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보험은 ‘투자’일까?…‘위험 관리’의 본질 이해해야 [이병희의 연금술사]
- 사고 나지 않으면 손해? 보험료는 위험 관리 비용으로 봐야
인적자본 이해, 삶에 지장 주지 않는 범위 헤지 수단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많은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면서 흔히 “이건 일종의 투자”라고 말하곤 한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지만, 나중에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이 생기면 큰돈을 받을 수 있으니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특히 생명보험이나 연금보험의 경우에는 장기간 납입을 통해 원리금이나 일정 수준 이상의 환급금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와 비슷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보험은 정말 투자일까? 사람들의 생각이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분명하다. 보험은 투자가 아니라 ‘헤지(hedge)’, 즉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사실 ‘보험을 투자’라고 여기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동시에 ‘보험은 투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함께 갖고 있다. 종종 숨진 아내나 남편 명의로 생명보험이 여러 건 가입돼 있고, 남은 배우자가 거액의 보험금을 받게 됐다는 뉴스가 나올 때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보험금을 노린 범죄를 연상하는데,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인적자본’ 개념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적자본은 한 개인이 남은 일생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의 총합을 뜻한다. 건강할 때는 일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지만,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소득이 단절될 수 있다. 목숨을 잃는다면 인적자본은 완전히 사라진다. 이런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보험이다.
예를 들어 A라는 가장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면, 남은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생명보험은 바로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낮지만,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보험은 이런 ‘저확률·고손실’ 사건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헤지 수단이며, 개인의 생애 소득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보험료는 철저히 소득 기준(상한)과 지출 기준(하한) 사이에서 결정돼야 한다. 당사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소한의 필요 지출을 보전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험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보험에 가입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반대로 가입하지 않거나 너무 적은 액수만 가입하면 사고 시 헤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인적자본’을 이해했다면 나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보험의 비중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도 알 수 있다. 경제활동 초기와 중장년기에는 인적자본의 가치가 크기 때문에 생명보험의 필요성이 높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망 시 남은 가족의 생계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들고 은퇴 이후라면 노동을 통한 소득 창출이 어려워지면서 인적자본의 가치는 사실상 소멸된다. 이 시점에서는 생명보험의 효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은퇴 후 생활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생명보험을 전매하거나 종신연금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는 생애 주기에 따른 위험 관리 전략을 바꾼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보험의 가치는 ‘돈을 벌어주는 기능’이 아니라 ‘잃지 않게 지켜주는 기능’에 있다. 주식이나 펀드, 부동산이 자산을 불리는 투자 수단이라면, 보험은 말 그대로 ‘보험’이다. 보험료를 납입하고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때 낸 돈을 돌려받지 못했으니 본전 생각이 날 수도 있고, 그래서 ‘손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비용은 ‘위험 관리 비용’으로 이해해야 한다. 화재보험에 가입했는데 평생 집에 불이 나지 않았다고 해서 낭비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따라서 보험에 가입할 때는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까”라는 관점이 아니라, “내 인적자본과 가족의 미래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보험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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