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WHO ‘심야노동 2급 발암물질’ 규정…새벽배송, 금지론 vs 유지론 정면충돌 [새벽배송 10년] ③
- “건강권 침해, 심야배송 제한해야” vs “서비스·일자리 직격탄”
쿠팡 개인정보 유출 여파에 새벽배송 구조 개선 논쟁 재점화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산업 성장 10년 차를 맞은 새벽배송의 지속 가능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야간 근무'를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 국내에서 공급망·노동 시장 전반을 흔드는 쟁점으로 번지고 있어서다. 노동계는 반복적 심야 노동이 WHO가 경고한 위험요인과 동일하다며 '새벽배송 금지'까지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업계·소비자는 생활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은 새벽배송을 단순 규제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한다. 특히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플랫폼 기업의 책임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란은 더 확산하는 분위기다.
IARC는 지난 2024년 말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야간 근무가 인체의 생체리듬을 교란해 암 발생 확률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와 달리 더 많은 역학 연구가 축적되면서 '발암 가능성이 있는 요인'(Group 2A)으로 격상된 것이다. 이는 야간 근무가 직접적으로 암을 유발한다고 단정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건강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경고에 가깝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국내 노동계와 정치권의 규제 논리를 강화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 10월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회의에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초심야 시간대 배송 제한을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새벽배송의 편리함은 노동자의 잠과 건강, 생명을 대가로 유지되고 있다”며 “쿠팡의 새벽배송은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주 5~6일 연속 고정된 야간 노동”이라고 했다. 이어 “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2A)로 분류하고 있으며, 노동자의 생명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심야 노동 제한을 요구한다”며 논쟁은 빠르게 확산했다.
플랫폼 불신이 새벽배송으로 번져
논란은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더 확산했다. 수천만 명 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경찰 압수수색까지 진행되자, 플랫폼 기업의 내부통제·보안 위험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직접적으로는 개인정보 문제지만, 플랫폼 기반 서비스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이 이어지며 노동계는 이 공세를 새벽배송 구조 개선 요구와 결합하기 시작했다.
강민욱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부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개인정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를 포함한 플랫폼 구조 전반의 책임 회피 문제”라며 “이제는 플랫폼 기업의 구조적 문제를 제도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가 문제 삼는 지점은 새벽배송 노동자 건강권이다. 실제로 일부 새벽배송 기사들의 과로사 사례가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례가 있었고, 장시간·야간 노동의 피로 누적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노조 측은 “배송 구조상 초심야시간대(0~오전 5시) 집중되는 노동 패턴이 WHO가 경고한 야간 근무와 일치한다”며 ▲건강검진 강화 ▲근로 시간 단축 ▲휴식 의무화 등을 요구한다. 나아가 “서비스 경쟁을 위해 심야 노동을 전제로 한 현재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유통업계와 일부 정치권은 새벽배송 금지론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다. 업계는 “새벽배송 금지는 사실상 대규모 해고와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근본 해결책은 금지보다 안전 기준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장애인 가족, 노인, 맞벌이 부부 등 많은 사람이 절실한 이유로 새벽배송을 이용하고 있다”며 “그 수가 2000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택배기사 새벽배송만 제한하면 새벽 물류센터 일용직 등 취약 노동자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 기사 중 상당수는 새벽배송 유지에 우호적이다. 근무 시간대 교통 혼잡이 적고, 투잡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 형태가 수입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설문에서는 기사 다수가 ‘새벽배송 금지 반대’로 응답한 결과도 보고됐다.
경제적 파장도 크다. 국내 새벽배송 시장은 올해 약 15조원 규모로, 직접·간접 고용 포함 약 수만 명의 일자리가 연결돼 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의 ‘새벽 배송과 주 7일 배송의 파급효과 관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새벽 배송과 주 7일 배송이 전면 금지되면 연간 54조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소비자층에서도 새벽배송 금지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맞벌이·1인 가구 증가로 ‘아침 도착 배송’은 생활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새벽배송 금지 반대’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하면서 국회 상임위 자동 회부 요건을 채웠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저녁 늦게 귀가하는 맞벌이 부모에게 새벽 배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삶과 밀접하고 많은 일자리와 연결된 산업에 대한 규제는 많은 고려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어떤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인가' 더 중요해
새벽배송 금지론이든 유지론이든, 현재 구조가 적절한 안전장치를 갖추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는 데는 공감대가 있다. 이에 문제의 본질은 심야 노동 전반의 안전 문제이며, 새벽배송은 그중 한 형태일 뿐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현실적 대안으로 ▲심야 노동 반복자 정기 건강검진 의무화 ▲표준 운행 시간·휴식 시간 가이드라인 제정 ▲고위험 노동자를 위한 교대제 확대 ▲배송센터 자동화·인공지능(AI) 예측 물류로 야간 인력 축소 등이 거론된다.
국회·정부·업계·노조가 참여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는 현재 심야 배송과 연속 노동 구조를 중심으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12월 말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단계적 규제·제도 개선 방향이 본격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쟁의 방향이 존폐에만 맞춰지면 소비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해법이 나오기 어렵다”며 “현실에 맞는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정부·노동계가 책임을 나눠 갖는 구조를 만들어야 서비스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갓 잡은 갈치를 입속에... 현대판 ‘나는 자연인이다’ 준아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1/21/isp20251121000010.400.0.jpg)
![딱 1분… 숏폼 드라마계 다크호스 ‘야자캠프’를 아시나요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1/09/isp20251109000035.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재개발·재건축 분양권 거래, 보수적 접근이 해법[똑똑한부동산]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신민아♥김우빈, 결혼식 당일 억대 기부 소식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비트코인 8만→18만달러 급등”…시티그룹 낙관론 왜?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브랜드 못지 않게 구조도 중요"…달라지는 F&B 딜 성사 기준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엘앤씨바이오, 내년 中 첫 매출 100억원 이상 기대하는 이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