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루브르 도난사건'으로 본 그들이 '예술품'을 훔치는 이유 [백세희의 컬처&로(LAW)]
- 나폴레옹 왕관·모나리자·바미안 불상 등 예술품 절도의 다양한 이유
절도 사건 이후 세계 57개 박물관장들은 ‘모든 기관은 도난 위협을 받는다’며 루브르를 응원하는 연대의 뜻을 보냈다. 또 루브르 도난 나흘 전에는 미국의 한 박물관에서도 소장품 1000점을 도둑맞은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는 등 예술품 도난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루브르 사건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박물관(미술관) 절도 사건은 종종 발생해 왔다. 다만 절도한 작품이 너무나도 유명한 탓에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곧바로 들통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유명한 예술품은 도데체 왜 훔치는 것일까. 내다 팔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그 나름의 이유는 있지 않을까. 필자는 절도범의 의중을 기준으로 유명 예술품을 훔치는 이유를 ①경제적 절도 ②정치적 절도 ③개인적 절도 ④도무지 알 수 없음, 이렇게 네 가지로 나눠 봤다.
돈이 필요해서 - 경제적 이유의 절도
유명한 작품은 세상에 유일무이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단순히 남의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노트북을 훔쳐다가 파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누가 언제 만든 작품이고, 지금까지 누구의 손을 거치고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명한 작품이 도난당한 즉시 시장에서 유통되는 일은 흔치 않다.
돈을 목적으로 훔친 것이라면 대체로 이 작품은 지하 세계를 전전한다. 그곳에서 화폐의 대용물이나 담보물로 이용되기도 하며, 국경을 넘나들며 이른바 ‘돈세탁’의 수단으로 쓰인다. 범죄자들은 훔친 작품을 다른 중개매매상이나 경매사에 판매해 불법적인 대가를 얻는다. 이를 숨기기 위해 그 돈으로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다른 작품을 구매하고 되파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최종적으로 범죄와 무관한 듯한 자금을 만든다.
이렇게 암시장을 전전하던 작품은 시간이 흐른 후 도난당한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시 등장한다. 오랜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대부분 작품이 도난품인 줄 모르고 구매한 선의취득자가 최종적으로 소유권을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들에 의해 작품은 합법적인 예술품 시장에 안착한다. 설혹 그 작품이 오래 전 도둑맞은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절도범을 찾기는 어려워지고, 아예 공소시효가 만료되기도 한다.
지하 시장보다 더 노골적인 방식도 있다. 예술품 소유자나 도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회사에게 작품을 돌려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방법, 즉 ‘예술품 납치’(art-napping)다. 절도범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작품을 불태워버리겠다고 협박한다.
특히 절도범들은 작품이 끝내 소실됐을 때 그들이 소유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거액의 보험금보다 적은 금액을 보험사에 ‘몸값’으로 요구한다. 이에 이런 방식의 범죄가 종종 성공한 사례도 있다.
메시지를 전하고자 - 정치적인 이유의 절도
절도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1911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이뤄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절도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난 사건일 것이다. 스페인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도 용의자로 붙잡혀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모나리자’는 2년 뒤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발견된다. 범인은 이탈리아 출신의 전직 루브르 박물관 직원인 빈센초 페루자인데(그가 작품 보호액자를 제작한 유리공이라는 얘기도 있다),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작품을 팔려다가 체포됐다.
그는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예술품들을 약탈해간 것에 대한 복수심으로 이러한 범죄를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또 ‘모나리자’를 훔친 것은 조국인 이탈리아에 이를 다시 돌려놓고자 하는 애국심의 발로였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으로 빈센초 페루자는 조국인 이탈리아에서는 영웅이 됐다. 아울러 당시 다른 르네상스 걸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유명했던 ‘모나리자’는 이를 계기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가 됐다.
더 파괴적인 행위도 있다. 2001년 3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의 최고지도자인 물라 오마르의 명령에 따라 세계문화유산인 ‘바미안 불상’이 파괴됐다. 탈레반은 전 세계에 테러로 인한 공포와 경악을 확산시켜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확대할 목적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인질로 삼았다. 그리곤 이를 보란 듯이 파괴해 세상을 경악에 빠뜨렸다. 예술품, 특히 문화재는 온전히 보존돼야 한다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악용하는 수법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작품을 훔친다면 정치적인 목적을 의심해 볼 만하다. 그림이 유명할수록 ‘선의취득’ 제도에서의 취득자의 선의(도품인 줄 몰랐다는 것을 의미) 요건을 갖출 가능성은 줄어드는 반면, 그 작품을 인질로 삼은 정치적 주장의 파급력은 더욱 크기 때문이다.
다만 ‘모나리자’ 절도 사건의 경우 조금은 다른 사례로 봐야할 것 같다. 당시에는 ‘모나리자’ 작품이 지금만큼 유명하지 않았다. 절도범인 빈센초 페루자가 피렌체의 한 미술관에 이 작품을 판매하려 한 것도 도난 사실이 발각되지 않을 것으로 본 것 같다.
내가 갖고 싶어서 - 사적인 동기의 절도
특정 작품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이 직접 간직하며 혼자 보기 위해 절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소장목적 절취행위’의 유명한 예로는 클로드 모네의 ‘푸르빌 해변’ 절도 사건을 들 수 있다.
2000년 폴란드 포즈난 국립미술관은 ‘푸르빌 해변’을 도난당했고 그로부터 10년 만인 2010년 1월 작품을 되찾았다. 범인은 범행 당시 액자에서 작품을 오려내 복사본으로 바꿔 걸어 놓았다고 한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 남겨진 지문 등을 분석해 용의자의 신원은 확인했지만, 그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 오랜 기간 추적 끝에 붙잡힌 범인은 41세의 남성으로 모네의 작품을 경외하다가 그와 같은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자백했다.
훔친 작품을 팔아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이 소장하고 감상하기 위한 절도의 경우 결코 유통시장에 다시 나타나는 일이 없다. 그래서 영영 작품의 행방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절도 사건
1997년 2월 22일 이탈리아 북부 도시 피아젠차의 리치 오디 미술관 내 전시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인의 초상’이 23년 만인 2019년 12월 발견됐다.
이 사건은 ‘등잔 밑이 어두웠던’ 경우인데, 발견된 곳이 같은 미술관 외벽 속의 작은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원사가 미술관 건물 벽을 덮은 담쟁이덩굴을 제거하다가 네모난 모양의 작은 금속 문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검은 쓰레기봉투에 담긴 그림을 찾아냈다.
1997년 절도범들은 지붕의 채광창을 통해 갤러리에 진입하고 나중에 지붕을 통해 달아난 것으로 추정했다. 그 이후로 23년이 다 되도록 절도범이나 없어진 이 그림에 관한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절도범들이 시간이 흘러 수사당국이나 언론의 관심이 희미해지면 나중에 찾아가려고 바로 그 미술관에 숨겨놓았던 것 같다고 의심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단지 자신들의 절도 실력을 과시하거나 장난으로 ‘등잔 밑’에 숨겨놓은 것이 아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그림은 2020년 초 최종적으로 진품으로 판명됐고, 그로부터 얼마 후 두 명의 남자들이 자신들이 이 그림을 훔쳤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기 때문에 앞으로 그 사건에 대한 조사가 자세히 이루어지지는 않으리라 예상되었다. 이후 우리나라에까지 후속 보도가 전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흐지부지 끝나고 만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훔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처벌은 대개 ‘절도죄’가 적용된다. 야간에 침입한 것인지, 여러 명이 합동한 것인지 등에 의해 가중처벌이 정해지는 정도이다. 증거에 의한 사실인정의 문제가 남을 뿐, 특별한 이론적인 논란은 자주 발생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문제의 작품을 무사히 회수할 수 있는지가 더 큰 관심거리이다. 루브르에서 도둑맞은 아름다운 보석 작품들은 다시 빛을 볼 수 있을까? 유럽에 있다는 왕실 보석 암시장과 콜렉터의 서랍 속에서 깊은 잠을 자게 될까? 되찾았다는 뉴스가 들려오길 바란다. 나도 아직 보지 못했으니까!
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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