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중국 전승절 참관기,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특파원 리포트]
- 김정은 국무위원장, 푸틴 대통령 전승절 참석…시 주석과 나란히
국제 정세 재편하려는 미국 vs 신흥국 연대하려는 중국 기 싸움
다시 中과 밀착하는 北, 남북 관계 개선 위한 외교적 노력에 주목

[이데일리 이명철 베이징 특파원] 지난 9월 2일 중국 베이징역을 중심으로 도심 일대엔 삼엄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예정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비해 도심을 통제한 중국 공안 측과 이를 포착하려는 취재진과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도착한 후 국제사회의 관심은 9월 3일 열린 중국의 항일 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행사에 쏠렸다. 중국은 이번 행사에서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 반(反)서방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성대한 열병식을 열고 북·러와 손을 맞잡은 의도는 무엇일까. 베이징 현장에서 전승절의 전후를 살펴보고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무엇인지 찾아봤다.
밤 지새운 전승절 행사, 시진핑 “굴하지 않을 것”
행사 당일 일찌감치 오전 1시 30분쯤 프레스센터에 도착하니 입구부터 전승절 행사 참석 비표와 짐을 살피는 보안 절차가 진행됐다. 미디어센터에서 전승절 행사장까지 가는 과정이 하나의 큰 보안 구역이었다. 중국 측은 사전에 행사 당일 지켜야 할 수칙 20개의 항목을 공지했다. 신분증을 지참하라는 안내 외에도 사전에 승인받지 않은 무선 전자기기나 카메라를 비롯해 식음료·약물·필기도구·악기·자동차 키·드론 등 수많은 항목의 반입이 금지됐다. 실제 현장에서는 립스틱이나 선블럭 같은 작은 화장품을 압수당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추가로 몇 차례의 보안 검색과 이동을 거친 후에야 오전 5시 넘어 톈안먼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5만여석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행사장은 각지에서 모여든 참석자들로 북적였다. 외신 기자들은 대부분 톈안먼 맞은편 오른쪽에 배치됐다.
시 주석은 10여분간에 걸친 연설에서 “중화민족은 강권에굴하지 않았으며 폭력에 굴하지 않았다”면서 “중국은 강국 건설과 민족 부흥의 위대한 위업을 위해 단결하고 싸워나갈 것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중·러 연대로 미 견제한 중국, 영향력 과시
전승절 행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서방에 대응한 북·중·러 연대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시 주석이 김 위원장,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선 열병식이 중국의 성장하는 무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을 미국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러를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북한은 잇단 핵 실험 등으로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문제아’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세계 평화를 외치고 있는 중국에 골칫거리기도 하다.
미국과 관세 협상 중인 중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35%의 관세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수출 제재 등 미국으로부터 받아야 할 카드도 많다. 이런 가운데 굳이 북·러와 함께 손을 잡으면서 미국을 자극한 저의가 궁금한 것이다.
우선 중국은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 재편에 제동을 걸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김 위원장과 조만간 만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를 강력한 우방으로 두면서 브릭스(BRICS), 상하이 협력기구(SCO) 등 다자 협의체를 이끄는 중국은 미국의 간섭이 이러한 연대에 영향을 미칠 것을 경계하고 있다.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 또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남반구와 신흥 경제국 사이에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적인 행사에서 세 정상의 두드러진 위치는 미국의 지속적인 압력에서 단결을 보여주는 것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한반도 평화에 中 영향력 커져, 실용 외교 시험대
물론 북·중·러가 당장 경제·안보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교류할 가능성은 낮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 푸틴 대통령과 따로 만나고, 3자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다. 중국이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북·러와 깊숙이 연대하면 미국 등 서방에 제재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북·중·러 연대를 그냥 한순간의 이벤트로 보고 넘길 순 없다. 특히 한반도에서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 남·북 관계는 가장 최악의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북한은 우리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김위원장은 이번 전승절 행사에서 한국 측 대표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간단히 악수만 나눴을 뿐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러시아와 밀착하던 북한이 중국과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의미한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에 대한 북한의 대외무역 의존도가 90% 이상으로 절대적이고 결국 북한이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지 않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전했다.
북·중 관계가 다시 가까워지면 한반도 비핵화 등 남·북 관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지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 정부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목표하고 있다면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지는 셈이다. 우리는 지금 미국의 관세 부과, 한국 기업 단속 등 다양한 압박에 처해 있다. 여기에 북한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 정세도 급변하고 있다. 실용 외교를 자처하는 우리 정부가 앞으로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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