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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후임자 미정인 여신협회장...카드업계는 '관 출신' 선호

카드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의 임기가 마무리 됐지만 후임자 선정이 한 달 넘게 미뤄지고 있다. 금융당국 인사 지연과 관료 중심 인선 구조가 겹치며 회장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카드 결제 수수료율 인하 속 실적이 하락 중인 카드업계는 새 회장과 관련해 ‘언제’ 인선되는지 보다 ‘누가’ 인선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다. 새 회장 인선, 늦어지는 이유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지난 10월 5일 3년간의 임기를 모두 마쳤지만 후임자가 선출되지 않아 직무를 대행 중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아직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을 위한 이사회 일정도 확정하지 못했다. 여신협회 회추위는 7개 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KB국민)와 7개 캐피털사(롯데·신한·우리금융·하나·현대·IBK·KB) 대표이사, 그리고 현대카드 감사 1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투표를 통해 차기 협회장을 선출한다.이사회 일정 확정이 늦어지는 것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의 인사가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여신협회장직은 민간단체이지만 사실상 정부가 인선하는 관행이 있다”면서 “형식상 업계가 후보를 추천하지만,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고위 관료 출신 인사가 유력 후보군에 포함되면 사실상 정부의 ‘내락’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절차가 늘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다만 최근 금융당국은 조직개편 이슈 등으로 지연됐던 인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위 1급 인사가 마무리된 만큼 금융 유관기관 인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여신금융협회 외에도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금융결제원 등도 수장 임기가 모두 끝난 상태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지난 10일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모집 공고를 내기도 했다. 또한 새 여신협회장 인선은 해를 넘길 수도 있을 전망이다. 앞서 김주현 전 여신협회장(2019년 6월 취임)이 물러난 뒤 정완규 현 회장이 공식 취임한 것은 같은 해 10월로 약 3~4개월간 공백이 있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새 회장 후보 추천 및 선출까지는 적어도 6~8주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협회장은 그동안 관(官) 출신이 주를 이뤄왔다. 지난 2010년 이후 선출된 여신협회장 중 김덕수 전 여신협회장(전 KB국민카드 대표·2016년 6월 취임)을 제외하면 모두 관료 출신이었다. 여신업계의 메인업인 카드사들이 그동안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율 등의 과제에 대응하고자 금융당국 내부 사정에 밝은 인물을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김덕수 전 회장이 취임한 당시 주요 금융권 기관에는 모두 민간 출신이 선임된 바 있다. 당시 금융권 인사 분위기가 ‘민간 출신’이 대세를 이루면서 여신협회장도 민간 회사 출신 CEO로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김주현 전 회장, 정완규 전 회장 등 모두 관 출신들이 선임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율이나 스테이블코인 등 업계에 산적한 과제들이 있어 카드사들은 이런 이슈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관 출신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들은 특정 회사 출신 CEO가 회장이 되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며 “이런 부분도 카드업계가 관 출신 수장을 밀어주는 이유”라고 설명했다.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관 출신 후보로는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과 김근익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민간 출신 후보군에는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 임영진 전 신한카드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카드 수수료율 곡소리’ 누가 해결할까카드사들은 새 회장 인선이 늦어지는 것은 크게 상관이 없다는 분위기다. 누가 오는지, 얼마나 업권을 대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 회장이 직무대행을 하고 있어 당장 수장이 공백 상태인 것도 아니다”라며 “계속 인하되는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지난 박근혜 정부 때부터 시작된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율 인하’ 제도는 카드사들을 옥죄고 있다. 수수료율이 3년 주기로 꾸준히 하락 중이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에도 카드 수수료율을 0.05∼0.1%포인트 인하했고, 올해 2월부터는 연 매출 1000억원 이하 가맹점을 대상으로 3년간 수수료율을 동결했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매출의 60~70%를 카드 수수료로 벌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수수료율이 떨어지며 실적도 하락세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 등 6개 전업 카드사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은 1조68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190억원)보다 16% 줄었다.현 정부가 대출에 민감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카드론 사업은 사실상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카드 수수료에 다시 집착할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 9월 카드사들이 정부의 소비쿠폰 사업에 적극 동참한 것은 앞으로 좀 잘봐달라는 측면도 있었다”며 “새로운 여신협회장은 위기의 카드업계를 제대로 대변할 힘을 지닌 인물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1.17 08:32

4분 소요
임기 만료되는 '금융지주 보험사' 수장들, 연임할까

보험

금융지주사 보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말 대거 임기만료를 앞두면서 연임 여부에 귀추가 쏠린다. 보험사의 경우 특정 대표가 성공적인 성과를 내면 장기간 집권하는 사례가 많지만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수장의 경우 지주 내 인사 관행 공식에 따라 2~3년 임기 후 대부분 교체돼 왔기 때문이다. 지주 계열 5명 CEO, 연임 여부는올해 금융지주 보험 계열사 중 생명보험사 CEO는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와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가 임기 만료를 앞뒀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5145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5284억원) 실적에 육박했고 올 연말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실적이 예상된다. 지난 3년간 실적 상승과 함께 시니어사업, 디지털 전환 등 통합 신한라이프의 새 먹거리 사업 기틀을 안정적으로 다지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호실적과 별개로 이미 지난해 말 1년 연임에 성공해 신한금융지주 내 인사 관행인 2+1 임기를 모두 채우게 됐다는 점에서 추가 연임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남궁원 하나생명 대표도 올 연말 임기가 만료된다. 그는 하나금융지주 내 대표적인 재무전문가로 함영주 회장에게 높은 신임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는 지난 2023년 말 인사에서 그룹사 인사 중 유일하게 새로 부임했다. 남 대표는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중심이 아닌 신채널을 확대하는 등 체질개선에 주력했고 그 결과 지난해 1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77억원으로 전년 보다 개선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생명의 경우 임영호 전 대표가 성과 부진으로 1년 만에 조기 교체된 바 있다. 이에 남 대표가 호실적을 발판 삼아 연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하나생명 역시 그동안 2년 임기 후 대부분 교체돼 왔다는 점에서 남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등이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뒀다. 지난해 KB손보는 창사 이래 최대 순이익(8359억원)을 냈다. 올 3분기 누적 순이익(7669억원)도 전년 동기(7402억원) 대비 3.6% 증가했다는 점에서 구본욱 대표의 경영 리더십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KB손해보험 내부 출신 첫 CEO이기도 하다. KB금융지주가 그동안 2+1년 임기 관례를 도입해 왔다는 점에서 구 대표 역시 1년 연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배성완 하나손보 대표는 지난해 초 부임 후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면서 향후 실적 개선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 보험사를 표방하며 출범한 하나손보는 출범 첫해를 제외하고 꾸준히 적자를 기록해 왔다. 다만 디지털 간판을 떼고 보장성보험 위주의 판매로 전환해 적자폭이 꾸준히 줄고 있다. 2023년 87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28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올 상반기 순손실이 162억원으로 집계되며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배 대표가 보장성보험 위주의 체질개선을 통해 긴 호흡으로 영업 경쟁력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이 또 한 번 신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병관 신한EZ손보 대표의 연임 여부도 안갯 속이다. 올 상반기 순손실은 1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와 비교해 2배 이상 적자폭이 늘었다. 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강 대표는 지난 2022년 초대 대표로 선임된 이후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하며 올해 말이면 2+1년 임기를 모두 채우게 된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지주 내 '인사 공식' 더 중요해보험사들의 경우 한 CEO가 장기 집권하는 사례가 많다. 오너 경영자인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은 2000년 이후 꾸준히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한화생명은 차남규 전 한화생명 부회장이 약 8년간 수장을 역임했고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도 한화생명에서 3연임에 성공하며 약 6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이밖에도 이수창 전 삼성생명 대표는 약 5년간, 홍봉성 전 라이나생명 대표는 약 10년간 수장을 역임했다. 다만 금융지주 계열 회사의 CEO 선임의 경우 그룹 입김이 크게 작용해 예측이 쉽지 않은 편이다. 호실적을 냈어도 금융지주 내 인사 관행 등이 고려돼 연임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금융지주 내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지난 2021년부터 KB라이프생명(KB생명 시절) 대표를 맡아 호실적을 내며 회사를 이끌었지만 3년 임기 만료 후 지주 내 은행장으로 자리를 이동하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 인사는 지주 내부의 전체적인 인사 균형에 따라 CEO들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성과만 보고 연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2025.11.17 08:00

4분 소요
금투협 차기 회장 선거전 본격화…‘연임 전례 없는’ 3파전 구도

증권 일반

금융투자협회가 제7대 회장 선거전에 본격 돌입했다. 증시 반등과 제도 개편이 맞물린 전환기 속에서 자본시장을 이끌 차기 리더를 뽑는 선거가 막을 올린 셈이다. 업계의 시선은 현직인 서유석 협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에 쏠려 있다. 이미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과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가 공식 출마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삼파전(三波戰)’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서 회장이 출마할 경우 협회 역사상 첫 ‘현직 연임 도전’이라는 상징적 장면이 연출된다.올해 금융투자업계는 ▲공모시장 회복 ▲밸류업 프로그램 ▲토큰증권(STO) 제도화 등 굵직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협회장 선거는 이러한 흐름을 주도할 새로운 리더십을 정하는 절차이자, 향후 3년간 자본시장 발전 전략의 방향타를 결정짓는 자리다. 그만큼 표심의 향배가 업계 전반에 미칠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현직 연임 가능성 ‘고조’…전례 없는 도전이 변수금융투자협회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지난 11월 3일부터 19일 오전 10시까지 제7대 회장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내달 초 최종 후보자를 확정한다. 새 회장의 임기는 2026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3년이다.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은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과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 두 명이다. 여기에 서유석 협회장이 출마를 공식화한다면, 현직 연임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유력한 여성 후보로 거론되던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후보군은 사실상 좁혀졌다. 박 전 대표는 라임펀드 판매 관련 징계 취소 소송이 진행 중으로, 1심 승소에도 불구하고 2심 선고가 11월 말로 미뤄지며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이에 따라 이번 선거는 ‘정통 증권맨’과 ‘관료 출신 CEO’의 맞대결 구도로 먼저 불이 붙었다. 황성엽 사장은 신영증권 입사 후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인물로, 자본시장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실무형 리더로 꼽힌다. 반면 이현승 전 대표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KB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민관을 두루 경험한 그는 ‘조율형 리더십’을 앞세워 균형감 있는 정책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한 업계 관계자는 “황 사장은 업계 네트워크와 경험이, 이 전 대표는 정책 이해력과 공공 감각이 강점”이라며 “협회가 앞으로 정책·제도 중심의 역할을 강화하느냐, 시장 실무 중심으로 회귀하느냐에 따라 표심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는 단연 서유석 협회장의 거취다. 후보 공모 마감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 회장의 출마 가능성에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서 회장은 지난 10월 28일 열린 후추위 구성 이사회에 불참했다. 현직 협회장이 후보추천 과정에 직접 관여할 경우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해를 피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사실상 출마를 전제로 신중하게 포석을 깐 것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그는 지난해 취임 이후 ▲토큰증권(STO) 제도화 ▲공모펀드 직상장 ▲자본시장진흥위원회 설립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 등 제도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는 등 시장 활황세 속에서 업계 안정에 기여했다는 점도 긍정 요인으로 꼽힌다. 변화냐 안정이냐…자본시장 향방 가를 선택다만, 금융투자협회장 연임은 그간 단 한 번도 없었다. 나재철 전 회장 역시 단임을 약속한 뒤 연임 도전을 저울질했지만, 업계 내 반발로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이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서 회장이 같은 길을 택할 경우, 업계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서 회장은 20년 넘게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경력을 쌓은 ‘미래에셋맨’이다. 이미 6대 협회장을 미래에셋 출신이 맡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다른 진영이 맡아야 한다”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금투협 선거는 회원사 분담금 비율에 따라 차등 의결권이 부여된다. 자연히 대형 증권사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한다. 미래에셋의 우호 표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대형사들까지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직 연임이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공정한 선거’라는 금투협의 정통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이번 선거는 업계 세대교체와 변화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결국 이번 선거는 ‘변화냐 안정이냐’의 대결로 귀결될 전망이다. 서 회장의 연임 도전이 현실화되면, 업계 내 논란과 상징성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반면 새로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본시장 리더십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내달 초 최종 후보 확정과 함께 금투협 내부 표심 전쟁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 운용사, 벤처캐피털 등 다양한 회원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업계 고위 관계자는 “서 회장이 출마한다면 금투협 역사에 남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연임 도전은 전례가 없지만, 증시 활황기 속 ‘안정적 리더십’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안정의 연속이냐, 새로운 판의 개막이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권 교체 이후 금융권 인사 기류가 변화 중심으로 흘러온 만큼, 금투협도 새 얼굴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본시장의 혁신을 상징할 인물이 누구인지가 이번 표심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11.17 07:29

4분 소요
인사 앞둔 대형 증권사, 누가 웃을까… 연임 무난 vs 리스크 변수

증권 일반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연말 인사 시즌에 본격 돌입했다. 증시 반등세와 실적 회복이 맞물리며 전반적으로 ‘호(好)실적의 해’를 기록한 가운데, 일부 CEO는 4연임·6연임 도전에 나서며 안정적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반면, 금융지주사의 인사 방향과 내부통제 평가, 그리고 내년부터 시행될 자본시장 제도 개편 등 굵직한 변수들이 겹치면서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함께 나온다.올해는 특히 대형사 중심으로 경영 안정세가 두드러졌다. WM(자산관리)과 IB(투자은행) 부문이 모두 회복세를 보였고, 해외 주식 거래 재개·발행어음 경쟁 등 신사업도 재가동됐다. 그러나 사모펀드 사태 이후 강화된 내부통제 요구, PF(프로젝트파이낸싱) 익스포저 관리, 상법·배당·IMA(종합투자계좌) 제도 변화가 CEO 평가 항목에 포함되면서 인사 지형은 복잡하게 얽혔다.특히 규제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시기일수록 실적보다 리스크 관리와 정책 대응력이 중시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번 인사가 단순한 연임 심사에 그치지 않고, 내년 자본시장 리더십 지도를 다시 그리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연말 인사 시즌 돌입… ‘성과는 호조, 변수는 리스크’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 중 7곳의 CEO가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사이 임기를 마친다. 오는 12월에는 KB증권 김성현·이홍구 대표, 하나증권 강성묵 대표의 임기가 종료되고, 내년 3월에는 미래에셋증권 김미섭·허선호 대표, 한국투자증권 김성환 대표, NH투자증권 윤병운 대표, 메리츠증권 장원재 대표, 대신증권 오익근 대표가 차례로 임기 만료를 맞는다.증시 반등과 거래대금 증가, IB 수익 확대 덕분에 대부분의 증권사는 지난해보다 실적이 개선됐다. 그러나 금융지주 계열사의 경우 그룹 전략과 내부통제 평가가 인사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김성현 KB증권 대표는 업계에서 ‘6연임’이라는 이례적 기록에 도전한다. 2017년 취임 이후 WM·IB·리테일 균형 성장을 이끌며 KB증권을 안정화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253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으나, 누적 영업이익이 6679억원으로 하반기 1조 돌파 가능성이 남아 있다.연임 여부는 KB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판단에 달려 있다. 그룹 차원에서 ‘성과형 안정 리더십’을 선호하는 기조가 유지된다면 유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오랜 집권으로 인한 세대교체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어 일부에서는 조직 재편 시나리오도 함께 검토되는 분위기다.공동대표인 이홍구 대표의 거취는 김 대표 연임 결과에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할지, 단일대표 체제로 전환할지가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다.하나증권은 지주 내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히지만, 그룹 차원에서 PF리스크 관리 기조를 강화하면서 인사 방향이 주목받고 있다.강성묵 대표는 3분기 영업이익 654억원(전년 대비 +86.9%), 누적 1842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회복세를 입증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지주가 ‘안정형 경영’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향후 WM(자산관리) 중심 체질로의 전환을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지주 평가 결과에 따라 세대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의 균형을 중시하는 그룹”이라며 “PF 노출이 큰 만큼, 내년 리스크 환경에 따라 인사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미래에셋증권의 김미섭·허선호 각자대표는 내년 3월 말 임기가 끝난다. 통상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은 늦어도 11월 중 연임 여부가 결정됐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80% 이상 증가하며 호실적을 거둔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다. 두 대표는 박현주 회장의 ‘글로벌 확장·ETF 중심 전략’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조합으로 평가받는다.3분기 영업이익 2228억원, 누적 1조694억원으로 3분기 만에 ‘1조 클럽’에 진입하며 안정적 수익 체력을 입증했다. ETF·리테일·해외법인 등 핵심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고, 대체투자 부문도 손실 없이 방어해냈다.한국투자증권의 김성환 대표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조1479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상반기 1조 클럽’을 달성했다. 3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며 한국금융지주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했다. 김성환 대표는 2018년 취임 이후 ‘균형 성장’과 ‘내실 경영’을 앞세워 IB와 리테일, 자기자본운용을 동시에 강화했다. IMA(종합투자계좌) 인가 추진, 발행어음 운용 성과, 해외 IB 확장 등 장기 과제가 진행 중이어서 리더십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많다.한국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성과·안정성·정책 대응력 모두 김 대표 체제가 최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사모펀드 잔존 이슈, 일부 직원 비위 등 내부통제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IB·PF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예정인 만큼, 조직 내 통제 체계 개선 여부가 연임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메리츠증권은 장원재 대표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장원재 대표는 ‘메리츠 스타일’로 불리는 효율 중심 경영 문화를 공고히 하며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상반기 영업이익 448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 감소했지만, 연간 기준 1조 재진입이 유력하다. 메리츠금융그룹이 투자·보험·증권을 수직계열화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는 만큼, 장 대표의 유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룹 내 사업 재배치와 효율화 과정에서 세대교체 가능성도 일부 열려 있다.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오익근 대표는 2020년 취임 이후 세 차례 연임에 성공한 장수 CEO다. 대신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9.7% 증가한 736억원, 상반기 누적 1745억원으로 실적이 안정세를 보인다. ‘리스크 최소화·보수적 운용’이라는 경영 철학 아래, 조직 안정과 수익성 회복을 동시에 이뤄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장기 집권에 따른 세대교체 요구와 오너리스크 문제는 여전히 잠재 변수로 남아 있다. 내년 자본시장 개편 앞둔 리더십 재편 분수령올해 증권사 CEO 인사는 ‘성과는 호조, 리스크는 변수’라는 이중 구조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증시 회복세 덕에 실적은 대체로 호전됐지만,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와 지주사 전략 변화가 CEO의 거취를 가를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내년부터는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배당 규제, IMA 제도 시행 등 정책 변화가 집중되는 만큼, 단순 실적보다 ‘정책 대응력과 리스크 통제력’이 더 큰 평가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연임이 유력하지만, 그룹 전략이나 통제 이슈에 따라 일부 회사는 교체 가능성도 있다”며 “올해 연말 인사가 내년 증권업계 리더십 지형을 재편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1.17 07:01

5분 소요
지방은행·국책은행 수장은 누가 될까…기업은행장도 교체 기로

은행

지방금융과 국책은행 모두 새로운 리더십을 둘러싼 기로에 섰다. BNK금융의 빈대인 회장은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정치권 변수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반면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낮고, 내부 출신 차기 행장 카드가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정치권까지 가세한 BNK 인사전…빈대인 연임 향방은금융권에 따르면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23년 3월 17일 임기를 시작해, 내년3월 31일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빈대인 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빈 회장은 부산은행장과 BNK금융지주를 거친 정통 내부 출신으로 그룹의 수익성 개선은 물론, 건전성 관리와 자본비율 개선에도 집중해왔다. 회사 성장세만 놓고 보면 빈 회장의 연임 명분은 충분하다.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있다. BNK금융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7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늘었다. 이는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올해 4분기 순이익이 추가되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쓸 가능성이 높다. 2분기 급등했던 연체율도 3분기 들어 1.34%로 전분기보다 0.05%p 내렸다. 주주환원 여력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3분기 12.59%로 전분기 대비 0.03%p 올랐다.이 가운데 BNK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10월 1일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했다. 이후 지난 11월 6일 금융감독원 모범관행에 따라 관리 중이던 내·외부 후보군 중 지원서를 제출한 후보를 대상으로 서류 심사를 거쳐 최고경영자 1차 후보군 7명을 선정했다. 이번 최고경영자 1차 심사는 충분한 검증을 위해 예년과 달리 3회차에 거쳐 진행했다. 지원자가 제출한 지원서 등을 중심으로 ▲그룹 비전 공유 역량 ▲전문성(경력) ▲공익성 및 건전경영 능력 ▲리더십 등을 중점 평가했다. 향후 임추위는 최고경영자 1차 후보군을 대상으로 ▲프레젠이션 평가 ▲외부 전문가 면접 등을 통해 2차 후보군을 선정하고, 심층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다.빈 회장의 연임 가도에도 변수는 있다. 그동안 정치권 등에서는 임추위가 불투명하게 진행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긴 추석 연휴를 끼고 후보자 접수 기간을 10월 2일부터 16일까지로 짧게 정한 것을 두고, 빈 회장을 제외한 다른 후보자들에게 불리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지난 10월 2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경남 울산 의원들이 도이치모터스 특혜대출, 불투명한 회장추천위(회추위) 운영 및 이사회 인선 의혹 등을 거론하며 빈대인 BNK 회장과 방성빈 부산은행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치권이 민간 금융사 회장 선임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개입하는 건 이례적이다.BNK금융 임추위는 최근 차기회장 선임 경영승계 절차 이슈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경영승계 절차는 2023년 12월 발표된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가이드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책은행장 ‘새 바람’…기업은행 내부출신 행장 올까국책은행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이 지난 9월 신임 회장에 박상진 전 준법감시인을 임명한 데 이어 한국수출입은행도 지난 11월 5일 신임 행장으로 황기연 상임이사를 임명했다. 두 은행의 새 수장 임명을 계기로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실적만을 보면 김 행장의 연임을 관측하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기업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2조2597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또한 김 행장은 그간 중소기업,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솔선했다. 그는 2023년 취임한 이래 12번의 현장간담회를 통해 전국을 순회하며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는 등 현장중심 경영을 지속했다. 이에 올해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작년 말보다 13조1000억원 증가한 26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중기대출 점유율은 24.33%에 달한다.김 행장의 임기 중 알려진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실패는 아쉬운 대목이다. 올해 초 기업은행의 퇴직 직원이 현직 직원들과 공모해 부당대출을 일으키는 사고가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최초 피해 규모를 240억원이라고 발표했으나, 금감원 현장 조사가 진행되면서 규모가 8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김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역대 기업은행장 가운데 임기를 연장한 사례는 두 차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 내부 인사의 행장 발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책금융기관의 구조상 정부의 정책 방향이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기업은행 노조 또한 새 행장 임명을 주시하고 있다. 류장희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기업은행 노동자는 철학과 역량을 갖춘 새 은행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업은행 노동자에게 중요한 것은 행장의 출신보다 얼마나 조직을 잘 알고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 전문성과 비전”이라며 “만약 현 집권 세력이 윤석열 정권에서 만연했던 함량 미달 측근 임명, 보은 인사를 답습한다면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전체 노동자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1.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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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치료기기 출시 눈앞, '게임=치료제' 되는 세상 꿈꾸는 민정상 이모티브 대표

CEO

현대자동차에서 운전자 인지모델을 연구해 온 연구원이 불모지에 도전장을 던졌다. 인지 모델링을 자동차가 아닌 게임에 적용해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어린이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주인공인 민정상 이모티브 대표는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DTx) 분야에서 부작용 없는 혁신 치료제의 대중화를 꿈꾸고 있다. 게임 이용 ADHD 치료 도전장 DTx는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 있지만,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76억7000만 달러(약 11조2534억원) 규모로 커졌다. 2030년까지 325억 달러(약 47조684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려대학교에서 인지공학을 연구한 민정상 대표가 현대차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유도 DTx의 이런 높은 시장성 때문이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창업을 택한 그는 심혈을 기울인 어린이 ADHD 제품의 시판을 목전에 두고 있다. ADHD는 주의력 부족과 산만함·과잉행동·충동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ADHD 환자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진료를 받은 환자만 2018년 5만9275명에서 2024년 13만9696명으로 2.4배 가량 증가했다. ADHD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와 더불어 전문 분야인 인지공학 활용 기전이 맞아떨어지면서 디지털 치료제 연구로 이어졌다. 민 대표는 “북미 쪽에서 DTx를 선두적으로 진행하고 있던 회사를 우연히 접하게 됐고,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지식과 경험 등의 모델링을 바탕으로 더 정확한 진단과 보조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학교 후배들과 함께 창업하게 됐다”고 창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민 대표 본인도 산만하다고 평을 듣는 등 예전부터 ADHD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ADHD의 경우 질환 자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자신의 증상을 뒤늦게 자각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는 “지금은 약물 치료만 보편화됐는데 이제 약이 아니라 무언가를 즐기면서 인지 기능들이 개선되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이모티브의 슬로건은 ‘즐겁게 치료하자’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즐겁게 치료하기 위한 도구로 ‘게임’을 택했고, 이모티브는 게임 개발자들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ADHD는 90%가 실행 기능 부분에 문제가 있는 친구들이다. 실행 기능은 주의, 집중력, 기억력, 인지적 처리 속도, 유연성 등의 총칭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행 기능들의 세부 인지 능력을 배양하거나 향상시킬 수 있는 기전들이 예전부터 고안됐다”며 “우리는 이를 게임화해서 만들고 게임에 치료 기전의 알고리즘을 담았다”고 치료제 원리를 전했다. 디지털 치료기기 대중화의 꿈 DTx는 게임을 비롯해 인공지능(AI)·증강현실(AR) 등을 활용해 질병 치료 효과를 내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하지만 일반 헬스케어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치료기기로 인정받기 위해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국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야 최종적으로 DTx로 인정받는다. 이모티브는 게임을 활용해 식약처의 DTx 인허가를 얻은 국내 첫 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이모티브가 개발한 DTx인 ‘스타러커스’는 임상에서 ADHD 중 AD(부주의군·Attention-Deficit)는 물론이고 HD(과잉행동군·Hyperactivity Disorde)에서도 향상된 지표를 보였다. 그는 “ADHD 약을 먹는 친구들은 보통 AD에서 효과가 잘 나온다. 스타러커스는 임상 피실험자들 중 AD뿐 아니라 HD의 지표도 굉장히 잘 나왔다”며 “ADHD의 해외 사례를 봐도 부주의군에서 다 효과가 있는데 과잉행동군에서는 미미하다. 이모티브는 두 지표 모두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모티브는 국내에서 ADHD DTx 관련 확정 임상을 통과한 유일한 기업이다. 임상 실험에서 스타러커스의 효과는 부주의군 44.64%, 과잉행동군 53.57%의 반응률(30% 이상 증상 개선 기준)이 나타났다. 이는 ADHD 약물 중 40~60%의 반응률을 보이는 아토목세틴과 유사하다. 이런 효과를 토대로 최근 한국파마와 DTx 사업을 위한 협업 계약을 체결하며 대중화를 위한 출발점에 서게 됐다. 한국파마는 국내 정신의학과 1700여 곳 중 1000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모티브의 타깃팅은 만 6세부터 12세까지로 명확하다. DTx는 약물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식욕 부진·불면증·틱장애 등의 부작용이 없어 긍정적인 반응이 기대된다. 그는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의 부모 입장에서 항정신성 약물을 먹이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이모티브는 초진 환자이거나 경계에 있는 친구들의 경우 약물이 아닌 DTx로 대체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약물과 DTx의 병행으로 치료 효과를 강화하는 보완제로서의 기능도 기대를 모은다. 아동 ADHD의 경우 증상 정도가 초진·경계·경증 환자 42%, 중등도 환자 45%로 분류된다. 그는 “과잉행동군의 경우 약을 안 먹일 수 없다. 이런 경우 약의 도스량을 낮추는 게 목표”라며 “약물이 잡아주지 못하는 과잉행동군을 잡는 등 보완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내 아동 ADHD 환자는 약 40만명, 성인 ADHD 환자는 약 15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모티브는 성인 ADHD를 겨냥한 탐색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차후에는 자폐 아동, 경도인지장애 등으로 적응증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국내 ADHD 시장을 3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는 민 대표는 “내년 초부터 DTx가 시판이 된다면 4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데 2027년 성인 ADHD와 관련한 제품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ADHD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이 되고 싶다. ADHD DTx의 대중화가 목표”라는 포부를 전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5.11.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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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임종룡 ‘연임의 벽’ 넘을까…임기만료 앞두고 촉각

은행

내년 초 신한·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사 수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연임 여부와 교체 가능성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금융권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더욱 높다. 신한금융, 일찌감치 회장 승계 레이스 본격화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중에서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9월 26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을 공식화했다. 후보군에는 진 회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 등이 올라와 있다. 신한금융 회추위가 본격 가동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진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23년 3월 취임한 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6일까지다. 진 회장은 취임 이후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을 이어가면서 경영 능력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4조4609억원을 거두며, 연간으로 첫 ‘5조 클럽’ 입성을 앞두고 있다. 또한 베트남·일본·카자흐스탄 등에서의 해외 사업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면서 4대 금융 가운데 독보적인 글로벌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글로벌 손익은 6503억원으로 그룹 이익의 14.6% 비중에 해당한다.진 회장이 취임 이후 2027년까지 자사주 5000만주를 소각하겠다는 명확한 밸류업 계획을 제시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지난해 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의 코스피200 선물거래에서 1300억원 규모 손실 사고가 발생한 점이 흠으로 꼽힌다.경쟁구도에서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유력 후보로 주목 받는다. 진 회장 역시 직전 신한은행장을 지낸 뒤 신한금융 회장직에 올랐던 만큼, 은행장의 회장 승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정 행장은 ‘안정과 혁신’을 동시에 이끄는 리더로 평가받는다. 전임 은행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뒤 갑작스럽게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혼란기 속에서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정 행장 취임 이후 2024년 신한은행은 당기순이익 3조6954억원을 달성하며 6년 만에 ‘리딩 은행’ 타이틀을 되찾아왔다. 과거 신한금융의 회추위 일정을 미루어보면, 이번 역시 11월 말 경 숏리스트(최종 후보군)를 추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12월 초 이사회 전원이 참여하는 회추위에서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 안정·비은행 확장 성과…임종룡 연임 분수령우리금융 역시 지난 10월 2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하고 사내·외 인사 15명을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관리 중이다. 임추위는 사외이사 7인 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경영승계절차는 경영승계규정 및 최고경영자 경영승계계획을 기반으로 약 2개월여간 진행될 예정이다. 임추위는 경영승계계획에 따라 내외부 후보군을 상시 관리해왔으며, 경영승계절차 개시 이후 다양한 평가방식과 단계별 검증 절차를 거쳐 후보군 압축 및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회장 후보로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외에 권광석·조병규 전 우리은행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이번 경영승계 절차의 최대 관심사는 임 회장의 연임 여부다. 임 회장은 지난 2023년 3월 24일 취임해 내년 3월 주주총회일 임기가 끝난다. 내부적으로도 임 회장 연임을 높게 점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만 임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부당대출 총 730억원 중 451억원은 임 회장 취임 이후 취급됐다고 알려지면서 홍역을 치렀다. 이에 임 회장은 조직 안정화에 공들였고, 금융사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실질적인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해왔다. 또한 계파문화 근절과 조직문화 혁신에 힘쓴 결과, 지난 11월 3일에는 통합 동우회인 ‘우리은행 동우회’도 출범했다. 동우회는 퇴직직원 간의 친목과 상호부조를 위한 자율적 모임이다. 1970년대에 상업은행, 한일은행에서 각각 설립된 동우회는 1999년 두 은행의 합병 이후에도 통합되지 않은 채 26년간 별도로 운영되다가 최근 통합을 완료했다. 특히 임 회장은 임기 중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집중하며,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해 약 10년 만에 증권업에 재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보험계열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임 명분 충분하지만…새 정부 영향 ‘변수’이처럼 진 회장과 임 회장의 연임 명분은 충분하지만, 변수도 적지 않다. 새 정부 출범 초기 금융권 수장이 대거 교체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2023년 윤석열 전 정부 초기 신한·우리·농협·BNK금융 등 금융지주 회장들이 교체된 바 있다.금융당국의 깐깐해진 시선도 이겨내야 한다. 금융당국은 그간 금융지주의 ‘셀프 연임’ 관행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발표하며,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 승계 절차를 개시하고 외부 후보에게도 평가 방법이나 시기 면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공정한 절차를 보장하라고 주문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21일 국정감사에서 “지주 회장이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심어 참호를 구축하는 분들이 보인다”며 “연임이나 3연임에 관련해서는 내부통제를 조금 더 강화하는 방침을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5.11.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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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불장은 남의 일…유통가, 주가 부진에 ‘한숨’

산업 일반

국내 증시가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KOSPI) 4000 선을 넘어섰다. 반도체와 조선, 방산 등 수출 주도 업종이 ‘불장’을 이끌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러나 이 뜨거운 상승 흐름 속에서도 유통업계의 주가는 좀처럼 꿈틀하지 못한다. 내수 회복 지연과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구조, 그리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각종 규제 리스크가 유통주의 ‘리레이팅’(재평가)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코스피는 고공행진, 유통주는 제자리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11월 13일 기준, 지난 6개월간 약 60% 올랐다. 같은 기간 반도체·조선·방산 등 수출 산업 관련주들이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 SK하이닉스는 211% 넘게 급등했고, 한화오션은 65%,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1% 넘게 상승했다. 반면 이마트·롯데쇼핑 등 전통 유통 대장주들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정체·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롯데쇼핑 주가는 4.50%, 이마트 주가는 0.25% 각각 하락했다. 유통업체들은 최근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밑바닥 가격 방어’ 수준으로 인지하고 있다. 실적 개선과 사업 구조 전환이라는 근본적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 한 주가 재평가는 중기적으로 제한적이라는 것이다.실제 양 사는 최근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등 기업가치 향상(밸류업) 행보를 보여왔다. 롯데쇼핑은 최근 지난해 10월 유통업계 최초로 발표한 밸류업 계획에 대한 이행 현황도 공개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주주환원율 35% 지향 ▲최소 주당 배당금 3500원 제시 ▲중간 배당 시행 ▲배당 절차 개선을 통한 배당 예측 가능성 확대 등 4가지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마트는 올해부터 3년간 최저 배당을 25% 상향하고 자사주도 내년까지 2% 이상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본업 경쟁력과 소비 수요 회복 부진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양 사는 내수 소비 둔화 및 오프라인 의존 리스크가 부각되며 점포 정리를 단행하는 등 수익성 회복에 힘쓰고 있다. 롯데쇼핑은 매출 효율이 낮은 점포를 대상으로 선별적 폐점 및 리뉴얼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2년 기준 전국 120여개 점포 중, 15%가량에 대한 구조조정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고물가 상황에서도 통합 매입을 통한 원가 개선과 가격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공간 리뉴얼(새 단장) 전략도 단행했다. 특히, 내수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에 더해 10년 넘게 지속된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유통산업의 ‘족쇄’로 지목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의무 휴업일·출점 제한 등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완화에 부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시작된 이후 대형마트 매출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온라인 소비로 이동한 수요를 다시 끌어올릴 동력이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이마트·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중심 기업의 경우 매장 리뉴얼과 온라인 전환 투자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열풍 불구, 사업 구조·규제 리스크 ‘발목’최근 K-뷰티 열풍과는 대조적으로 화장품주도 약세를 보였다. 지난 6개월간 LG생활건강 주가는 8% 넘게 하락했고,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3.91%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는 17% 넘게 하락했다. 한국 콜마 주가도 22% 가까이 하락했다. K-뷰티 수출 열기와 달리 내수 소비심리와 면세시장 회복 지연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1조5800억원, 영업이익은 4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 56.5% 감소했다. 문제는 국내 매출 감소였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국내 매출은 1조870억원으로 전년보다 13.1% 줄었다. 해외 매출을 키웠지만 국내 매출 감소가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K-뷰티 호조에도 불구하고 LG생활건강은 뷰티 사업부문에서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실적 개선을 위해 면세점, 백화점 등 주력 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재정비한 결과다. 대규모 물량 조절로 면세 매출이 급감했고, 이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적자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패션업계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한섬 주가는 1% 상승을 하회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3.7% 상승하는 데 그쳤다. 리브랜딩·오프라인 매장 리뉴얼·복합쇼핑몰 등으로의 투자 비용 부담이 실적에 반영된 영향이다. 패션업계도 규제와 비용 부담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대형 복합쇼핑몰이나 아웃렛 개발 과정에서 환경·상권 보호 인허가 절차가 복잡해지며 투자액회수 속도가 늦어졌고, 의류 리세일(재판매)·중고 거래 확산 등으로 기존 오프라인 유통 구조는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의류·신발 지출은 전년보다 4% 감소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증권가에서는 규제 리스크가 패션·유통주의 ‘디스카운트(주가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반도체·조선 등 수출업종이 코스피 상승을 주도하는 동안 내수 기반 산업은 여전히 구조적 저성장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유통·패션주는 내수 한계와 규제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실적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특히 유통법 개정이 지연되면 오프라인 산업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기업이 주주환원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산업 전체가 ‘규제 산업’으로 인식되는 한 주가 리레이팅은 어렵다”며 “정책적 완화 신호가 있어야 유통·패션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1.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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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장의 '영업력'…리스크·수익 동시에 잡고 1위 탈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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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성 하나은행장이 취임하며 내건 ‘손님 중심’ 경영철학과 ‘영업’에 특화된 강력한 리더십은 하나은행을 KB국민은행, 신한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접전 ‘3강 체제’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1~3분기 역대급 순이익(3조1333억원)을 달성하며 리딩뱅크 지위 탈환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하지만 성장 이면에는 자산 건전성 악화 위험과 외부 규제 압박이라는 걸림돌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이호성 행장은 지난 1월 하나은행장으로 취임하며 전 직원이 손님 중심 영업 마인드와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손님이 먼저 찾고 손님과 함께 성장하는 하나은행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은행장이 현장 속으로 직접 뛰어드는 솔선수범으로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듣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손님기반 확대 ▲안정적 수익기반 구축을 위한 사업모델 혁신 ▲손님 중심의 기업문화 재정립(영업 현장을 선호하는 기업문화, 영업 중심의 조직 전환)을 강조했다.이런 혁신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영업을 지속하면서도 자산 건전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성장과 안전’의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성장에 치중하는 기업은 건전성 부분에 소홀할 수 있고, 안전성에 무게를 둘 경우 성장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는 일이 많다. 이 행장의 전략대로 하나은행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업모델 혁신에 방점을 찍으면서 건전성을 잘 챙길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됐다. 자산건전성 해소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발판 마련 하나금융그룹의 3분기 경영실적 보고서를 보면, 하나은행의 총대출 연체율은 2024년 4분기 0.26%에서 2025년 3분기 말 0.29%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잠재적 부실 위험군인 요주의 여신의 증가는 더욱 두드러진다. 요주의 여신은 같은 기간 2조4740억원에서 2조7290억원으로 10% 넘게 증가했다. 요주의 여신이란 금융기관이 대출해 준 여신 중에서 현재는 연체 기간이 짧거나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가까운 장래에 연체나 부실이 발생할 징후가 있는 것을 말한다.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이거나, 회수 가능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고정 여신의 경우 7010억원에서 9960억원으로 42%가량 증가했다. 부실채권(NPL)의 핵심 지표인 고정이하여신 금액은 1조200억원에서 1조2840억원으로 25.8% 증가했고, 총 여신에서 차지하는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0.29%에서 0.35%로 확대됐다.고정이하여신은 회수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거나,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부실이 확정된 여신을 통칭하는 용어로 ‘부실채권’이라고 볼 수 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 자체가 높지 않아 심각한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자산 건전성이 다소 나빠졌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일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NPL이 늘면 은행은 미래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이는 은행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단기 순이익을 갉아먹는 효과를 낸다. 이런 문제가 지속되면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규제 압박과 내부통제 리스크 해결이 관건이자 이익을 감소시킬 수 있는 외부의 위협도 문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의 주 수익원인 이자 이익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국내 시중 은행들의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면서 ‘상생 금융’에 대한 주문 강도가 세진 것도 이 같은 위협 중 하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가계 대출 억제와 상생 금융 확대 같은 정책은 은행의 자발적인 수익 포기를 유도하고 순이자 마진(NIM) 관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런 압박에서 벗어나면서도 건전성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방향에 부합하는 실질적 취약계층을 꼼꼼하게 선별하고,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저금리 대환대출 등을 통해 수익 포기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손님 중심 혜택’을 핵심 예금 유치에 연동해 ‘트래블로그’와 같은 혁신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이런 전략은 구조적으로 비용을 최소화하고 순이자마진(NIM)을 개선하는 지속가능한 수익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문화 혁신을 통한 내부통제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영업 중심’ 전략은 자칫 단기 성과주의와 불완전판매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은 과거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로 금융감독원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6년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하나은행 8개 지점에서 무자격 PB 8명이 영업점 내 투자권유자문인력 사번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투자자 299명에게 공모·사모펀드 1055건(1550억6000만원)을 투자 권유하고, 43개 영업점에서는 무자격 직원 48명이 투자자 67명에게 달러 주가연계펀드(ELF) 72건(33억2000만원)을 투자 권유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39개 영업점에서는 무자격 직원 40명이 투자자 75명에게 인덱스펀드 81건(7억9000만원)을 투자 권유하기도 했다. 이에 하나은행에 과태료 179억4700만원이 부과됐다.금융업계 관계자는 “이호성 하나은행장의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서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잡는 고도의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며 “공격적인 영업 드라이브를 정교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으로 통제하고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5.11.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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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2위도 무너졌는데...풀리지 않는 대형마트 족쇄 [규제에 우는 유통업계]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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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업계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지난 6월 본격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소상공인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여서다. 이는 규제 완화를 추진해 온 직전 윤석열 정부와 상반된다. 주말 의무 휴업·새벽 영업시간 제한 등의 족쇄를 달고 힘겹게 버티던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대형마트 설 자리 잃었다2010년대 중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산업이 기지개를 켜기 전까지 대형마트는 대체 불가능한 서민들의 장보기 창구였다. 물론 요즘은 대형마트의 과거 명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온라인 쇼핑이 새로운 소비 문화로 완벽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정부가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본격적으로 온라인 쇼핑 부문을 포함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께다. 당시 대형마트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3%에 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온라인 쇼핑(매출 비중 30.4%)과의 격차는 크지 않았지만, 새벽배송 등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온라인 쇼핑에 무게의 추가 쏠리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대형마트 외면이 본격화한 것이다.이후 유통산업에서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꾸준히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대형마트 매출 비중이 11.9%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어느덧 이들의 격차는 40%포인트(p) 가까이 벌어졌다. 올해는 대형마트의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지난 9월 기준 10.3%까지 줄었다.현 상황에서는 대형마트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형마트의 약세와 이커머스의 성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올해 4분기 중으로 대형마트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이마트의 올해 3분기 대형마트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줄어든 2조970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의 국내 그로서리(마트·슈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한 1조3035억원으로 나타났다. 3분기 실적을 별도 공시하지 않는 홈플러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7% 감소한 1조3693억원이다.대형마트와 달리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플랫폼은 성장세다. 쿠팡은 올해 3분기 12조8000억원의 매출(글로벌 사업 포함)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쿠팡 매출의 90% 이상은 한국에서 발생한다. 같은 기간 컬리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고, 전체 거래액은 10.3% 증가했다. 이대로 가면 산업 붕괴…규제 완화 고민 필요이런 추세라면 제2의 홈플러스 사태가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는 지난 3월부터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최대주주인 MBK 파트너스의 경영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규제로 인한 영업 제한과 이커머스 산업의 급성장도 홈플러스가 현 상황에 처한 원인으로 꼽힌다.실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홈플러스의 매출은 줄곧 내리막이었다. 홈플러스 매출은 2013년(회계연도: 당해 3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8조9298억원에서 2024년 6조9920억원으로 약 2조원 줄었다.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으로 영업시간 제한, 의무 휴업 등이 강제된 이후 대형마트들이 어려움을 겪어온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청산 위기에 몰린 홈플러스의 경우도 100%는 아니겠지만, 일정 부분 규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그동안 대형마트를 옥죈 규제를 풀어야 할 시점이 왔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이유다. 대형마트가 지난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으로 인해 정상 영업을 하지 못했으니, 벌써 13년째 정부 규제에 발이 묶인 셈이다. 대형마트는 매월 두 차례씩 의무 휴업을 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강제로 점포 문을 닫아야 한다. 24시간 접근 가능한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그나마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 2023년부터 일부 지자체들이 공휴일로 한정됐던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해 주면서 대형마트의 숨통이 틔었다. 그러나 정권 교체 후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한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 중에 지정하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학계에서는 정치적 이념을 떠나 시대적 흐름에 걸맞은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를 시작할 당시에는 유통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위치였던 게 사실”이라며 “다만 현재는 이커머스에 밀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일한 여건에서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손을 대야 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지금까지의 대형마트 규제로 재래시장 활성화 등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도 면밀히 분석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11.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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