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형 CEO’의 반전… 김희철이 바꾼 한화오션의 1년
- [조선의 수장들]①
조선 비전문가에서 수주 1위 CEO로
거제조선소 증설과 필리조선소 혁신 가속
한화오션을 ‘글로벌 조선 리더’로 재편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조선업 문외한으로 불리던 김희철 대표가 한화오션의 항로를 바꿔놓았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그룹 내 '전략형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받던 그는 취임 1년 만에 한화오션을 국내 단일 조선소 수주 1위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거제조선소 대규모 증설, 필리조선소 혁신,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 등 과감한 결정이 연이어 빛을 발했다. 이제 그의 다음 항로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과 미국 해군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향하고 있다.

적자 탈출과 수주 1위 달성
김 대표의 이력은 단연 ‘에너지통’이다. 한화토탈·한화솔루션·한화임팩트 등 그룹 에너지 계열을 거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조선과의 접점은 미미했다. 이 때문에 그의 취임 당시 업계에서는 "한화가 조선업보다 그룹 시너지를 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룹 내 에너지 밸류체인을 조선 부문까지 확장하려는 전략적 인사라는 해석이었다. 일각에서는 "현장형 CEO보다 전략형 CEO”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KOSHIPA)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주요 조선사 5곳 중 한화오션이 단일 조선소 기준 가장 많은 선박 수주를 기록했다. HD현대중공업이 108억5000만달러(약 15조5000억원)로 금액 면에서는 앞섰지만, 여기에 엔진·기계 부문(약 4조5600억)이 포함된 결과였다. 순수 선박 수주만 놓고 보면 한화오션이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김희철 대표의 항해는 거침이 없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회사는 거제조선소 대규모 증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부유식 도크 신설과 6500톤급 크레인 도입 등 약 6000억원 규모의 투자다. 조선 시장의 장기 호황을 대비하고, 증가하는 수주 물량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김 대표 체제 이후 최대 규모의 투자다.
거제조선소는 한화오션의 심장부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컨테이너선 ▲잠수함·함정 등을 생산하며, 연간 약 36척을 건조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 능력은 약 44척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신규 해상 크레인은 2027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한화오션의 미국 진출 교두보로 평가받는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 인수는 ‘신의 한 수’로 불린다. 인수 결정은 김 대표 취임 직전인 지난해 6월에 이뤄졌지만, 실질적 성과를 가시화한 시기는 그의 체제 이후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 필리조선소를 한화오션의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에 편입시키는 데 착수했다. 이를 위해 거제·옥포 조선소 핵심 기술진을 중심으로 ‘필리 기술협력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LNG 운반선·보급함·함정 설계 기술을 현지에 이식했다. 올해 초부터는 양국 엔지니어 교환 파견 프로그램이 가동돼, 한국식 스마트 생산방식을 현장에 적용 중이다.
또한 한화오션은 7000만달러(약 1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확정했다. LNG선과 해군 보급함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듀얼 라인’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필리조선소는 향후 미국 해군과 상선 프로젝트를 병행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KDDX와 MASGA, ‘두 시험대’
한화오션 앞에는 여전히 굵직한 과제가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과 미국 해군 협력 프로젝트 ‘MASGA’(마스가·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다.
KDDX는 한화오션이 방산 조선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최대 프로젝트로, 총 6척 규모·7조8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국책 사업이다.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손잡고 전투체계와 함정 플랫폼을 통합 공급하는 구조를 구상 중이다. 선체는 한화오션이, 전투체계 핵심인 S·X밴드 레이더는 한화시스템이 담당한다.
업계는 이번 사업을 ‘현대중공업의 기술력’ 대 ‘한화그룹의 시스템 통합력’의 대결로 본다. 김 대표에게 KDDX는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한화오션이 ‘조선+방산 융합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분수령이자 시험대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김 대표의 글로벌 경영 감각이 시험받는 무대다.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진입했지만, 마스가는 미국 정부·해군·현지 산업계가 얽힌 복잡한 장기 프로젝트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화그룹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 나섰다. 최근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출신 알렉스 웡을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로, 미 해군 함정 프로그램 책임자였던 톰 앤더슨을 미국 법인 조선사업부 사장으로 영입했다.
업계는 이번 인사가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력과 대미(對美) 협력 채널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렉스 웡과 톰 앤더슨의 합류가 마스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단정하긴 어렵지만, 한화오션의 글로벌 시너지 강화에는 분명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마스가 프로젝트에 중국은 큰 변수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월 14일 한화오션의 미국 소재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여기엔 한미 조선 협력을 상징하는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 필리조선소도 포함됐다. 이번 제재는 미국과 중국 양국간 선박 입항 수수료 갈등이 주된 원인이다. 정작 불똥은 한화오션에 튀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상황을 신중히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며 “해당 조치가 당사에 미치는 사업적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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