이에 대응할 자체적인 의료 인프라와 전문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동안 UAE 부유층이 치료를 위해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한국으로 '의료 관광'을 떠나야 했던 이유다.
이제 한국 기업들에 열린 기회는 환자를 데려오는 것을 넘어,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현지에 이식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 능력을 갖춘 한국의 대학병원들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할 경우, 병원 운영 시스템부터 원격 진료, AI 진단 솔루션까지 패키지형 수출이 가능하다. 한국 의료는 높은 기술력 대비 합리적인 비용, 그리고 신속한 서비스로 이미 현지에서 평판이 높다.
이번 MOU는 한국 의료가 UAE의 부족한 공공보건 인프라를 채워주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는 병원 건설부터 의료기기, 제약 등 연관 산업의 동반 진출을 이끄는 거대한 파이프라인이 될 것이다.
에너지 대전환, 친환경과 스마트 인프라의 결합
중동의 '탈석유' 기조는 한국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에 막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UAE와 사우디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막의 풍부한 일조량을 활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저장·운송하는 밸류체인 구축에 있어 한국의 수소 기술력은 매력적인 대안이다.
또한 재개되는 인프라 메가 프로젝트들은 단순한 토목 공사가 아니다. 사우디의 네옴시티나 UAE의 마스다르 시티 등은 친환경 에너지와 AI, 정보통신기술(ICT)가 결합한 '스마트 시티'를 지향한다. 세계적인 시공 능력을 갖춘 한국 건설사들이 ▲삼성 ▲LG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업들과 '팀 코리아'를 이뤄 진출한다면, 도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수출하는 고부가가치 수주가 가능하다.
원전 수출로 입증된 프로젝트 관리 능력과 기술력은 탄소 중립을 지향하는 중동의 미래 도시 건설에 있어 가장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다.
'현지화'와 '기술 이전'의 딜레마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동 시장은 과거와 달리 매우 까다로워졌다. 가장 큰 리스크는 '자국민 의무 고용' 정책과 높은 수준의 '기술 이전' 요구다. UAE와 사우디는 더 이상 단순한 소비 시장에 머물지 않고, 자국 내에 제조업 기반을 닦기를 원한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합작 법인(JV) 설립 ▲생산 시설 현지화 ▲기술 전수 등을 강하게 요구받을 것이다. 이는 초기 투자 비용 상승과 기술 유출 우려라는 리스크를 동반한다.
또한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줄타기 역시 변수다. 방산이나 원전, AI 분야 협력 과정에서 미국의 견제나 수출 통제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중동 특유의 '톱다운'(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최고위층의 결정으로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다가도, 유가 변동이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가 하루아침에 중단되거나 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오너 리스크'가 상존한다.
'준비된 우연'을 위한 전략적 동맹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 성과는 한국 기업들에 '준비된 우연'(Omnia coincidentia, parantur coincidentia : 모든 우연은 준비된 우연이다)을 만들 수 있는 거대한 판을 깔아주었다는 점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우연처럼 찾아온다. 1000억달러라는 숫자에 취하기보다, 그 이면에 담긴 UAE의 국가 발전 전략을 정교하게 독해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과거의 '건설 파트너'를 넘어 '미래 기술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굳혀야 한다. 의료와 친환경 에너지 등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되, 현지화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정교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금융 지원과 외교적 보호막을 제공하고, 민간은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중동의 사막은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할 기회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이제 기업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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