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IPO 준비하는 창업가…미국에서 홀로 ‘보부상’ 자처한 이유는 [이코노 인터뷰]
- [CEO&INTERVIEW] 임성수 그렙(grepp) 대표
"내년 10월 IPO 심사 청구…현재 기업가치 3배 목표"
2023년 40% 구조조정 위기…AI 기반 시험 감독 ‘모니토’로 글로벌 시장 조준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강남역 2번 출구 계단 옆 통로로 들어가면 강의장이 있을 것이다. 그곳이 화상 인터뷰 장소다.”
미국 지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와의 인터뷰는 한국 본사에서 진행하고 싶었다. 회사 관계자가 본지 기자에게 알려준 사무실 위치다. 서울 강남역 지하에 있는 사무실은 교육장으로도 쓰이는데, 회의를 위해 잠깐 왔다는 본부장과 직원 2명 외에는 사람이 없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또 다른 강연장 겸 사무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100% 원격근무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그는 여전히 원격근무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 있는 110여 명의 임직원 중 서울 지역에 사는 임직원이 45%, 경기 지역 임직원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일하는 임직원이 15% 정도이고, 심지어 제주도에서 일하는 직원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5년 동안 원격근무를 고집하면서 소통의 해법을 찾았고, 업무 내용은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탄탄하게 운영되는 원격근무의 힘을 믿고 그는 “당분간 미국은 혼자 책임지겠다”며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보부상’처럼 미국 전역을 돌고 있다. 주인공은 임성수 그렙(grepp) 대표다. 임 대표는 "원격 근무 제도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고, 이제는 충분히 효율적으로 일하며 원활히 소통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그렙은 임 대표가 2015년 창업한 코들리와 2014년 이확영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창업한 8쿠르즈를 모태로 두 회사가 합병해서 탄생했다. 개발자 역량 평가 온라인 테스트 서비스 ‘프로그래머스’와 인공지능(AI) 기반 부정행위 방지 온라인 서비스 ‘모니토’를 양대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프로그래머스는 2만명 이상이 동시에 테스트를 해도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라인·토스 등 1300여 개 국내 IT 기업과 스타트업이 활용하고 있다. 2025년 9월 현재 누적 78만 명 이상의 개발자가 프로그래머스를 활용해 온라인 코딩 테스트를 치렀다. 모니토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 시험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부정행위 방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속도로 확대됐다. 국가공인자격증 운영 기관을 비롯한 600개 이상의 국내외 기업 및 기관에서 모니토를 활용하고 있다. 매년 3000건 이상의 온라인 시험에서 모니토가 활용되면서 그렙의 인지도와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 임 대표는 “팬데믹 시절 오프라인 시험이 불가능해지자, 밤을 새워가며 2개월 만에 모니토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면서 “남들은 위기였을 때 우리는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면서 웃었다.
임 대표는 개발자 출신의 교수로 유명하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과에서 학·석·박사를 마치고 스타트업에서 CTO를 지내다 2004년부터 국민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일했다. 2000년 스타트업에서 CTO로 일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경험한 바 있다. 임 대표는 “처음 경험한 스타트업이 잘되지 않았지만, 이때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의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학생들이 꿈이 부족하고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2015년 교수직을 휴직하고 창업을 결심했고 처음부터 개발자들을 돕는 일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같은 대학과 학과를 나온 이확영 CTO를 만나 고민을 털어놨고 그 자리에서 바로 각자의 회사를 합병해 힘을 합치자고 의기투합했다. 이 CTO는 카카오톡 개발자 출신이기도 하다. 그렇게 그렙은 탄생했다.
프로그래머스로 시작해 모니토로 이어지면서 그렙의 성장세는 가팔랐다. 개발자 전성시대에 프로그래머스는 각광을 받았고, 오프라인 활동이 멈춘 시기에 온라인 테스트 시장에 필요한 부정 방지 서비스 모니토로 다시 한번 날갯짓을 했다. 한때 그렙은 170여명의 임직원이 일할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 시장 도전을 위해 현지 법인에 5명 이상을 채용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은 그에게 창업가의 역할을 고민하게 한 계기였다. 2023년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얼어붙었다. 2021년 10월 43억 원의 시리즈 A 라운드 투자 이후 후속 투자가 어려워졌다. 기업들에서 개발자 채용이 중단되면서 매출이 급전직하했다. 성사 단계에 있던 투자 유치도 무산됐다. 살아남으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70여 명의 임직원을 구조조정해야 했고, 원격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상자를 만나려면 자택으로 직접 찾아가야만 했다.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다. 임 대표는 “이때의 경험이 창업자로서 실수를 반성하게 된 계기였지만,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면서 회사 조직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면서 “구조조정 바로 다음 달인 2023년 5월부터 회사가 다시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AI로 시험의 개념을 바꾼다"… IPO 자금으로 기술 초격차 확보
"당분간 미국은 저 혼자 책임지겠다." 임 대표가 직원들에게 이렇게 선언한 이유는 조직의 효율화를 위해서다. 모든 것을 걸고 직접 보부상이 되어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이 흘렀고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계획할 정도로 순항하고 있다. 목표 기업가치는 현재 기업가치의 3배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보부상 전략이 통한 것이다. 그는 직접 미국 전역을 발로 뛰며 AI 기반 온라인 시험 감독 솔루션 '모니토(Monito)'를 시연했고, 마침내 캘리포니아 소재 2개 대학과의 공급 계약을 확정하는 성과를 냈다. 그는 "내년 학기부터 그렙의 솔루션이 미국 대학의 온라인 학위 과정에 적용될 것"이라며 "이를 시작으로 미국 내 수많은 중소 규모 대학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안정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렙은 글로벌 시험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국제 공인 영어 시험인 iTEP, G-TELP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특히 iTEP의 경우 내년부터 전 세계 시험에 모니토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임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현지 고객들은 의사결정권자와 직접 소통하길 원한다"며 "솔루션과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제가 직접 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현지 중심 경영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렙은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AI 기술 고도화에 투입, 시장 내 초격차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내년까지 모든 서비스를 AI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프로그래머스는 AI가 응시자의 역량에 맞춰 실시간으로 다음 문제를 출제하는 '개인화된 적응형 평가’(어댑티브 러닝·Adaptive Learning)' 방식으로 진화한다. 임 대표는 "수년간 쌓아온 방대한 시험 영상 데이터를 익명화해 AI 모델 훈련에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독점적 강점"이라고 자신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로 위의 크리에이터, ‘배달배’가 만든 K-배달 서사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09/25/isp20250925000152.400.0.jpg)
![비혼시대 역행하는 ‘종지부부’... 귀여운 움이, 유쾌한 입담은 ‘덤’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0/02/isp20251002000123.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갭투자'로 50억 아파트 산 이억원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팜이데일리
일간스포츠
다영, ‘2025 KGMA’ 합류...첫 솔로 시상식 나서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1400배 폭증’…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뚫린 국내 거래소(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비수기 무색…BBB급 중앙일보 등 회사채 시장 분주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1등 K-바이오]스킨부스터 열풍의 주역 파마리서치③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