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청소기 전쟁]②
애물단지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가전으로
보안 이슈는 해결과제, 취약점 발견 돼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과거 로봇청소기는 전기세만 잡아먹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아가는 모습이다.
최초의 로봇청소기는 지난 2001년에 출시된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사의 ‘트릴로바이트’다. 트릴로바이트의 당시 구매가는 2500달러로, 처음 시장에 등장한 로봇 청소기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으나 고가의 가격과 질 낮은 성능에 금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이후 2002년 미국 로봇 청소기 기업인 아이로봇이 ‘룸바’를 출시했다. 룸바는 가정용 로봇 청소기 시대를 열었으나 당시 보급률은 높지 않았다. 2003년에는 LG전자가 국내 기업 최초로 로봇청소기 ‘로보킹’을 출시했으며, 2006년엔 삼성전자가 ‘하우젠 로봇 청소기’를 내놨다.
비약적 성장 이룬 로봇청소기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로봇청소기 사업에 뛰어들었던 2000년대 초중반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의 성장세는 크지 않았다. 2005년 3만대 정도였던 로봇청소기 시장은 2008년에야 고작 10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청소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 능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로봇청소기는 적외선 센서 등을 통해 공간을 인식한 뒤 쓰레기나 먼지를 쓸어 담는 구조였다. 청소 중 방문 턱을 넘지 못하거나 벽에 부딪히면 돌아서지 못하고 그대로 전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2008년 이후 청소기에 카메라가 달리면서 공간을 스스로 인식하고, 집안 상태를 촬영하는 등 자체적인 인지 기능을 갖게 됐다.
로봇청소기는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게 된다. 각종 센서뿐 아니라 카메라까지 달아 장애물을 더욱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됐고 일반 청소기와 같은 진공흡입 방식이 적용되는 등 흡입력도 강화됐다. 특히 LDS 센서(LiDAR) 기술의 등장으로 정교한 실내 맵핑 및 길찾기 능력이 향상됐고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먼지 흡입뿐만 아니라 물걸레 청소까지 동시에 할 수 있는 ‘올인원’ 제품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아울러 인공지능(AI) 및 사물인터넷(IoT) 기술 연동을 통해 AI가 스스로 청소 영역을 분할하고 장애물을 정확하게 감지해 효율적인 청소를 수행하게 됐으며,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원격 제어 및 맞춤형 청소 역시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로봇팔’이 달린 제품까지 나온 모습이다. 로보락은 지난 5월 신제품 ‘사로스 Z70’을 선보였다. 사로스 Z70은 세계 최초로 5축 로봇팔 ‘옴니그립’이 탑재된 모델이다. 300g 이하의 물건을 인식해 집어 올리고 물건이 있던 자리까지 청소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키더라도 사용자가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모두 치워야 했다. 하지만 로봇팔이 달린 제품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궁극적으로 청소라는 행위 자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물론 로봇청소기가 만능 제품은 아니다. 특히 로봇청소기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보안에 대한 문제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로봇청소기 중 일부 제품이 보안에 취약해 카메라 강제 활성화, 사진 조회·탈취 등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시중에서 많이 판매되는 6개 모델을 대상으로 올 3~7월 5개월간 모바일앱 보안, 기기 보안 등 40개 항목을 점검했다고 최근 밝혔다. 국내 제품은 ▲삼성 ‘비스포크 AI 스팀’ ▲LG ‘코드제로 로보킹 AI 올인원’ 등 2개였다. 나머지 4개는 모두 중국산으로 ▲로보락 ‘S9 맥스V 울트라’ ▲드리미 ‘X50 울트라’ ▲에코백스 ‘디봇 X8 프로 옴니’ ▲나르왈 ‘프레오 Z 울트라’였다.

중국산 제품서 보안 취약점 확인
6개 중 문제가 된 제품은 중국산 제품인 드리미와 에코백스, 나르왈 등 3개 제품이었다. 이 3개 제품은 사용자 인증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불법적 접근이나 조작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시 장애물을 피하고 동선을 확인하는 카메라 기능이 보안에 특히 취약했다. 해커가 침입할 경우, 집 내부를 촬영한 사진이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제3자가 사용자의 개인키 또는 ID 정보를 알게 되면 별도 인증 절차 없이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 사진·영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산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의 보안성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고, 로보락도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5년형 로봇청소기 신제품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ISA가 주관하는 ‘IoT 보안 인증’에서 최고 등급인 ‘스탠다드’ 등급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KISA의 IoT 보안 인증은 로봇청소기, 홈캠, 스마트가전 등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해킹이나 외부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제도다.
소비자원은 현재 각 회사가 지적된 내용을 수용해 보안 취약점에 대한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KISA와 한국소비자원은 앞으로도 협력해 로봇청소기 등 IoT 제품의 보안 관리 강화를 위한 점검을 지속적으로 추진할계획이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른 보안 이슈를 공유하고 사물인터넷 제품의 보안성 제고를 위한 정책·기술적 협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KISA 관계자는 “로봇청소기 사용 시 안전한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보안 업데이트를 하는 등 기본적인 보안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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