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소셜 제국 만든 메타…하지만 독점은 아니다?[한세희 테크&라이프]
- 11월 18일(현지시간) 나온 1심 판결은 메타의 승리
스타트업 인수를 다시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 나와
[한세희 IT 칼럼니스트]페이스북 월간 사용자 수는 작년 말 기준 세계적으로 30억명이 넘는다. 소셜 네트워크 근본 서비스이다. 하지만 약 2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자도 함께 나이 들어 가고 있다. 2030 젊은 세대는 부모와 선생님, 직장 상사가 있는 페이스북에 질색한다. 젊은 세대는 이미지 중심 서비스 인스타그램으로 몰려 갔다. 인스타그램 사용자 역시 올해 9월 기준 30억명을 넘어섰다.
한편에선 아는 사람들 간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미디어로 성격이 변해버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친구나 가족,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메신저 단체 대화방으로 물러났다. 세계 최대 메신저 왓츠앱 월간 이용자 수도 올해 초 30억명을 돌파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모두 미국 메타가 운영한다. 페이스북의 노쇠를 인스타그램으로 상쇄하고,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피로도에 왓츠앱으로 대응한다. 3개 서비스 모두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운 30억명의 사용자가 있다. 메타는 세계 소셜 서비스의 지배자다.
메타가 혼자 힘으로 소셜 서비스 제국을 일군 것은 아니다. 메타, 당시 페이스북은 2012년과 2014년 각각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했다. 직원이 10명 정도 있고, 매출도 없던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한화 약 1조원)에 샀다. 왓츠앱은 인수 당시에도 세계 최대 메신저이긴 했으나 비즈니스 모델이 뚜렷하지 않았고 직원도 수십명 정도였다. 왓츠앱 인수 가격은 190억달러였다. 우리 돈으로 20조원이 넘는다. 두 회사 모두 파격적으로 비싼 가격에 인수한 것이다.
메타, 유망 스타트업 사서 묻었나?
소셜 네트워크 시장이 메타의 손안에 들어가면서,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의 알고리즘이 가짜뉴스 확산과 정치사회적 양극화를 일으킨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규제 당국의 압박도 거세지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메타가 유망한 경쟁 스타트업을 거액에 인수함으로써 경쟁의 싹을 미리 잘라버리는 반경쟁 행위를 했다며 메타를 제소했다. 메타가 ‘사서 묻어버리는’(buy-and-bury) 전략을 썼다는 것이다.
반면 메타는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이들 기업을 인수했고, 인수를 통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이 더 좋아졌기 때문에 소비자 후생을 높인 것이라 주장했다. FTC는 2020년 소송을 벌였으나 법원에서 기각됐고, 이후 근거와 논리를 더 가다듬어 다시 소승을 제기했다. 재판은 2022년 시작했으나 계속 지연되다 올해 4월 마크 저커버그메타 CEO와 섀릴 샌드버그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창업자 등이 법정 증언하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FTC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다시 분할해야 하는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었다. 11월 18일(현지시간) 나온 1심 판결은 메타의 승리였다.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은 메타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를 반경쟁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사용자 시간 놓고 경쟁하는 플랫폼 시장
법원은 메타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을 FTC가 입증하는데 실패했다고 판단했다. 설령 과거에 메타가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하더라도, 그 독점 능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까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FTC는 메타가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친구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개인 간 소셜 네트워크(PSN)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메타가 틱톡이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를 포함하는 보다 광범위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메타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FTC가 말하는 PSN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셜 네트워크의 정의에 잘 부합한다. 하지만 시장 변화가 빠른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 이런 구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같은 메타 서비스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고, 유튜브나 틱톡은 개인화된 미디어에 더 가깝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서로 모방하고 참고하면서 실질적으로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와 소셜 미디어의 구분은 흐려졌고, 서로 비슷해진 이들 서비스는 사용자의 시간과 관심이라는 제한된 자원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빠른 변화를 잘 보여준다. 2020년 처음 소송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틱톡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2025년 현재 틱톡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제치고 미국과 서구 젊은이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고 영향력이 큰 앱으로 자리잡았다.
창업 생태계 살아날까?
판사는 판결문에서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을 인용하며, 온라인 세계에선 “강물이 너무나 빨리 흐른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급격한 시장 변화는 디지털 플랫폼 시장 규제 정책에 어려움을 더한다. 플랫폼 시장은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효용도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에 지배적 사업자의 지위가 매우 커 보인다. 하지만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지배적 사업자가 등장해도 소비자 효용은 더 커지기 때문에 독점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게다가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반경쟁 소송의 결과가 나올 무렵엔 이미 시장 환경이 달라져 결과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이번 판결이 스타트업 인수를 다시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메타의 인스타그램 및 왓츠앱 인수가 문제가 되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흔히 하던 스타트업 인수가 위축됐다. 이는 스타트업 엑싯을 막아 창업 의욕을 떨어뜨렸다.
최근 메타나 구글의 AI 인재 유치 경쟁에서 보듯, 경쟁 당국의 눈길을 피해 유명 AI 스타트업을 인수하기 위해 핵심 인력만 거액을 주고 스카우트하고, 핵심 인력과 기술이 빠진 껍데기 회사를 남겨두는 꼼수가 성행했다. 이런 어색한 일이 줄어들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다시 활기가 도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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