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강버스, 구명조끼 '있으나 마나'…운항 중 보관함 안 열렸다
- 마곡~잠실 2시간 탑승해보니
구명조끼 꺼낼 수 없어…전기장비실도 개방된 채 운항
1등 항해사 “보여주기식 안전 관리의 결말”
서울시 "경사로는 접이식…사고 발생 시 접으면 돼"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유아·어린이용 구명조끼을 넣어둔 캐비닛은 운항 내내 열리지 않았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인 '전기장비실'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게 활짝 개방돼 있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서울시 '한강버스' 얘기다. 926억원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안전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 보장 안되는 시민의 발
2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강버스 선박 내부 곳곳에서 기본적인 안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정황이 확인됐다.

수상 교통수단 한강버스는 선박안전법을 적용받는다. 선박안전법 제38조(구명설비의 비치 등)에서 선박은 승선 정원에 맞춰 구명설비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구명설비에는 성인용·유아용 구명조끼가 모두 포함된다. 다행히 한강 버스는 승선 정원에 맞춰 구명설비는 갖췄다.
문제는 위치다. 선박안전법 시행규칙 제72조(구명설비의 설치 등)에 따르면 구명설비는 비상 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적절히 배치하고, 방해물이 없도록 유지해야 한다. 다만, 한강 버스의 경우 비상시 쉽게 사용할 수 없도록 배치됐고, 방해물도 하선 때까지 제거되지 않았다.
8개월 아이를 안고 배에 탑승한 박모(37) 씨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살펴보니 안전불감증이 매우 심각하다”라며 “저렇게 문이 가로막혀 있으면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부분은 즉시 시정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등 항해사 A씨는 “보여주기식 안전 관리의 결말”이라며 “실질적인 이용보다, 그저 구명조끼 개수만 채워서 검사만 통과하면 된다는 생각이 느껴진다. 왜 저 공간에 캐비넷을 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설치된 경사로는 접이식이다. 사고 발생 시 접으면 된다”며 “평소에는 장애인 분들이 수시로 탑승하기 때문에 설치 이후 별도로 접어두진 않는다. 다만 관련해 승무원들에겐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장비실도 활짝 개방된 채 운항됐다. 전기장비실은 선박의 전력을 받고(발전기·육상전원), 나누고(배전), 보호하는 핵심 설비가 모여 있는 분전·제어 전용 공간이다. 이곳은 조타실 기관실 등과 같이 승객 출입을 엄격히 금하는 공간 중 하나다.
특히 전기장비실의 경우 고전압·아크플래시·화재 위험이 존재한다. 누군가 들어가 잘못 만졌을 경우 곧 정전·추진·조타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문이 개방된 채 운항하면 절대 안된다.
하지만 한강 버스 전기장비실은 출항 이후 계속해서 개방된 상태였다. 이를 지켜본 기자가 한강 버스 관계자에게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서야 전기장비실 문을 걸어잠궜다. 문을 개방한 채 운항한 이유를 물어보자 돌아온 대답은 "깜빡해서"였다.
소화기 점검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자가 선내 배치된 소화기 점검표를 살펴본 결과, 지난 12일 이후 점검표에는 아무런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

한강버스, 안전부터 담보돼야
한강버스의 인기는 연일 뜨겁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수상 대중교통 ‘한강버스’는 운항 사흘 만에 누적 이용객 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8일 첫 운항을 시작한 한강버스는 마곡과 잠실에서 각각 오전 11시 첫차가 만석으로 출발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운항 첫날만 총 4361명이 이용했다. 마곡행은 2106명, 잠실행은 2255명으로 집계됐다. 둘째 날인 19일에는 2696명이 탑승해 첫날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셋째 날인 20일에는 오후 5시 50분 기준 2957명이 이용하며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운항 초기 3일간 한강버스의 구간별 평균 탑승객 수는 156명,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1%로 나타났다.
다만, 기본 안전조차 담보하지 못한 채 운영되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한강버스 홍보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구명설비의 설치와 관리, 전기장비실 통제 등은 단순 현장 관리 차원을 넘어, 시 차원의 철저한 감독과 정기 점검, 운영사 교육 강화 등 제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재학부 교수는 “구명조끼의 경우 사고 시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배치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경사로의 설치 목적이 아무리 공익을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사고 시 안전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한강 버스의 시행 초기인 만큼, 관련해 빠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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