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모더나의 산실’ 20조 벤처 빌더, 韓 상륙…K스타트업 생태계 ‘메기’ 되나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 바이오 원천 기술 발굴부터 '교원 창업' 구조 개편까지
'소유와 경영 분리' 북미식 모델 이식 주목
[최화준 아주대 경영대학원 벤처/창업 겸임 교원] 지난 10월 미국 바이오 벤처 캐피털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Flagship Pioneering)이 이병건 국제백신연구소(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한국후원위원회 이사장을 한국 특별 고문으로 선임했다.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국내 바이오 시장을 본격 탐색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이하 ‘플래그십’)의 국내 진출은 과거 해외 벤처 캐피털의 국내 진출과는 의미가 다르다. 플래그십은 자금 투자는 물론 내부에 연구 조직과 창업자 인력을 보유하면서 스타트업을 직접 설립 및 육성하는 창업형 벤처 캐피털이다. 창업형 벤처 캐피털은 국내에서는 ‘벤처 빌더(venture builder)’ 혹은 ‘벤처 스튜디오(venture studio)’로 알려진 스타트업 직접 육성 모델과 비슷하다.
플래그십은 운용 자산 규모가 20조 원에 이른다. 자본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벤처 캐피털이다. 국내에서는 삼성 그룹이 자회사에서 자금을 출자해 플래그십이 운용하는 펀드에 72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래그십의 대표 성공 사례는 코로나 백신 개발로 유명한 바이오 스타트업 모더나(Moderna)이다. 플래그십은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DDS) 분야의 세계 석학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로버트 랭거(Robert Langer) 교수에게서 기술을 획득하고 바이오 기업 전문 경영인 스테판 방셀(Stéphane Bancel)을 영입해 모더나를 설립했다. 모더나는 특허 기술과 경영 인력을 벤처 캐피털이 성공적으로 내재화한 사례이다.
韓 '교원 창업'과 '소유=경영' 공식, 북미식 모델로 바뀌나
그렇다면 플래그십의 국내 진출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해외 벤처 캐피털이 국내 바이오 원천 기술을 발굴해서 초기 단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는 성장 궤도에 진입한 국내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에 집중했던 기존 해외 벤처 캐피털과는 다른 행보이다.
플래그십은 국내 교원 창업 방식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현 국내 교원 창업 제도하에서 교수는 창업 회사 대표를 겸직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북미 지역 교원 창업 제도 아래에서 교수는 창업 기업의 대표를 겸직할 수 없다. 만약 교수가 창업 기업의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임원으로 활동하려면 전임 교원 지위를 포기해야 한다. 이에 통상 교원 창업 교수는 기업 고문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원천 기술을 제공하는 대가로 창업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주주 역할도 한다. 모더나의 로버트 랭거 교수 역시 기업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기술 자문 역할과 주주로 활동했다.
교원 창업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창업 형태이다. 정부와 대학 모두 교원들의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표준화되지 못한 교원 창업 구조이다. 교원 창업자 휴직 가능 여부, 기업 대표 겸직 가능 여부, 투자금 지원 방안, 학교와의 지분 구조 등 교원 창업 관련 인사 제도는 대학마다 다르다.
만약 플래그십 같은 벤처 빌더 투자사가 국내 교원 창업 시장에 뛰어든다면, 국내 교원 제도는 벤처 캐피털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특히 플래그십은 국내 교원 창업에서 비중이 높은 바이오 산업에서 활약하는 벤처 캐피털이다. 플래그십의 국내 진출로 북미의 교원 창업 방식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성공리에 이식되어 새로운 교원 창업 구조가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이외에도 플래그십의 국내 진출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고착화된 ‘창업자는 곧 대주주이자 최고 경영권자’라는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창업자와 투자자 간 관계는 끊임없이 재조정되었지만, 창업자는 여전히 이사회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거대 자본을 소유한 북미 벤처 캐피털이 스타트업 설립부터 육성까지 관여한다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주주가 주도하는 스타트업 경영 방식이 시도될 여지가 있다. 이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북미의 스타트업 운영 방식이 궁극적으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자리 잡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2024년 8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모더나의 12세 이상용 최신 코로나 백신의 포장과 주사기. [사진 모더나]
정부 벤처투자법 이후 국내 진출한 플래그십
정부는 지난 7월 벤처투자법을 개정하면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벤처 빌더 방식을 허용하였다. 이에 따라 창업 기획자는 자회사 주식의 50% 이상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투자사는 그들이 발굴하고 육성하는 스타트업의 최대 주주가 되어 경영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과거 소수의 해외 투자사들은 국내에서 조용히 벤처 빌딩 모델을 시도해왔다. 기업 평점 플랫폼 잡플래닛은 로켓인터넷(Rocket Internet)의 도움을 받아 설립된 국내 스타트업이다. 로켓인터넷은 북미의 스타트업 성공 모델을 빠르게 복제하여 신규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스타트업 전문 육성 기업이다. 앤틀러 코리아(Antler Korea)는 창업자를 공개 모집하고 내부 교육을 통해 극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앤틀러는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이다. 해외 자본의 벤처 빌딩 시도는 획일화되어 있던 국내 투자 방식에 변화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시장 진입을 염두에 둔 플래그십의 이번 소식은 파급력이 사뭇 다르다. 그들은 벤처투자법 개정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절묘한 시점에 국내 진출을 간접적으로 선언했다. 펀드 규모는 기존에 한국에 진출한 해외 벤처 캐피털 수준을 넘어선다. 관련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내 인사를 구성원으로 선임하면서 한국 진출의 교두보도 확보했다. 자본 집약적인 바이오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글로벌 벤처 빌더이다. 플래그십의 국내 진출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과연 플래그십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메기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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