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 막으니 기업이 뚫렸다…기업 ‘깡통대출’ 6개월만에 31.8% 늘어
- [대출 규제의 역설]①
기업 무수익여신 반년 새 30%↑…은행 “대출 늘리자니 떼일 우려”
가계신용은 사상 최고치 경신…주담대 15조원 급증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은행들이 고민에 빠졌다. 정부 기조에 맞춰 가계 대출을 제한하고 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지만, 중소기업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이들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이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무수익여신은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악성 채권을 뜻한다. 이른바 ‘깡통대출’로 불린다. 통상 은행은 90일 이상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 대출을 무수익여신으로 분류한다.
6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무수익여신 총액은 4조1026억원으로 집계됐다. 깡통대출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 3조1899억원에서 불과 반년 만에 28.6%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총여신 잔액은 1459조2000억원에서 1468조3000억원으로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무수익여신의 증가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기업 대출 부실이 심각하다. 기업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조1465억원에서 6개월 만에 2조8288억원으로 31.8%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 무수익여신 잔액은 1조321억원에서 1조2628억원으로 22.4% 증가했다. 특히 건설 경기 침체로 관련 기업의 부실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은행의 건설업 연체율(산술 평균)은 2분기 말 기준 0.79%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난감한 상황”이라며 “연체 우려가 적은 우량 기업은 굳이 대출을 필요로 하지 않고, 일부 기업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투자를 중단하고 관망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해 무작정 대출을 확대했다가는 부실 위험이 커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금융 제재를 추진하면서 은행권은 긴장하고 있다. 건설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사고 발생 기업에 대한 대출까지 제한하면 기업 대출은 더욱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포스코이앤씨와 DL건설 등 주요 건설사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 공사가 중단됐다. 포스코이앤씨가 공사 중이던 전국 사업장은 100여 곳, DL건설의 사업장은 44곳에 달한다. 이들과 거래하는 협력사는 2000곳을 넘는 만큼 협력사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 은행의 기업 대출 영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실제로 건설업 대출은 감소세다. 올해 상반기 은행의 건설업 대출채권 잔액은 20조1015억원으로, 1년 전보다 9271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도·소매업 대출은 약 8000억원, 제조업 대출은 1조원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건설 경기 부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업 침체가 심화된 영향이다.

‘중대재해 리스크’에 기업 대출 문턱 높아지나
금융당국은 8월 19일 ‘중대재해 관련 금융부문 대응 간담회’를 열고 금융권 대출 심사에 ‘중대재해 리스크’를 반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권 여신심사에 중대재해 리스크를 적시에, 적절히 반영하겠다”며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는 대출 규모·금리·만기 연장 등에서 불이익을 주고, 재해 예방에 앞장서는 기업에는 대출 확대와 금리 인하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당국의 정책 방향이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해 관리가 우수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에는 공감하지만, 중대재해 이력이 기업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면 사실상 대출길이 막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 대출도 안심할 수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52조8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24조6000억원 늘었다. 1분기 1928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또다시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가계신용은 일반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금과 외상 매출 등을 합한 금액이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4조9000억원을 차지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매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김민수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주택구입용 주담대와 증권사의 신용공여 증가가 2분기 가계신용 확대에 영향을 줬다”며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 오름세가 둔화되는 모습도 보이지만 추세적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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