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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블록체인’ 칠리즈 “韓 테스트베드 성공적…美 시장 복귀 초입” [이코노인터뷰]
- [韓, 블록체인 중심지로 도약] ②
맥스 라비노비치(Max Rabinovitch) 칠리즈 부대표 인터뷰
"韓 디지털 친화성, 팬덤 문화...팬토큰 가치 증명"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2018년, 유럽 축구 무대에 ‘팬토큰’(Fan Token)이라는 낯선 개념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블록체인으로 구단과 팬을 연결한다는 발상은 실험적이었고, 일부에겐 투기적 시도로 비쳤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스포츠 블록체인 기업 칠리즈(Chiliz)는 전 세계 70여개 구단과 협력하며 새로운 ‘팬덤 경제’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팬토큰은 이제 단순한 디지털 코인이 아닌 유니폼 디자인과 구단 슬로건을 팬이 직접 정하고, 스카이박스 직관권과 대체불가토큰(NFT) 보상을 통해 구단과 교감할 수 있는 실질적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는 칠리즈의 공동창립자이자 전략을 총괄하는 맥스 라비노비치(Max Rabinovitch) 부대표가 있다. 그는 알렉스 대표와 함께 소시오스닷컴 플랫폼의 설계부터 팬토큰 구조까지 구상하며 ‘스포츠파이’(SportsFi)라는 개념을 현실로 끌어냈다.
지난 9월 23일 서울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5(KBW2025)’에 참여한 그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를 갖고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와 팬덤 참여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시장으로 스포츠파이 모델을 실증하기에 최적의 무대였다”며 “이 경험을 토대로 미국 시장 재진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맥스 부대표는 칠리즈의 출발을 누구보다 생생히 기억한다. 공동창립자로서 알렉스 대표와 함께 팬토큰 모델 구상에도 직접 참여했다. 특히 2018년 암호화폐 시장의 장기 침체기, 이른바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하락기)’를 통과하며 성장기를 몸소 경험한 그는 시장의 본질을 회복력에서 찾았다.
그는 “2018년부터 업계 최악의 겨울과 최고의 순간을 모두 경험하면서 배운 건, 결국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건 회복력”이라며 “흔들릴수록 더 단단해지고 위기를 기회로 삼는, 즉 ‘안티프래질’(anti-fragile)아이디어라는 점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바라보는 팬토큰의 본질은 단순한 거래 수단이 아니다. 팬을 수동적 소비자에서 능동적 참여자로 전환시키고, 구단은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 구조와 데이터 자산을 확보한다. 맥스 부대표는 “스포츠파이는 팬을 단순 관람객에서 능동적 주체로 바꾸는 구조”라며 “팬이 구단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보상까지 얻는 모델이 바로 우리가 그리는 미래”라고 거듭 강조했다.
칠리즈는 이러한 모델을 가장 먼저 한국 시장에서 시험했다. 그는 “한국은 디지털 친화성과 적극적인 팬덤 문화가 결합된 시장”이라며 “NFT, 팬토큰 같은 참여형 서비스가 가장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K리그와 맞손...NFT, 팬토큰 참여형 서비스 확장
실제 사례도 있었다. 칠리즈는 K리그와 손잡고 ‘득점공 경매 이벤트’를 진행했다. 경기에서 사용된 공을 블록체인으로 인증해 경매에 부친 것이다. 기성용 선수의 득점공은 약 400만원에 낙찰돼 글로벌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는 “이 이벤트는 단순한 경매가 아니라, 팬들에게 실물과 디지털을 동시에 체험하게 한 새로운 방식이었다”며 “한국 팬들은 SNS 인증과 공유에 적극적이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주목을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제주관광공사와 협업한 ‘나우다’(Nauda) 디지털 관광증 프로젝트도 한국 시장에서 나온 성과다. 그는 “실물 관광과 디지털 NFT를 연결하는 이 모델은 앞으로 글로벌 확장에도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칠리즈는 현재까지 팬토큰 70여종을 발행했고, 팬토큰 일평균 거래량은 1억 달러를 넘는다. 체인 등록자는 230만 명, 액티브 유저는 26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맥스 부대표는 수치보다 중요한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팬토큰을 통해 팬들이 구단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며 “단순한 매출보다 중요한 건 팬의 참여와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리워드 경험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팬들이 바르셀로나 구장을 통째로 사용하거나,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단순히 돈으로 살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라며 “한국에서도 네이버페이와 협업해 유럽 명문 구단 직관권과 항공권을 NFT로 제공했고 이런 사례가 팬토큰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칠리즈는 이제 미국 시장 복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맥스 부대표는 “최근 워싱턴에서 SEC와 백악관 디지털 자산 책임자를 모두 만났습니다. 논의의 핵심은 규제 명확화와 소비자 보호, 그리고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준법적 경로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6년 북미월드컵을 앞두고 이미 1억 달러(약 1370억원) 투자를 확정했고, SEC와 공식 서명도 마쳤다”며 “미국은 세계 최대의 스포츠 시장이자 가장 큰 기회이지만 동시에 가장 까다로운 규제 환경이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팬토큰은 미국 팬들이 구단과 소통하는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앞으로의 큰 그림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한 비전을 내놨다. 맥스 부대표는 “칠리즈는 유럽-아시아-미국을 잇는 삼각 허브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한국에서의 성과를 아시아로 확산시키고, 이를 미국 시장 재진입과 연결해 글로벌 팬덤 경제 플랫폼으로 성장하려 한다”고 했다.
향후 5년 뒤 스포츠 산업의 모습에 대해 그는 “블록체인은 티켓, 멤버십, 리워드, 수집품 등 모든 스포츠 경험 뒤에서 보이지 않게 작동하게 될 것이다”라며 “산업은 단순한 상품 판매에서 벗어나 팬 참여형 생태계로 완전히 전환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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