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신뢰’의 문턱 넘어야
- [글로벌 주가지수 편입]②
실물경제는 선진국, 금융시장은 신흥국
외환·공매도 등 해묵은 과제에 발목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 한국 증시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Devloped Markets) 편입을 오랜 숙원으로 삼아왔다. 현재 MSCI 신흥국 지수(Emerging Markets)에 포함된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GDP와 9위의 무역 규모를 자랑하지만, 자본시장 제도와 규제 미비로 선진시장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주요 기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다.
MSCI 선진국 지수는 글로벌 연기금과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참조하는 주식 벤치마크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한국 증시는 미국, 일본, 영국등 세계 경제를 이끄는 국가들과 같은 범주로 분류되고, 글로벌 자금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자동으로 포함된다. 이는 단순히 자금 유입 효과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MSCI는 세계 경제를 선진국(DM)과 신흥국(EM)으로 나눈다. 선진국은 경제 규모와 금융시장의 발달 정도, 정치적 안정성 등 여러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된다. 반면 신흥국은 경제 성장 잠재력과 함께 자본시장 개방도, 유동성, 투자자의 접근성 등을 기준으로 분류된다.
지난 7월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신흥국 지수에서 중국(29.2%), 대만(19.4%), 인도(16.9%)에 이어 네 번째 규모를 차지한다. 전체 비중은 약 12%로, 삼성전자(2.7%)와 SK하이닉스(1.2%) 두 반도체 대장주가 한국 비중의 30% 이상을 담당한다. 이외에도 ▲현대차 ▲네이버 ▲카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합류해 신흥국 지수 내에서도 ‘코리아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신흥국’ 머무른 한국…시장 한계 뚜렷
이 때문에 한국 증시는 글로벌 신흥국 펀드의 주요 투자처로 자리잡았지만 자금 흐름은 신흥국 경기 사이클에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 자산 회피 심리로 한국 증시에서 20조원에 가까운 외국인 자금을 단기간에 빼갔다. 2022년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기에도 외국인 순매도가 집중되며 원화 가치가 크게 흔들렸다. 이런 흐름은 한국 시장이 신흥국으로 묶여 거래되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한국 증시는 다른 신흥국들과 비교했을 때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중국은 소비와 플랫폼 관련 산업이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인도는 금융과 서비스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브라질은 원자재와 에너지 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이차전지 등 제조업과 IT 산업이 경제의 중심을 이룬다.
때문에 한국의 산업 구조는 글로벌 경기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글로벌 경기가 호황일 때는 한국의 주요 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금 유입이 늘어나지만, 경기가 침체되면 반대로 빠르게 자금이 빠져나가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다.

선진국 지수로의 승격은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MSCI DM 지수는 약 17조달러(2경3757조원) 규모의 글로벌 연기금과 패시브 자금이 추종하는 주요 벤치마크로, 이 지수에 편입되면 한국은 선진국 펀드의 자동 편입 효과를 받게 된다. 이는 자금 유입 경로를 안정화시키고, 신흥국 지수에 의존하는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이다. MSCI는 6월에 발표한 연례 시장 분류(Annual Market Classification Review) 결과, 한국의 선진국(DM) 지수 편입을 또다시 보류하고 신흥국(EM)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주요 이유로는 ▲원화 환전의 어려움 ▲투자자 등록 절차의 불편함 ▲파생상품 선택권 제한 ▲공매도 제도의 불안정성 등이 지적됐다.
외환·투자 등록·공매도…넘어야 할 과제 산적
특히 외환시장은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핵심 과제다. 정부는 2024년부터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고, 외국금융기관(RFI)의 참여를 허용하는 등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홍콩과 싱가포르 같은 금융 허브들이 24시간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제한적이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선진국 통화로 인정받기 위해 원화가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투자자 등록 절차도 완화됐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기존의 외국인투자등록증(IRC)을 국제 법인식별번호(LEI)로 대체하고 옴니버스 계좌를 활용하는 방법을 허용했지만, 신규 등록 과정과 사후 보고 의무 등은 여전히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밖에 공매도 제도의 일관성 및 예측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시장의 공매도 제도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임의로 멈추고 푸는 과정이 수 차례 반복됐다. 2020년 팬데믹을 이유로 전면 금지했다가 1년여 만에 대형주만 불완전하게 풀었고, 불과 2년 만인 2023년 또다시 전면 금지하는 식이었다. 이 과정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기피하게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그럼에도 만약 편입이 성사된다면 파급력은 상당하다. 단순히 수십조원의 투자자금 유입을 넘어 외환시장의 안정과 환율 변동성 완화 효과가 뒤따를 수 있다. 장기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면 국채금리 안정에도 기여할 뿐 아니라 기업 자금 조달 비용 감소로 연결된다. 나아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 수준을 맞추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 개선 압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환시장 자유화, 공매도 제도의 안정성,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편입 논의가 진전될 수 없다”며 “선진국 지수 편입은 한국 금융시장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 나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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